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게 왔다"…美, 소고기 비관세 장벽 완화 요구에 韓 농가 '한숨'

[세종=뉴스핌] 이정아 기자 =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한국의 미국산 쇠고기 수입 규제 완화를 공식적으로 요구한 사실이 확인되면서 후폭풍이 거세질 전망이다.
2일 한국 정부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달 20~22일(현지시간) 미국에서 개최된 한미 2차 기술협의에서 비관세 조치 등 6개 분야에 대한 개선 요구 사항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측은 우리나라의 미국산 쇠고기 30개월령 이상 수입 금지 항목을 대표적인 비관세 장벽으로 규정하고, 이를 완화해 달라고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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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호 관세 발표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블룸버그] |
한국과 미국은 지난 2008년 한미 협상 끝에 광우병 우려가 있는 30개월 이상 소고기를 제외한 미국산 쇠고기만 수입하기로 협의한 바 있다.
그러나 올해 3월 전미쇠고기생산자협회(NCBA)가 미국무역대표부(USTR)에 생산자 단체의 의견을 담은 의견서를 제출하면서 상황은 급변했다.
이 의견서에는 우리나라의 30개월 이상의 미국산 쇠고기 수입 금지와 농산물에 대한 검역 제도 등이 불공정 무역 관행이라며, 트럼프 행정부에 개선을 요구하는 내용이 담겼다.
NCBA는 트럼프 행정부 기조에 발맞춰 한국의 30개월 이상 미국산 쇠고기 수입 금지를 풀어달라고 강하게 요청했다.
당시 우리 정부는 NCBA 의견서가 미국의 쇠고기 생산자단체의 일방적 주장이라며, 한미 쇠고기 재협상에 대한 가능성을 일축했다.
그런데 이번 한미 2차 협의에서 미국 측이 한국의 쇠고기 수입 금지 항목에 대해 공식적으로 문제를 제기하면서 차후 한미 협상에서 불리하게 작용할 가능성이 커졌다.
다만 정부는 미국 측이 제시한 의제를 공식적으로 확인해 줄 수 없다는 태도를 고수했다.
정부 관계자는 "30개월 이상 쇠고기 수입과 관련된 미국 측의 요구 사항은 확인된 바가 없다"며 "미국 측의 공식적인 입장이 전달된 바 없다"고 일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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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트럼프 행정부는 미국의 무역수지 개선을 위해 미국산 쇠고기, 돼지고기, 대두, 치즈 등의 농축산물 수입 확대를 요구하고 있다.
우리나라가 미국으로부터 주로 수입하는 품목은 쇠고기, 돼지고기, 감자, 밀 등이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발간한 'FTA 체결 20년, 농식품 교역 변화와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산 쇠고기 수입액은 22억1000만달러로 집계됐다. 전체 수입액(38억4700만달러) 대비 57.4%의 비중이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액은 지난 2004년 1억300만달러에서 2012년 5억2200만달러, 2016년 10억3500만달러로 무섭게 성장하다 2022년에는 26억2400만달러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지난해까지의 연평균 증가율은 17.5%다.
특히 오는 2026년부터 미국산 쇠고기에 대한 관세가 전면 철폐되면서 수입액은 더욱 증가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