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관세협상 '후순위'로 밀리나 "美, 中 우선...日과 거리"

[서울=뉴스핌] 오영상 기자 = 미국과 일본이 진행 중인 관세 협상에서 일본이 미국의 우선순위에서 밀리고 있다는 우려가 일본 정부 내에서 커지고 있다고 10일 니혼게이자이신문이 보도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과의 협의를 우선시하면서 일본과의 협상 진전은 정체 상태다. 일본 정부는 대중 견제를 염두에 둔 협력안을 제시했지만, 미국 측과의 입장 차는 여전하다. 양국이 타협점을 찾지 못한 채 시간만 흐르고 있는 형국이다.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는 9일 참의원 결산위원회에서 "미일 양국이 윈윈 관계를 구축할 수 있도록 전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오는 15~17일 캐나다에서 열리는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 맞춰 트럼프 대통령과 직접 협상에 나설 예정이다.
같은 날 아카자와 료세이 경제재생상은 자민당 본부에서 5차 각료급 협의 내용을 보고한 뒤 기자들과 만나 "급하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국익을 해쳐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자동차를 포함한 모든 추가 관세의 재검토를 목표로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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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성조기와 일본 일장기 [사진=로이터 뉴스핌] |
그러나 지금까지 5차례의 각료급 협의가 있었음에도 G7 정상회의에서 일괄 타결이 가능할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일본 정부 내에서는 G7 이전에 이시바 총리가 미국을 방문하는 방안도 거론됐지만, 협상이 교착 상태에 빠진 상황에서 성사는 어렵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일본은 미중 간 무역 협상 상황에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미국은 통상적으로 무역 규모가 큰 중국과 유럽연합(EU)과의 협상에 더 큰 비중을 두고 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협상 진행 상황에 직접 언급할 정도로 관심이 높다.
중국과 EU는 일본과 달리 미국에 대한 보복관세로 강경하게 맞서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로서는 자국 경제에 미칠 영향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이런 상황에서 일본과의 협상에 들일 시간과 자원이 줄어들 가능성도 있다.
일본 고위 당국자는 5차 협의 이후 "미일 간 결론이 곧바로 나오기는 어렵다"며 "우리는 미국과만 협상하고 있지만, 미국은 여러 국가·지역을 상대하고 있어 바쁘다는 현실도 있다"고 말했다.
일본은 미국에 협력 방안을 꾸준히 제시해왔다. 그 예로 희토류 가공 분야 협력, 중국산 반도체 수입 제한을 염두에 둔 미국의 대체 조달 방안, 액화천연가스(LNG) 조달 협력 등이 있다.
일본 정부는 특히 대중국 견제 협력이 추가 관세 재검토에 효과적일 수 있다는 분석을 바탕으로 미국에 협조해 왔다. 지리적으로 중국과 가까운 일본은 경제·안보 양면에서 미국과 함께 대중 최전선 역할을 자임해온 배경도 있다.
하지만 미국은 상호관세 기본세율 10%에 덧붙여진 14% 인상분의 철회 외에는 양보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반면 일본은 자국 주력 산업인 자동차에 부과된 25%의 추가 관세가 철회되지 않는 한 합의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오는 7월 9일에는 상호관세 10%에 더해진 인상분에 대한 90일 유예 조치가 만료된다. 일본 정부 내에서는 이 시점을 전후해 미국이 실제로 추가 관세를 발동할지 여부를 지켜봐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성급히 타협할 경우 불리한 조건을 받아들일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한 협상 담당자는 "모든 관세가 인하되지 않는 한 어떤 형태로든 합의는 있을 수 없다"고 단언했다고 니혼게이자이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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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로이터 뉴스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