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증시, 9주 만에 최고치 찍으며 일제히 상승… 통신과 유틸리티가 상승세 견인

[런던=뉴스핌] 장일현 특파원 = 20일(현지시간) 유럽 주요국 증시가 일제히 상승 마감했다.
통신과 유틸리티 섹터를 중심으로 주요 기업들이 양호한 실적을 발표하면서 긍정적인 투자 심리가 힘을 받았다.
국제 신용평가사 무디스의 미국 신용등급 강등이 몰고온 불안감은 빠르게 파고가 낮아지는 모습이었다.
독일은 4거래일 연속 최고가를 갈아치우는 랠리를 계속했고, 스페인 증시는 지난 2008년 이후 가장 높은 곳에 올라섰다.
범유럽 지수인 STOXX 600 지수는 전장보다 4.04포인트(0.73%) 오른 554.02로 장을 마쳤다. 지난 3월 19일(555.37) 이후 9주 만에 최고치를 찍었다.
독일 프랑크푸르트 증시의 DAX 지수는 101.13포인트(0.42%) 오른 2만4036.11에, 영국 런던 증시의 FTSE 100 지수는 81.81포인트(0.94%) 상승한 8781.12로 장을 마쳤다.
프랑스 파리 증시의 CAC 40 지수는 58.79포인트(0.75%) 뛴 7942.42로, 이탈리아 밀라노 증시의 FTSE-MIB 지수는 355.67포인트(0.89%) 오른 4만522.44에 마감했다.
스페인 마드리드 증시의 IBEX 35 지수는 224.40포인트(1.59%) 상승한 1만4323.40에 장을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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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런던 증권거래소. [사진=로이터 뉴스핌] |
시장은 미국 신용등급 강등의 충격을 빠르게 이겨내는 모습을 보였다.
캐피털닷컴의 수석 시장 분석가 다니엘라 하손은 "무디스의 미국 신용등급 강등으로 시장이 잠깐 자신감을 잃고 흔들렸지만 그로 인한 타격은 오래가지 않았다"며 "투자심리는 금방 균형감을 찾았다"고 진단했다.
시장을 긴장하게 만드는 변수도 나타났다.
유럽연합(EU)과 영국은 이날 러시아에 대한 새로운 제재를 발표했다. 러시아가 서방의 제재를 회피하면서 석유를 내다 팔기 위해 운영하는 일명 '그림자 함대(shadow fleet)'에 대한 규제를 더욱 강화하는 내용이었다.
시장은 이 같은 움직임이 국제 유가와 유럽의 지정학적 동향에 미칠 영향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로이터 통신은 "EU와 영국의 새로운 제재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평화 회담의 향후 전개에 먹구름을 드리울 수 있다"고 평가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4월 초 상호관세를 90일간 유예하겠다고 발표한 뒤 한 달 반이 지났지만 영국과 중국 이외에 추가 협상 타결국이 나오지 않고 있는 점도 불안 요소로 거론되고 있다.
특징주로는 유럽 최대 통신업체인 영국의 보다폰이 7.26% 급등하면서 통신주 섹터를 1.7% 끌어올렸다.
이 회사는 상각전 영업이익이 110억~113억 유로로 분석가들의 예상과 일치했고, 20억 유로 규모의 신규 자사주 매입 계획을 발표하면서 주가가 크게 올랐다.
유틸리티 섹터에서는 세계 4위 재생에너지 업체인 포르투갈의 EDP 레노바베이스가 도이체방크가 이 회사 주식을 '보유(hold)'에서 '매수(buy)'로 상향 조정한 후 4.1% 상승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국 뉴욕 연안에 계획된 주요 해상 풍력 시설에 대한 1개월 간의 작업 중지 명령을 해제하면서 덴마크 해상 풍력업체 오스테드(Orsted)는 14.5%, 베스타스 윈드는 4.8% 올랐다.
덩달아 유틸리티 섹터도 1.8% 상승했다.
루이비통모에헤네시(LVMH, +1.3%)와 버버리(+3.7%), 케링(+4%) 등 유럽 명품 업계도 상승세를 보였다.
미·중 무역 갈등 충격 최소화와 내수 부양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중국이 기준금리인 대출우대금리(LPR)를 작년 10월 이후 7개월 만에 인하한 데 따른 것이다.
이날 중국 인민은행은 5년물 LPR을 3.6%에서 3.5%로, 1년물은 3.1%에서 3.0%로 각각 0.1%포인트 낮췄다.
영국의 베이커리 체인 그렉스는 5월 17일까지 20주 동안 매출이 7억8400만 파운드를 기록해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7.4% 증가했다고 발표한 뒤 9.2% 급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