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연준 위원들, 무역 불확실성 속 신중한 통화정책 유지 강조

[뉴욕=뉴스핌] 김민정 특파원 = 연방준비제도(Fed) 위원들은 9일(현지시간) 경제적 불확실성이 통화정책에 있어 인내심을 요구한다고 강조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공격적인 무역 정책이 경제 전망에 리스크(risk, 위험)를 더하고 있기 때문이다.
존 윌리엄스 뉴욕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이날 블룸버그 TV와의 인터뷰에서 "현재 연준의 정책은 좋은 위치에 있다"며 "무역 정책과 그 영향에 대한 더 많은 데이터와 정보를 수집한 뒤 다음 정책 단계를 결정하자"고 말했다.
아드리아나 쿠글러 연준 이사도 별도의 인터뷰에서 "경제가 건강한 상태이기 때문에 인플레이션 압력을 완화하는 데 시간을 갖고 다음 단계를 고민할 수 있다"고 밝혔다. 두 사람 모두 현재 금리 수준이 경제활동에 일정한 제약을 주고 있다고 평가했다.
연준은 지난 7일 이틀간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마치고 기준금리를 4.25~4.50%로 동결했다. 이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불확실성이 높아졌지만, 경제는 여전히 견조한 상태"라며 "현재의 통화정책 기조는 향후 경제 전개 상황에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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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과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사진=로이터 뉴스핌] 2024.02.03 [email protected] |
연준과 미국 경제 전반에 가장 큰 불확실성 요인으로 작용하는 것은 트럼프 대통령의 무역 정책이다. 제조업의 국내 회귀를 촉진하기 위해 트럼프 대통령은 특히 중국을 포함한 여러 국가에 높은 관세를 부과하고 있다.
다수의 경제 전문가들은 이 같은 수입 관세가 이미 연준의 목표치인 2%를 웃돌고 있는 인플레이션을 더 높일 것으로 보고 있다. 경제 성장을 둔화시키고 실업률을 높일 가능성도 크다는 게 연준을 비롯한 전문가 대다수의 진단이다.
윌리엄스 총재는 앞서 아이슬란드에서 열린 한 콘퍼런스에서 "올해 미국 경제 성장률은 지난해보다 현저히 낮아질 것으로 보이며, 인플레이션은 더 높아지고 실업률은 상승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이 같은 상황은 물가 안정과 완전 고용이라는 두 가지 책무를 가진 연준의 통화정책 결정을 어렵게 할 수 있다.
이날 마이클 바 연준 부의장은 "관세는 인플레이션을 높이면서 동시에 고용시장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인플레이션과 실업률이 동시에 오를 경우, FOMC는 곤란한 상황에 놓일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경제의 출발점이 강하고 인플레이션 완화에도 진전이 있는 만큼, 통화정책은 향후 상황 변화에 맞춰 유연하게 조정할 수 있는 위치에 있다"고 판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