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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티기 전략 먹히네"...美교역국들, 중국식 강경전략으로 기우는 중

코투선 0 4

[시드니=뉴스핌] 권지언 특파원 = 관세 협상을 치킨게임처럼 몰고가던 미국과 중국이 극적 합의를 도출하자 협상을 앞둔 교역국들이 중국처럼 강경한 입장을 취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기 시작했다고 18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이 보도했다.

통신은 일주일 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45%에 달하던 대중국 관세를 30% 선으로 대폭 완화한 것은, 지금까지 보복보다는 협상을 선택해 온 여러 교역국들에 충격을 안겼다고 전했다.

또 이번 합의가 중국의 완강한 협상 전략이 효과를 본 사례로 받아들여지고 있으며, 다른 국가들은 미국과의 무역 협상에서 보다 단호한 태도를 취할 필요성을 느끼고 있다고 덧붙였다.

싱가포르 ISEAS-유소프 이샤크 연구소의 선임연구원이자 전직 미국 무역 협상가인 스티븐 올슨은 "이번 미중 협상 결과는 협상 구도를 바꾸는 셈"이라며 "많은 나라들이 트럼프가 이제야 자신이 지나치게 강경하게 나섰음을 인식하기 시작했다고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주요국은 공식적으로는 아직 강경 노선으로 전환한다는 신호를 내고 있지는 않지만, 자신들이 생각보다 더 많은 협상 지렛대를 갖고 있으며 협상의 속도를 늦추는 쪽이 유리할 수 있다는 인식이 퍼지는 모습이다.

BCA리서치의 마르코 파픽은 "중국을 통해 많은 국가들이 트럼프 대통령과의 협상에서 단호함과 침착함이 유리한 접근이라는 교훈을 얻게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나틱시스의 알리시아 가르시아 에레로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협상을 기다리고 있는 나라들은 대체로 '도대체 우리가 왜 줄을 서고 있었던 거지?'라는 의문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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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사진=로이터 뉴스핌]

◆ 코너 몰리는 미국, 다시 채찍 준비 중

지난 4월 9일 트럼프 행정부가 고율 관세에 대해 90일간의 유예 조치를 취한 뒤로 미국은 현재까지 영국과 무역 협정을 체결했고, 중국과는 관세를 낮추기 위한 일시적인 합의를 이끌어낸 상태다.

관세 유예를 약속한 90일 중 절반 가까운 시간이 지나가자 미국은 다시 협상 압박 수위를 높이는 모습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주 중동 순방 중 "150개국과 모두 협상할 시간은 없다"고 말하며, 향후 2~3주 안에 일부 국가에 대해 일방적으로 관세율을 인상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이날 방영된 NBC '밋더프레스'에 출연한 스콧 베선트 재무부 장관도 4월 2일 '해방의 날(Liberation Day)' 발표된 높은 관세가 각국의 협상 실패에 따른 결과였다고 지적하면서, 앞으로 무역 합의가 도출되지 않는 일부 국가에 대해서는 다시 4월 초 수준의 관세가 적용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그는 "지역 단위의 무역 협정을 많이 하게 될 것 같다. 예를 들어 중앙아메리카는 이 관세율, 아프리카 일부 지역은 저 관세율 식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현재로서는 18개의 중요한 무역 파트너와의 협상에 집중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외부에서는 시간적으로나 경제적으로 불리한 건 미국이라는 시선을 보내고 있다.

노무라홀딩스의 글로벌시장 리서치 총괄 로버트 수바라만은 "경제적 고통은 미국 내에서 더 즉각적이고 광범위하게 나타나고 있다"며 "이번 미중 합의는 트럼프 행정부가 그것을 인정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주 전해진 무디스의 미국 신용등급 강등 소식 역시 미국에 부담이다.

베선트 장관은 이미 시장이 현재 이슈들을 모두 반영한 상태라면서 무디스 평가를 신뢰하지 않는다고 일축했지만 트럼프 행정부가 불어나는 미국 부채를 감당하긴 어려울 것이란 우려는 날로 고조되고 있다.

미국 측 관계자들조차 협상이 더 오래 걸릴 것이라는 신호를 보내고 있다. 하워드 루트닉 상무장관은 블룸버그TV와의 인터뷰에서 일본과 한국과의 협상은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고, 베선트 장관도 지난주 유럽연합(EU)이 내부 통일성 부족으로 인해 협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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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중국 국기 [사진=로이터 뉴스핌]

◆ "발등에 불 떨어진 건 미국"...속도 조절 나선 교역국들

이러한 상황에서 교역국들은 협상 속도 조절에 나서고 있다. 일본과 인도는 트럼프 행정부의 압박에도 불구하고 서두르지 않겠다는 태도다.

인도 외무장관 수브라마냠 자이샨카는 "무역 협상은 여전히 진행 중이며, 지금 판단을 내리긴 이르다"고 밝혔고, 인도 상무부 장관은 추가 협상을 위해 이번 주말 미국을 방문할 예정이다.

일본도 마찬가지다. 무토 요지 일본 경제산업상은 미국에서 열리는 회의 참석을 위해 이번 주 워싱턴을 방문할 예정이며 아카자와 료세이 경제 재생상은 6월 중 타결을 기대한다고 했지만, 일본 현지 언론은 참의원 선거를 앞둔 7월로 협상 시점이 늦춰질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블룸버그 통신은 일본 당국 내에서도 성급한 양보보다는 신중한 접근이 낫다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고 전했다.

EU 역시 속도를 늦추고 있다. 유럽 관계자들은 미국이 90일 유예 기간 동안 실질적인 협상 성과를 거의 내지 못하고 있는 점은 트럼프 대통령의 압박 의지가 약해졌다는 방증이라고 보고 있다.

발디스 돔브로브스키스 EU 경제 담당 집행위원은 "무역 환경이 점점 더 파편화되고 있다"며 "지금까지 성사된 합의들은 근본적 해법이 되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중남미 국가들은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아슬아슬 줄타기 중으로, 브라질의 룰라 대통령은 "보복보다는 협상이 우선"이라고 말하면서도, 중국과 30건 이상의 협정을 체결하며 양국 관계를 강화했다. 콜롬비아 역시 중국의 일대일로(BRI)에 참여하면서도, 동시에 미국을 여전히 주요 동맹으로 강조하고 있다.

다만 이러한 강경 전략은 모든 국가에 적용 가능한 것은 아니다.

싱가포르국립대 베르트 호프만 교수는 "경제 규모가 크고 미국에 대한 무역 의존도가 낮은 나라들만이 이런 전략을 구사할 수 있다"며 "대다수 국가들에게 미국에 강경하게 나서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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