印 야당, 이·이 사태에 '침묵'한 모디 정부 비난..."충격적, 가치 포기한 것"

[방콕=뉴스핌] 홍우리 특파원 = 이스라엘과 이란의 충돌에 침묵한 인도 정부에 대한 인도 야권의 비난이 이어졌다고 타임스 오브 인디아(TOI)가 23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매체에 따르면, 인도 제1 야당인 국민회의당(INC)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이란 핵 시설 공습을 강력 규탄함과 동시에 나렌드라 모디 인도 정부가 미국의 폭격이나 이스라엘의 행동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내놓지 않은 것을 비난했다.
INC의 자이람 라메쉬 사무총장은 엑스(X·구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에 미 공군력을 투입한 것은 이란과의 대화를 계속하겠다는 자신의 주장을 비웃는 것"이라며 "INC는 이란과의 즉각적인 외교와 대화가 절대적으로 필수적임을 거듭 강조한다. 인도 정부는 지금까지 보여줬던 것보다 더 큰 도덕적 용기를 보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라메쉬는 이어 "모디 정부는 미국의 폭격과 이스라엘의 침략·폭격·표적 암살을 명백히 비난하거나 규탄하지 않았다"며 "가자지구에서 팔레스타인인들에게 자행되고 있는 대량 학살에 대해 귀가 먹을 정도로 침묵을 지키고 있다"고 덧붙였다.
파완 케라 INC 대변인은 "놀랍고 충격적인 것은 (모디) 총리가 가자지구의 무고한 민간인들이 공격당하고 이스라엘이 다른 나라에서 표적 살인을 자행하며 미국이 이란을 공습한 것에 대해 침묵을 지키고 있다는 것"이라며 "이들 지역에서 평화를 유지하고 건설적인 역할을 해왔던 인도가 이제 도덕적 권위를 포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소냐 간디 INC 총재는 미국의 이란 공습 전 언론에 기고한 글에서 인도의 침묵은 "단순히 목소리를 잃은 것이 아니라 가치를 포기한 것"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에 대해서도 "(중동 지역에서) 파괴적인 길을 걷고 있다"고 비판했다.
한편 인도는 중국 주도의 상하이협력기구(SCO)가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을 규탄하는 성명을 발표하는 데 참여하지 않았다. SOC 10개 회원국 중 중국과 카자흐스탄·키르기스스탄·러시아·파키스탄·타지키스탄·우즈베키스탄·벨라루스 등 9개국만 성명에 참여하고 인도는 빠졌다.
이와 관련, 전문가들은 '균형 외교'를 추구하는 인도가 이란과 이스라엘 사이에서 경제적 실리를 추구하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미국 매사추세츠대 애머스트 캠퍼스의 국제관계 전문 선임연구원인 샨티 디수자는 "SCO 회원국 중 다수 국가가 이스라엘과 강한 외교 관계를 맺고 있지 않아 강력한 성명을 발표할 수 있지만 인도는 이란, 이스라엘 모두에 대해 중요한 전략적 이익을 갖고 있다"며 "이번 분쟁에서 어느 한쪽 편을 드는 것은 중장기적으로 인도의 이익을 위협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인도 케랄라중앙대 국제관계학과장인 수레스 랑가라잔 교수 역시 "인도는 매우 민감한 상황에 놓여 있다"며 "경제 이익을 위해 이란이 필요하지만 안보와 방어를 위해서는 이스라엘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인도는 최근 10년 간 이스라엘에서 미사일과 레이더 등 약 29억 달러(약 3조 9587억원)어치의 무기를 도입했다. 이란과는 아프가니스탄과 중앙아시아의 교두보가 될 수 있는 차바하르항을 공동 개발 중이며, 원유도 수입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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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 [신화사=뉴스핌 특약]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