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AI로 암 정복 'RXRX' ① 10분의 1토막, 이제 사도 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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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황숙혜 기자 = 인공지능(AI) 기술 혁신으로 예상되는 세상의 변화 중 하나로 헬스케어 섹터가 꼽힌다. 십 수년에 달하는 기간과 천문학적인 비용이 투입되는 신약 개발이 AI에 힘입어 속도와 성공 가능성을 높일 것이라는 기대다.
월가가 리커전 파머슈티컬스(RXRX)를 주목하는 이유도 이 같은 논리 때문이다. 2013년 미국 유타 주에서 처음 간판을 올린 업체가 아직 세상에 새로운 의약품을 내놓지 못했지만 AI 신약 개발을 주도하고 있어 길게 볼 때 성장 잠재력이 크다는 판단이다.
나스닥 시장에서 거래되는 업체의 주가는 5월27일(현지시각) 4.39달러에 거래를 종료, 2월 기록한 고점 10.87달러에서 반토막 아래로 떨어졌고, 2025년 초 이후로는 39% 밀렸다. 지난 2021년 기록한 사상 최고치 40.15달러와 비교하면 10분의 1 토막이 난 셈이다.
업체의 주가가 널뛰기를 연상할 정도로 높은 변동성을 보이며 바닥권으로 내리 꽂혔지만 시장 전문가들은 AI 기술력을 근거로 점진적인 비중 확대를 추천한다.
AI 기반의 바이오테크 선두주자로 꼽히는 리커전 파머슈티컬스는 머신 러닝 알고리즘을 기반으로 신약 연구개발(R&D) 속도를 가속화하고 있다.
업체가 구축한 바이오하이브-2(BioHive-2) 슈퍼컴퓨터는 엔비디아의 AI 칩과 자체 개발한 운영 체제(OS)를 결합한 시스템으로, 전세계에서 가장 강력하고 빠른 컴퓨팅 시스템 중 하나로 인정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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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커전 파머슈티컬스 5년간 주가 추이 [자료=블룸버그] |
바이오하이브-2 플랫폼은 수 백만개의 화합물을 평가해 약물 후보를 찾아내는 동시에 약물의 특성과 최적의 환자군을 예측해 임상시험 설계를 개선한다. 기존에는 연구자들이 일일이 실험해서 몇 년씩 걸리는 신약 개발 과정을 AI를 이용해 크게 단축시킨다는 얘기다.
전통적인 작업 과정의 자동화를 통해 업체는 초기 신약 후보 물질의 발견부터 감독 당국의 신약 승인까지 기간을 여러 해 단축하는 한편 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다고 주장한다.
리커전 파머슈티컬스는 아직 최종 승인을 받아 시장에 공급한 신약이 없지만 다수의 신약 후보 파이프라인을 구축했다. 업체는 희귀 질환과 종양학, 신경과학 분야에서 10여개의 임상 및 전임상 기술 기반 프로그램으로 구성된 신약 개발 목록을 보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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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커전 파머슈티컬스의 AI 기반 실험실 [사진=업체 제공] |
가장 유망한 신약 후보로 REC-617이 꼽힌다. 이미 초기 1/2상 임상 시험에서 긍정적인 결과를 보인 약물로, 동급 최고(best-in-class) CDK7 억제재로 평가 받는다. CDK7 억제제란 암세포가 분열하고 증식하는 데 필요한 특정 효소를 막는 물질이다. 쉽게 말해 암세포 성장에 브레이크를 거는 역할을 하는 셈이다.
이와 함께 REC-994도 업계와 월가의 기대를 모으는 신약 후보다. REC-994 슈퍼옥사이드가 뇌해면상 기형(CCM)이라는 뇌출혈 증상의 치료를 위한 최초의 경구용 치료제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임상 2상에서 이미 강력한 안전성과 함께 병변 부피의 유의미한 감소를 확인시켰다.
이와 함께 의료계는 업체의 REC-3565를 유망한 신약 후보 물질로 꼽는다. 암세포 성장에 관여하는 단백질 가운데 하나인 MALT1을 차단하는 약물로, 미 식품의약청(FDA)의 최종 승인을 받으면 혈액암 치료에 사용될 전망이다.
기존의 MALT1 억제제들은 간에서 만드는 황색 색소인 빌리루빈이 혈액에 너무 많이 쌓여 황달을 일으키는 부작용을 초래하는 반면 REC-3565는 소위 고빌리루빈혈증이라는 부작용을 줄이도록 설계됐다.
소세포 폐암 치료제로 개발 중인 REC-4539에 대한 기대도 크다. 암세포에서 유전자 조절에 관여하는 효소 LSD1을 억제해 치료 효과를 내는 기전을 가지고 있다. 약물이 환자의 몸에서 작용한 뒤 원래 상태로 되돌아가는 가역성이 높고, 때문에 부작용의 위험이 상대적으로 낮다. 약물이 중추신경계까지 얼마나 잘 도달하는가를 의미하는 CNS 투과성이 높은 것으로 임상 시험에서 확인된 점도 투자자들의 기대를 높이는 대목이다.
이 밖에 리커전 파머슈티컬스는 항생제 남용으로 인해 발생하는 장내 감염을 치료하기 위해 개발 중인 REC-3964를 포함해 다수의 신약 개발 프로젝트를 추진중이다.
이처럼 업체가 개발중인 신약들은 모두 기존의 약물이 보이는 한계를 개선한 차세대 의약품이기 때문에 최종 승인 후 시판될 경우 폭발적인 성장 모멘텀을 제공할 것으로 월가는 기대한다.
주요 외신에 따르면 리커전 파머슈티컬스는 65페타바이트를 웃도는 규모의 데이터를 확보, 전세계 생명공학 분야에서 최대 규모의 데이터를 보유한 업체로 꼽힌다. 65페타바이트는 6500만기가바이트에 해당한다.
업체는 진행중인 신약 개발 프로젝트를 프랑스 사노피와 미국 머크 등 대형 업체들과 파트너십을 체결해 공동으로 진행중이다. 이를 통해 대규모 연구개발(R&D) 인프라를 구축하는 데 필요한 천문학적인 규모의 비용을 절감하는 한편 공룡 업체들이 훨씬 오랜 기간 축적한 노하우를 이용할 수 있게 됐다.
대형 제약사들과 파트너십을 통해 리커전 파머슈티컬스는 제한적인 규모의 수익을 창출하고 있다. 아울러 파트너십은 일정 규모의 현금흐름을 제공하고, 기술을 검증하는 데도 도움을 준다. 하지만 업체의 재무 상태와 실적이 실질적으로 개선되려면 자체 개발한 의약품을 직접 시장에 출시해야 한다고 월가는 강조한다.
지금까지는 대형 제약사들과 손잡고 연구비를 받는 단계에 머문 상태로, 자체적으로 약품을 판매해 이익을 올리지 못하는 실정이라는 얘기다.
2024년 업체는 4억6400만달러, 주당 1.69달러의 순손실을 냈고, 투자은행(IB) 업계는 2025년 수익 상황도 전년과 흡사할 것으로 예상한다. 애널리스트가 제시한 손실 예상치는 주당 1.64달러로 나타났다.
2025년 1분기 업체는 주당 50센트의 손실을 냈다. 이는 시장 전문가들의 예상치에 부합하는 결과물이지만 전년 동기 39센트보다 높은 수치다. 자본 지출이 늘어난 결과로 풀이된다.
1분기 매출액은 1475만달러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동기 1379만달러에서 완만하게 늘어난 수치다. 업체의 매출액은 지난 4개 분기 동안 투자은행(IB) 업계의 전망치 상단에 위치했다.
업체의 시가총액은 24억달러 가량. 일부 투자자들은 최종 승인을 받은 신약을 내놓지 못한 상태를 감안할 때 다소 높이 평가 받고 있다고 주장한다.
다행스러운 점은 리커전 파머슈티컬스가 연구개발(R&D) 과정을 지원할 충분한 현금을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2024년 말 기준 업체가 보유한 현금 자산은 6억300만달러로 집계됐다. 업체의 경영진은 2027년까지 충분한 운전 자금을 확보한 상태라고 강조한다.
시장 전문가들은 리커전 파머슈티컬스의 실적과 주가가 단시일 안에 커다란 반전을 이루기는 어렵다는 데 한 목소리를 낸다.
다만, AI 신약 개발 플랫폼이 앞으로 수 년 이내에 강력한 돌파구가 될 수 있고, 인내할 수 이는 투자자라면 길게 보고 매입하는 전략이 적절하다는 조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