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T "유럽 주요국, 트럼프·푸틴의 전화 통화는 푸틴에게 큰 승리라고 평가"

[런던=뉴스핌] 장일현 특파원 = 유럽의 주요 국가들이 지난 19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전화 통화가 푸틴에게 큰 승리를 의미하는 것으로 평가한다고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가 2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전쟁 종식을 위한 협상에 자신이나 미국이 나서지 않고 당사자인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알아서 해야 한다는 취지로 말했고, 푸틴에게 더 이상 휴전에 나서라고 압력을 가하겠다고 약속할 수 없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트럼프는 심지어 일이 뜻대로 되지 않을 경우 협상 중재에서 빠지겠다고도 했다.
![]() |
지난 2017년 7월 7일 독일 함부르크에서 열린 G20정상회의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악수를 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뉴스핌] |
FT는 "지난 몇 개월 동안 유럽의 지도자들은 트럼프가 우크라이나를 푸틴이 원하는 방식의 휴전에 내버려둘까봐 걱정해 왔다"며 "그 두려움은 어젯밤 (트럼프와 푸틴의 통화를 계기로) 더욱 현실적으로 느껴지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트럼프는 이날 자신의 재집권 이후 푸틴과 세 번째 통화를 가졌다.
트럼프는 푸틴과 2시간 정도 전화 통화를 한 뒤 자신의 트루스 소셜에 "푸틴 대통령과 통화는 매우 잘 이루어졌으며 모스크바와 키이우는 즉시 협상을 시작할 것"이라고 했다.
그는 이날 오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는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협상에) 진전이 있을 것으로 기대하지만 (진전이 없으면) 그냥 물러날 것(back away)"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무언가 일어날 것 같지만 큰 자존심들이 얽혀 있다"고도 했다.
협상은 전쟁 당사자인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할 것이고, 이 협상이 제대로 안되면 미국은 빠지겠다는 의사를 밝힌 것이다. FT는 "트럼프는 미국이 더 이상 심판 역할을 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고 진단했다.
트럼프는 미국이 중재 외교에서 손을 뗄 시점, 이른바 '레드 라인(red line)'을 묻는 질문에 "(그 시점이) 머릿속에 있다"면서도 "협상을 더 어렵게 만들 수 있어 특정 선이 있다고 말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그럼에도 트럼프는 유럽 주요 우방국 정상들에게 전화 내용을 설명하면서 푸틴과의 통화를 통해 '중대한 진전'을 이뤘다고 말했다.
이에 비해 푸틴은 협상을 하겠다는 뜻을 내비쳐 트럼프를 안심시키면서 구체적인 휴전안에 대해선 한 발짝도 양보하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푸틴은 이날 통화 이후 "옳은 길을 가고 있고, 적절한 합의에 도달하면 휴전할 수 있다"면서도 "러시아 입장은 명백하다. 중요한 것은 위기의 근본 원인을 제거하는 것"이라고 했다.
우크라이나의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가입 포기와 비(非)군사화, 크림반도와 러시아가 점령한 우크라이나 동부 지역 영토 편입 등 기존 입장을 고수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됐다.
우크라이나와 유럽에선 통화 내용이 공개된 이후 우려가 쏟아졌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미국이 협상과 평화 추구에서 멀어지지 않는 것이 우리 모두에게 중요하다"며 "그로부터 이익을 얻는 사람은 푸틴뿐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한 유럽연합(EU) 고위 관계자는 "트럼프는 뒤로 물러나고 있다"며 "이제 우크라이나를 군사적 재정적으로 지원하고 러시아에 압력을 가하는 일은 모두 우리(유럽)의 책임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