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관세협상 줄세우기…한국은 지금 몇 번인가

[서울=뉴스핌] 최원진 기자= "한국과의 무역협상에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지난 8일(현지시간) 영국과의 첫 무역 합의 결과를 발표한 직후, 하워드 러트닉 상무부 장관이 일본과 함께 한국을 콕 집어 언급하며 한 말이다. 그는 "신속한 합의가 되지는 않을 것"이라고도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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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원진 국제부 기자 |
한국과의 협상에 시간이 걸릴 이유에 대해 그는 구체적으로 설명하지 않았지만, 작금의 사실상 국정 마비 상황과 무관하지 않다는 해석이 유력하다.
정부는 오는 6월 3일 조기 대선 이후 새 정부 출범 시점에 맞춰, 7월 8일 상호 관세 유예 종료 전까지 한 달간 협상을 마무리 짓겠다는 '7월(July) 패키지' 구상을 제안한 상태다.
정부로선 전략적 '시간 벌기'지만, 트럼프 행정부가 보기엔 협상의 주체가 불분명한 '불확실한 파트너'에 불과하다. 지금 당장 대화를 진전시키기 어려운 국가로 인식될 가능성도 크다.
유·불리를 단정짓기는 어려우나 협상의 시계를 늦춘 대가는 기회의 박탈로 이어질 수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여러 차례 "가장 먼저 협상에 나서는 국가가 가장 유리한 조건을 가져갈 것"이라고 못 박았다.
이미 기본 무역 틀(framework agreement)에 합의한 영국은 그 첫 수혜자가 됐고, 백악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이 합의를 '모범 사례'로 부각시키기도 했다.
그는 "다른 많은 합의들도 곧 뒤따를 것"이라며 사실상 줄을 서라는 압박 메시지를 던졌다. 인도 역시 미국과의 합의에 근접한 상태다.
반면, 한국은 이른바 '협상 순번 경쟁'에서 점점 뒤처지는 형국이다.
한국은 현재 미국 수출의 핵심 품목인 자동차, 배터리, 반도체 산업에서 고율 관세 리스크를 정면으로 마주하고 있다. 특히 공급망상 중국산 원자재와 부품에 의존하는 기업들은 '관세 샌드위치'에 낀 신세가 되고 있다.
6월3일 대선 이후 꾸려질 새 정부는 출범과 동시에 본격적인 협상에 돌입해야 한다. 관세 유예 종료까지 남은 시간은 한 달여 남짓이다. 지금부터라도 산업계와 외교 당국이 시나리오별 대응 전략을 정비해야 한다.
'7월 패키지'는 한국이 그나마 나은 조건에 합의를 볼 수 있는 기회일 수 있다. 이 시기를 놓친다면, 한국은 긴 협상 대기열의 맨 끝으로 밀려날지도 모른다. 그만큼 미국의 요구 사항이 늘어날 위험 또한 도사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