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만에 러시아 전승절 행사 초청장 받은 한국...참석 여부 고심 중

[서울=뉴스핌] 유신모 외교전문기자 = 정부가 3년 만에 러시아의 2차 세계대전 승리(전승절) 80주년 기념식 초청장을 받았다. 정부는 오는 9일 열리는 행사 참석 여부를 놓고 고심 중이다.
외교부 당국자는 8일 기자들과 만나 주러시아 한국 대사관이 7일 러시아로부터 전승절 행사에 참석해 달라는 내용을 담은 공한을 접수한 사실을 확인했다. 이 당국자는 "참석 여부는 종합적으로 검토해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러시아는 모스크바에 주재하는 모든 외국 대사관 등 공관에 초청장을 보냈다고 밝힌 바 있다.
![]() |
[모스크바 로이터=뉴스핌]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022년 5월 9일 제2차 세계대전 승전기념일 열병식에 참석해 참석자들과 악수를 나누고 있다. 2022.05.09 |
러시아가 한국에 전승절 초청장을 보낸 것은 2022년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처음이다. 과거 전승절 행사에믐 주러 대사관 관계자가 주로 참석해왔다. 2015년 70주년 행사에는 정부 대표로 윤상현 당시 새누리당 의원을 특사로 파견하기도 했다.
그러나 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한국이 서방의 대러시아 제재에 동참하자 러시아는 한국을 '비우호국'으로 분류하고 초청장을 보내지 않았다. 하지만 전쟁 종료가 임박한 데다 올해가 정주년(5·10년 단위로 꺾어지는 해)이어서 한국을 비롯한 비우호국도 초청 대상에 포함시킨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우방국의 동향을 주시하면서 아직 최종 결정을 내리지 않고 있다. 하지만 결국 참석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전쟁이 아직 진행 중일뿐 아니라 러시아가 전쟁을 계기로 북한과 군사동맹을 부활시키고 파병 등 군사협력을 강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황준국 주유엔 한국대사도 7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개최된 북한 비확산 관련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회의에서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 등 불법 군사협력이 지역 및 세계 평화와 안보를 위협한다고 강력히 비판했다.
한·러 관계에 정통한 외교소식통은 "우크라이나 전쟁 종료 이후 대러시아 관계 복원에 나설 필요가 있지만, 정부가 그동안 북·러 군사 협력을 불법으로 규정하고 강력히 규탄해왔기 때문에 이번에 전승절 기념식에 참석하는 것은 어려워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