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세중립국 오스트리아마저도… "유럽의 재무장 프로젝트 지지하고 동참"

[런던=뉴스핌] 장일현 특파원 = 유럽의 영세중립국인 오스트리아가 최근 광풍처럼 몰아치고 있는 '유럽 재무장' 프로젝트에 대한 지지 의사를 밝혔다.
오스트리아는 유럽연합(EU) 27개 회원국 중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에 가입하지 않은 4개국 중 하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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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아테 마인르-라이징어 오스트리아 외무장관. [사진=로이터 뉴스핌] |
베아테 마인르-라이징어 오스트리아 외무장관은 23일(현지시간) 보도된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 "EU의 안보 지출 확대 노력을 지지한다"며 "(정치·외교적인) 중립이 오스트리아가 유럽 대륙의 방위력 강화에 중요한 파트너가 될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마인르-라이징어 장관은 "오스트리아는 안보 전략을 다시 짜고 있으며 유럽 방위 연합을 구축하기 위해 EU 파트너 국가들과 협력하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 같은 안보 전략 변화가 정치적 중립을 훼손하는 것은 아니라는 취지로 말했다.
그는 "유럽 내부에는 중립이란 있을 수 없다"며 "오스트리아는 유럽의 안보·국방 정책의 일부이며 바로 그곳에 연대가 존재한다"고 말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오스트리아는 군사비 지출을 현재 국내총생산(GDP) 대비 1% 수준에서 오는 2032년까지 2%로 늘리겠다고 약속했다"고 말했다.
마인르-라이징어 장관은 유럽 전역에 공동 방공망을 구축하는 '유럽 스카이 실드(European Sky Shield) 이니셔티브'에도 계속 참여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그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나토 관련 발언과 향후 미국의 동참에 대한 의구심 등을 고려할 때 이러한 약속이 특히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나토의 유럽 회원국들과 얘기를 하다보면 나토 조약 5조에 대한 의문이 한 번이라도 제기되면 (그 이후엔) 다시 정상으로 되돌아갈 수 없다는 걸 알게 된다"며 "이제 유럽은 방위 역량에 대한 자율성을 강화하기 위해 행동해야 하며 오스트리아는 이에 동참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안보와 국방, 중립성에 대한 이해 등을 위해 대중적 담론을 촉진하기 위해 시민 포럼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그는 "중립을 주장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그런 가치와 목표를 위해서는) 방위 역량에 더 많은 투자를 해야 한다고 말하고 싶다"고 말했다.
나폴레옹 전쟁 이후 유럽에서 존재감을 크게 키운 오스트리아는 19세기 후반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으로 유럽을 호령했다. 하지만 1차 세계대전에서 패한 이후 제국은 해체됐고, 2차 세계대전 이후에는 10년간 미국과 영국, 프랑스, 소련 4국의 신탁통치를 받았다.
1955년 오스트리아는 중립국을 선언했고, 신탁통치 4국의 합의로 이를 인정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