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中 무역 합의, 인도의 '글로벌 제조 허브' 야망에 불리"

[방콕=뉴스핌] 홍우리 특파원 = 미국과 중국의 무역 합의가 '글로벌 제조 허브'를 꿈꾸는 인도의 야망을 좌절시킬 수 있다고 영국 BBC 방송이 19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인도 소재 싱크탱크 글로벌 무역 연구 이니셔티브(GTRI)의 아자이 스리바스타바 소장은 "중국에서 인도로 이동하던 제조업 투자가 '정체'되거나 '후퇴'할 가능성이 있다"며 단순 저비용 제조 부문은 살아남을 수 있겠지만 부가가치 부문 성장은 위험에 처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미중 간 갈등이 고조되면서 애플을 비롯한 글로벌 기업들은 글로벌 공급망의 '탈 중국'을 추진해 왔다. 인도 정부가 첨단 제조업 육성을 위해 외국 기업 유치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이에 더해 미국이 인도에 기타 동남아시아 국가보다 낮은 상호 관세율(26%)을 책정하면서 인도가 글로벌 공급망의 주요 축이 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졌다.
캐피털 이코노믹스의 실란 샤 이코노미스트는 미국과 중국이 무역 합의에 이르기 전 발표한 보고서에서 "인도는 단기적으로 미국에 상품을 공급하는 공급자로서 중국을 대체할 수 있는 유리한 위치에 있다"며 "인도의 대미 수출의 40%가 중국 수출과 유사하다"고 밝힌 바 있다.
일각에서는 미국과 중국이 이른바 '무역 관계 재설정'에 나섰다고 하더라도 양국의 대규모 전략적 분리가 장기적으로는 인도에 계속 이익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지만 이러한 낙관론이 앞으로 약화할 수 있다고 BBC는 지적했다.
노무라의 또 다른 이코노미스트 소날 베르마 등은 이달 초 발표한 보고서에서 "중국이 다시 경쟁에 참여하게 됐다는 사실 외에도 기업들은 베트남과 같은 다른 아시아 국가를 여전히 주목하고 있다"며 (제조업 우위를 강화하기 위해서는) 관세 차이를 활용하는 것뿐 아니라 기업 친화적 환경 조성을 위한 개혁을 진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어려운 기업 환경은 외국인 투자자들이 투자를 꺼리고 인도의 제조업 성장을 지연시킨 문제점으로 꼽힌다. 인도의 제조업 비중은 지난 20년 동안 국내총생산(GDP) 대비 15% 수준에 머물러 있다.
나렌드라 모디 인도 정부가 제조업 역량 강화를 위해 생산 연계 인센티브(PLI)를 도입했지만, 이마저 제한적인 성과를 거두는 데 그쳤다고 전문가들은 평가한다.
인도 정부 산하 싱크탱크인 국가개혁위원회(Niti Aayog)는 인도가 (PLI 등 정책 지원에도 불구하고) 중국으로부터 투자를 가져오는 데 '제한적인 성공'을 거두었다며 저렴한 인건비·낮은 관세·간소화한 세금·적극적인 자유무역협정 등이 베트남·태국·캄보디아·말레이시아 등의 수출 확대에 도움이 된 반면 인도는 뒤처졌다고 지적했다.
노무라는 인도가 아이폰과 같은 전자제품에 사용되는 원자재 및 부품을 계속해서 중국에 의존하고 있다며, 인도가 공급망 이전 기회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스리바스타바는 "인도의 아이폰 생산량이 증가하면 그에 따른 수입이 증가할 것"이라면서도 "그러나 미국에서 판매되는 아이폰 한 대당 450달러 이상의 수익을 내지만 인도에 돌아오는 것은 25달러 뿐"이라고 짚었다.
애플과 공급업체들이 인도에서 부품 생산 및 고부가가치 작업을 시작하지 않고 조립만 하는 이상 인도는 실질적인 경제적 이득을 보지 못하고 미국의 경계감만 더욱 키울 수 있다고 스리바스타바는 덧붙였다.
중국 수출업체들이 인도를 통해 미국에 우회 수출하는 것에도 부담이 따른다. 인도가 수출 지향형 설비를 갖추고 제조업을 활성화하기 위해 기술력을 보유한 중국 기업과 전문가를 유치해야 한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지만 이는 인도의 산업 정책이 성과를 내지 못했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며, 오히려 인도의 자체 노하우를 구축하고 자체 산업 기반을 강화하는 능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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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바이두(百度)]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