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관세 '풍선효과' 현실화… EU "알루미늄 강봉·강선 수입 10배 늘고, 가격…

[런던=뉴스핌] 장일현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수입 철강·알루미늄 제품에 고율의 관세를 부과하면서 유럽 지역에 철강·알루미늄 수입 물량이 급증하고 가격은 폭락하고 있다고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가 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유럽이 우려한 대로 미국 수출길이 막힌 글로벌 물량이 대거 유럽으로 쏟아져 들어오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은 지난 3월 수입 철강·알루미늄 제품에 25% 수입관세를 부과했으며, 이달 들어서는 50%로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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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위안강철이 개발해낸 란탄 함유 철-크롬-알루미늄 판재 [사진=CCTV 캡쳐] |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가 이날 공개한 보고서에 따르면 올 1월 1일 이후 유럽 지역으로 수입되는 철강·알루미늄 제품이 큰 폭으로 늘었으며 가격은 급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스테인리스 강봉과 강선의 경우 수입이 작년보다 10배 이상 늘었고, 가격은 88%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반 강봉·강선 수입도 222% 증가했고, 가격은 55% 떨어졌다.
완성 제품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전자기타 수입은 거의 500% 늘었고, 가격은 5분의 4가 떨어졌으며 산업용 로봇은 315% 증가하면서 가격은 3분의 1이 내렸다.
보고서는 "(철강·알루미늄 제품 이외에도) 합판과 알루미늄 호일, 주류 등의 수입도 큰 폭으로 늘었다"며 "중국이 기계와 섬유, 화학, 목재, 종이 등 수입 급증의 가장 큰 요인이었다"고 말했다.
유럽 산업계는 즉각적이고 강력한 대응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다.
유럽 최대 철강회사 티센크루프 감독위원회의 일제 헨네 의장은 "지금 당장 행동해야 한다"며 "공공 계약에서 역내 생산을 우선하고 산업을 지원하는 계획이 신속하게 진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EU 밖의 다른 나라 기업도 기후와 시장 개방성, 경쟁 기준 등을 우리와 똑같이 충족해야 한다"며 "그렇지 않으면 우리 산업의 회복탄력성은 훼손될 위험이 있다"고 말했다.
티센크루프는 최근 수요 약세로 연간 생산 용량을 1100만톤에서 900만톤으로 줄이고 있으며, 이로 인해 수천 개의 일자리가 사라졌다고 주장했다.
유럽철강협회(Eurofer)는 이날 4년째 침체 국면에 빠져 있는 EU의 철강 소비량이 올해 0.9% 감소할 전망이라고 밝혔다. 악셀 애거트 사무총장은 "EU 철강 시장 전망이 지속적으로 악화되는 상황"이라며 "EU 집행위는 EU 철강 시장의 안정을 보장하기 위해 긴급 무역 조치를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유럽철강협회는 미국의 50% 관세가 발효된 지난 4일 성명을 내고 "미국으로 향했던 2700만톤 규모의 철강이 유럽으로 우회할 전망"이라며 "신속한 조치가 없으면 우리는 가라앉는 수준이 아니라 완전히 침몰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U 집행위는 "불법적이고 일방적인 무역 조치로 (우리의) 핵심 강점이 훼손되는 것을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며 현행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조치)를 대체할 새 방안을 올 여름 안으로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EU는 철강 제품의 수입 급증을 막기 위해 2016년부터 일정 할당량을 초과한 제품에 25%의 수입 관세를 부과하는 세이프가드를 시행하고 있지만 이 조치는 내년 만료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