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중' 외치던 필리핀 태도 돌변 "中과 반세기 우정"

[베이징=뉴스핌] 조용성 특파원 = 그동안 강도 높은 반중 노선을 걸어왔던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필리핀 대통령이 기존의 태도를 바꾸고 중국에 대한 유화적인 발언을 내놓았다. 필리핀이 반중 노선 조정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마르코스 필리핀 대통령이 지난 7일 밤 마닐라의 상징적인 건축물인 존스 브리지의 점등식에 참여해 필리핀과 중국의 지속적인 우정을 재확인했다고 필리핀 통신사를 인용해 중국 관영 환구시보가 10일 전했다. 환구시보는 마르코스 대통령의 발언을 '특수한 시그널'이라고 해석했다.
마르코스 대통령은 행사에서 "오늘 밤 행사는 더욱 깊은 의미가 있다는 사실을 여러분께 기쁘게 말씀드린다"며 "점등식은 필리핀과 중국의 수교 50주년을 기념하기 위한 것이며, 반세기 동안의 우정과 양국이 함께 해온 역사는 전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차이나타운인 이곳에 반영되어 있다"고 발언했다.
마닐라 차이나타운은 1594년에 건설됐다. 존스 브리지는 차이나타운에 연결되며, 중국과 필리핀 간의 교류를 상징해 왔다. 마르코스 대통령이 직접 차이나타운 관련 행사에 참석했으며, 올해가 중국과의 수교 50주년임을 강조했고, 양국 간의 우정을 언급한 셈이다.
2023년부터 미국 등 서방과 군사 동맹을 크게 강화하고 남중국해 영유권 문제에서 중국과 정면으로 맞서왔던 마르코스 대통령이다. 때문에 중국 매체들은 필리핀의 태도가 돌변했다며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고 있다.
지난 7일 밤 행사에 참석했던 황시롄(黄溪連) 주필리핀 중국 대사 역시 "충돌이 아닌 대화를 통해 양국 관계가 조속히 건강하고 안정적인 발전의 궤도로 회귀하기를 희망한다"고 말해 양국 관계 발전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마르코스 대통령의 태도 변화는 지난달 12일 진행된 중간선거(총선과 지방선거) 결과로 인한 것으로 분석된다. 중간선거에서는 24석의 상원의원 중 절반인 12석을 선출했으며, 하원의원 317석 전체와 지방자치단체장을 뽑았다.
마르코스 진영은 상원의원 12석 중 6석 확보에 그쳤다. 반면 반대 정파인 로드리고 두테르테 전 대통령의 세력은 4석을 얻었으며, 마르코스 측 당선인 6명 중 1명을 끌어들이는 등 기대 이상의 성과를 거뒀다.
두테르테 전 대통령은 친중 정책을 펼쳐왔던 인사다. 당시 중간선거에서 마르코스 진영이 승리하지 못한다면 반중 정책의 동력이 사라질 것이라는 예상이 나왔었다.
한편 중간선거 이후인 지난달 27일 엔리케 마날로 필리핀 외교부 장관은 남중국해 평화 유지를 위해 중국과 추가적인 합의에 나설 수 있다고 발언하며 전향적인 입장을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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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주석과 마르코스 필리핀 대통령이 2023년 1월 4일 베이징에서 의장대 사열을 하고 있다. [신화사=뉴스핌 특약]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