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주한미군 4500명 철수· 괌 이전 검토"...韓 등 동맹국 우려 가중

[뉴욕=뉴스핌]김근철 특파원=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주한미군 수천 명을 철수시켜 다른 지역에 배치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WSJ는 이날 복수의 미 국방부 관계자들을 인용해, 국방부가 현재 약 4,500명의 미군 병력을 한국에서 철수시켜서 괌을 포함한 인도·태평양 지역의 다른 기지로 재배치하는 방안을 마련 중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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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7년 방한 당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경기도 평택 캠프 험프리에 도착해 미8군 사령부 상황실에 들른 뒤 브룩스 주한미군사령관과 대화하며 나오고 있다. / 사진공동취재단 |
신문은 이 방안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고될 가능성이 있는 비공식 대북정책 검토의 일환으로 준비되고 있다면서 이 같은 움직임은 미국의 아시아 방위공약에 대한 동맹국들의 우려를 더욱 가중시킬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다만 이 같은 구상은 아직 트럼프 대통령의 '책상'까지 도달하지는 않았으며, 복수의 고위 관계자들이 현재 검토 중인 여러 안 중 하나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미 국방부 대변인은 "정책과 관련한 발표는 없다"라고 말했으며,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대변인도 병력 철수 여부에 대한 언급은 피한 채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에 여전히 전념하고 있다고만 답했다고 신문은 전했다.
현재 한국에는 약 2만 8,500명의 미군이 주둔하고 있으며, 트럼프 대통령은 1기 재임 시절부터 주한미군 재배치 또는 감축 가능성을 지속적으로 고려해 왔다.
지난달 미 인도·태평양 지역 사령관들과 주한미군 사령관은 의회 청문회에서 병력 감축이 대북 억지력은 물론 향후 중국·러시아 등과의 잠재적 충돌 대응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자비에 브런슨 주한미군 사령관은 지난달 10일 상원 군사위원회 청문회에서 "병력을 줄이는 것은 문제가 된다"고 증언했고, 같은 자리에서 사무엘 파파로 인도·태평양 사령관 역시 "주한미군을 줄이면 분쟁 시 승리 가능성이 낮아진다"고 지적했다.
미국 정부는 우크라이나 전쟁의 향방과 향후 키이우에 대한 군사 지원 지속 여부가 명확해진 후 병력 수준 결정이 이뤄질 것이라는 입장이다.
WSJ은 만일 실제로 주한미군 철수 논의가 본격화된다면, 한국은 물론 일본과 필리핀 등 인도·태평양 전역의 동맹국들 사이에 강한 우려가 일 것으로 보인다고 소개했다.
그동안 한반도 내 미군 주둔은 북한의 도발을 억제하고, 남중국해와 대만 문제를 둘러싼 중국의 공격적 행보를 견제하는 수단으로 평가받아 왔다. 하지만 트럼프 정부는 병력을 한국에서 철수하더라도 괌 등 인근 지역에 재배치할 경우 전략적 유연성을 유지할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초 첫 아시아 순방에 나선 피트 헥세스 미 국방장관도 "전례 없는 전략 전환"을 약속하며 미국과 동맹국들이 억지력을 재구축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빅터 차 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차 한국 석좌는 지난달 서울에서 열린 아산정책연구원 주최의 '아산플래넘 2025' 행사에서 "트럼프 정부가 전 세계 미군 배치 조정을 검토하는 상황에서 한반도에서의 전략적 유연성 문제가 다시 제기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주한미군의 역할 범위를 북한 방어를 넘어 대만해협 위기 대응 등 역내 분쟁 지역으로 확대하는 전략적 유연성에 대한 협상이 필요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