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정부 'K-MRO' 띄운다…대한항공, 글로벌 정비 허브 전진배치

[서울=뉴스핌] 김아영 기자 = 이재명 정부가 우주·항공·방위 산업을 미래 성장동력으로 육성하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하며 항공산업 재편에 시동을 걸었다. 특히 항공 MRO(정비·수리·점검) 경쟁력 강화가 핵심 축으로 지목되고 있는 만큼 수출 산업 전환이 목표인 것으로 풀이된다.
관련 업계에서는 대한항공이 정비 기술력과 인프라에서 가장 앞서 있는 만큼 이재명 정부의 정책 방향에서 선도적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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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항공 B787-10. [사진=대한항공] |
10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첨단 기술 기반의 K-방위산업 생태계' 구축을 중장기 핵심 산업정책으로 삼았다.
특히 정비 부품 국산화, 항공기 부품 원가 절감, 항공 분야 연구개발(R&D) 지원 확대 등을 통해 항공 MRO 산업의 자립도를 높이고 지역별 특화 전략으로 산업 거점을 이원화할 계획이다. 사천은 군용기와 부품 제조 중심지로, 인천은 해외 복합 MRO 거점으로 각각 특화한다.
항공업계는 정부의 MRO 육성 기조에 주목하고 있다. 팬데믹 이후 급증한 항공 여객 수요에 맞춰 전 세계 항공기가 빠르게 운항을 재개하면서 정비·부품 교체 수요도 함께 늘고 있어서다.
삼정KPMG 자료에 따르면 세계 항공 MRO 시장은 2023년 939억 달러(약 131조원)였지만, 2033년에는 1253억 달러(약 175조원)까지 약 33%의 성장이 추정된다. 올해 국내 항공 MRO 산업 규모는 4조2000억원으로 글로벌 시장(2023년 기준)의 약 3.2% 수준에 해당하지만, 점차 확대될 것으로 관측된다.
업계는 정부의 정책 추진에 따라 한국이 기술력과 인프라를 적극 확보할 때 국내 수요뿐 아니라 아시아·중동 등 해외 정비 수요까지 흡수할 기회를 잡을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정비 부품 국산화는 단순 수입 대체를 넘어 항공산업 전반의 수익 구조를 바꾸는 열쇠"라며 "기술 내재화와 지역 특화 전략이 병행될 경우 글로벌 MRO 시장에서 존재감을 키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항공사 중에서는 대한항공이 수혜를 입을 것으로 관측된다. 항공 MRO는 기체, 엔진, 부품, 운항 등 총 네 가지 분야로 나뉘는데 대한항공은 군용기를 포함해 민항기까지 종합 MRO 역량을 구축 중이다. 대한항공이 1978년부터 MRO를 진행한 주한·주일미군 군용기는 약 3700대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민항기 정비 역시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한항공은 인천 영종도에 엔진 정비 클러스터를 건설하고 있는 만큼 향후 MRO 사업 전망도 밝은 상황이다. 아시아에서 가장 큰 항공 정비 단지인 이 클러스터는 오는 2027년 가동이 목표다. 완공 후 해당 공장에서 정비 가능한 엔진 대수는 연간 100대에서 360대로 3배 이상 증가할 전망이다. 정비 가능한 항공기 엔진 역시 현재 6종에서 9종으로 다양해진다.
다만, 업계에서는 국내 MRO 사업이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선 정부의 뒷받침이 필수적이라고 말한다. 특히 규제 완화와 제도 정비, 국제 규격 및 인증 확보, 전문 인력 양성, 소재·부품 산업 육성, 글로벌 협력 체계 구축 등은 정부와 기업이 협력해 해결해야 할 과제로 지목된다.
항공업계 또 다른 관계자는 "항공산업 생태계 전환은 단순한 정책 선언이나 투자보다 정비 기술·국제 인증 같은 실질적 역량 확보가 선행돼야 가능하다"며 "정부와 기업이 긴밀히 협력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종합 서비스형 항공 방산 국가로 거듭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