37시간 날아간 美 B-2 조종사들의 극한 작전..."하루 5시간 쪽잠, 식사는 샌드위치"

[서울=뉴스핌] 고인원 기자= 미국이 현지시간 22일, 이란 핵시설 3곳에 대해 동시 타격을 가한 가운데, 3만 파운드(약 13.6톤)짜리 벙커버스터 GBU-57 폭탄을 투하한 B-2 스텔스 폭격기 조종사들의 37시간 초장거리 임무 수행이 화제를 모으고 있다.
'미드나이트 해머 작전(Operation Midnight Hammer)'으로 명명된 이번 공격에는 미국 공군이 보유한 B-2 '스피릿' 스텔스 폭격기 7대가 동원됐다. B-2 기체는 현재 미국 내에 20여 대만 존재하는 전략 자산으로, 이번 작전에는 전체 전력의 상당수가 실제 투입됐다.
B-2는 단 두 명의 조종사가 탑승하는 고성능 전략폭격기다. 이번처럼 장시간 작전이 예상되는 경우, 이들은 임무 전부터 수면 습관, 소화관리, 식단 선택 등 생리 리듬 유지 훈련을 받는다. 과거 B-2를 9년간 비행한 퇴역 공군 중장 스티브 배셤은 "우리는 무엇이 각성을 돕고 무엇이 수면을 유도하는지를 먼저 배우는 교육부터 시작한다"고 말했다.
![]() |
미 공군 B-2 스텔스 폭격기가 무게 약 13t에 달하는 벙커버스터(GBU-57)을 투하하는 장면. [사진=미 공군] 2025.06.23 [email protected] |
◆ 기내 화장실은 하나…"치즈 없는 샌드위치가 기본"
B-2의 조종석은 단 두 명이 탑승할 수 있는 좁은 공간으로, 화학식 화장실 한 개와 간이침대 하나만이 마련돼 있다. 장거리 작전을 앞둔 조종사들은 영양 교육과 수면 훈련을 통해 음식 섭취와 휴식 시간 조절 능력을 훈련받는다.
배셤 전 중장은 가장 선호하는 메뉴로 "치즈 없는 칠면조 샌드위치"를 꼽았다. "가능한 한 담백하게 먹는다"는 것이다.
2001년 아프가니스탄 공습 당시 44시간 임무에 참여했던 브라이언 닐 전 대령은 B-2에서의 생활을 "간이침대에서 5시간 눈 붙인 게 전부였다"고 회고했다. 비행 중에는 한 명이 조종을 맡고 다른 한 명이 교대로 침대에 누워 쉬는 구조지만, 임무 긴장감과 시차, 햇빛 노출 등으로 숙면은 사실상 어렵다.
일부 조종사들은 '고 필(go pill)'이라 불리는 각성제를 복용하지만, 닐은 이를 거부하고 극한 피로를 버텼다. "젊고 훈련된 일을 할 때는 흥분과 아드레날린이 있기에 놀랍도록 집중된다"고 그는 설명했다.
◆ 공중급유는 '눈 감고 조준'…"정신과 체력 싸움"
장거리 임무에서 가장 어려운 과정은 공중급유다. B-2는 기본적으로 6,000해리(약 11,000km)를 비행할 수 있지만, 실제 작전에서는 여러 차례 공중급유가 필수다. 문제는 B-2 조종사가 급유 붐을 직접 보지 못한다는 점이다. 조종사들은 연료가 가득 찬 급유기에서 뻗어 나오는 붐(연료 공급관)이 자신들 머리 뒤 5m 지점에서 지점에서 B-2에 연결되는 모습을 직접 볼 수 없다.
대신 급유기 조명 신호와 조종사의 (외부 기준점에 대한) 기억에 의존해 급유가 이뤄지며, 특히 달빛 없는 야간에는 "본질적으로 위험하다"는 것이 조종사들의 공통된 진단이다.
조종사들은 "기름 넣는 동안에도 초고속으로 움직이고 있다"며 "정신과 체력 싸움"이라고 말했다.
◆ 조종사 2명이 모든 걸 해낸다...기체 성능만큼이나 개인 역량 중요
B-2는 이륙, 폭탄 투하, 급유, 착륙까지 모두 두 명이 협력해야 하는 고밀도 임무 기체다. 고성능 스텔스 능력으로 레이더 회피 성능을 갖췄지만, 조종사 개인의 집중력과 신체 상태가 기체 성능 못지않게 중요하다.
배셤 전 중장은 "이 복잡한 B-2 임무들은 전 세계의 기획자들과, 항상 좋은 기체를 유지시켜주는 정비사들의 막대한 집합적인 지원 없이는 절대 수행될 수 없다"고 말한다.
브라이언 닐 전 대령과 함께 아프가니스탄 업무를 수행했던 멜빈 디일은 전 대형은 지난 주말 이뤄졌던 미국의 이란 핵 시설 공습 대해 "공군은 단 하루 밤 사이에 전체 폭격기 전력의 3분의 1을 띄워 이 임무를 정밀하게 수행했다"면서 "정말 놀라운 일"이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