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가디언 "트럼프, '벙커버스터' 실효성 때문에 이란 타격 주저"

[시드니=뉴스핌] 권지언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에 대한 군사 타격 결정을 유보하고 있는 것은, 벙커버스터를 사용한 포르도 공습이 실제로 효과를 거둘 수 있을지에 대한 회의론 때문이라고 19일(현지시간) 영국 가디언지가 단독 보도했다.
이날 카롤린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정례 브리핑에서 "이란과의 협상이 조만간 이루어질 수도 있는 상황을 고려하여, 나는 향후 2주 안에 나의 대응 방침을 결정할 것"이라는 트럼프 대통령의 메시지를 전달했다.
가디언은 미 국방부 당국자들을 인용, 트럼프 대통령이 대표적인 벙커버스터인 'GBU-57'을 투하하면 이란 핵심 우라늄 농축시설인 포르도(Fordow)를 효과적으로 제거할 수 있다는 보고를 받았음에도 여전히 확신하지 못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포르도는 산속 깊숙한 곳 지하 80~90미터에 건설된 우라늄 농축 시설로, 이란이 무기급 핵 능력을 확보할 수 있는 핵심 시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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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로이터 뉴스핌] |
최근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포르도에서 농도 83.7%의 고농축 우라늄이 발견되었다고 보고했는데, 이는 핵무기 제조 기준인 90%에 매우 근접한 수치다.
이 때문에 외교적으로든 군사적으로든 포르도의 가동을 중단시키는 것이 이란의 핵무기 보유를 저지하는 핵심 과제다. 이스라엘은 그 깊이에 도달할 수 있는 폭탄이나 이를 운반할 수 있는 전투기를 보유하고 있지 않아 포르도 파괴에는 미국의 개입이 필요한 상황이다.
하지만 국방위협감축국(DTRA: Defense Threat Reduction Agency) 관계자에 따르면 포르도를 타격하기 위한 GBU-57의 사용은 여러 가지 한계가 따른다. 이 시설이 산속 깊이 매설되어 있고 GBU-57이 이처럼 깊은 위치를 공격한 전례가 없었다는 점에서 특히 그렇다.
미 국방 당국자들에게도 'GBU-57 여러 발을 포함한 대규모 폭격 패키지를 사용하더라도, 이란 핵시설을 완전히 관통하기 어렵고 단지 터널 일부를 붕괴시키거나 구조물 위에 잔해를 덮는 수준에 그칠 것'이라는 분석이 전달됐다.
전 DTRA 부국장 랜디 매너는 GBU-57의 한계를 지적하며 "이건 한 번 던지고 끝나는 게임이 아니다. 이 시설은 빠르게 재건될 수 있고, 6개월에서 1년 정도만 핵 개발을 늦추는 데 그칠 것"이라고 말했다.
언론들에서는 이 벙커버스터 한방이면 모든 게 해결될 것처럼 기술되고 있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GBU-57은 B-2 스텔스 폭격기를 통해서만 운반 가능하며, 정확한 타격을 위해서는 강력한 GPS 신호가 필요하다. 이스라엘은 자국이 이란 상공의 공중 우위를 확보했다고 주장하지만, 성공적인 타격을 위해서는 GPS 교란 장비와 방어 체계가 사전에 제거되어야 하며, 폭탄이 충분히 깊숙이 침투해 시설을 무력화시켜야 한다.
두 명의 국방 관계자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 임기 초부터 국방부 내에서는 GBU-57의 실효성에 대해 격렬한 논쟁이 오갔다. 일부는 포르도처럼 깊이 매설된 시설은 전술핵무기를 제외하고는 파괴할 수 없다는 의견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가디언은 트럼프 대통령은 포르도에 전술핵무기를 사용하는 방안은 고려하고 있지 않으며, 이러한 옵션은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과 댄 케인 합참의장 역시 제안한 바 없는 것으로 전해진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이 이란을 타격할 정당한 이유는 이른바 '벙커버스터' 폭탄이 이란의 핵심 우라늄 농축시설인 포르도를 확실히 파괴할 수 있을 경우에만 해당된다는 의중을 국방 당국자들에게 내비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미국의 개입 위협만으로도 이란을 협상 테이블로 끌어들일 가능성을 지켜보고 있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