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무역수장 "미국과 불공정한 관세 타결 있을 수 없어… 불발 대비 조치도 준비"

[런던=뉴스핌] 장일현 특파원 = 마로시 셰프초비치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 무역·경제안보 담당 집행위원이 6일(현지시간) 미국과 관세 협상에서 불공정한 내용을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그는 EU를 대표해 대미 관세 협상을 이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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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로시 셰프초비치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 무역·경제안보 담당 집행위원. [사진=로이터 뉴스핌] |
셰프초비치 집행위원은 이날 프랑스 스트라스부르에서 열린 유럽의회에 출석해 "미국과 협상 과정에서 불공정한 합의를 받아들여야 한다는 압박을 받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미국의 공세가 거세고 협상 과정이 험난하지만 유럽 내에서 미국 요구에 맞춰주라는 목소리가 나오지 않고 있다는 뜻으로 해석됐다. 미국과 협상에서 밀리지 않고 정면 대응해야 한다는 유럽의 의지가 읽히는 대목이다.
그는 "우리(EU)는 약하지 않다고 생각한다"며 "우리는 매우 강력한 경제 규모를 가진 지구상에서 가장 큰 무역 블록"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미 다양한 방안을 검토했고 미국에 제안을 내놓았다"고 말했다.
협상 불발에 대비한 조치도 준비 중이라고 했다. 미국이 관세 공격을 재개할 경우 보복 관세로 맞대응하겠다는 것이다.
셰프초비치 집행위원은 "협상 여지를 마련하기 위해 첫 번째 (보복)조치를 보류했지만 균형 재조정이 필요한 상황에 대비한 조치도 준비 중"이라며 "회담이 실패하면 공정한 경쟁 환경을 보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모든 옵션이 여전히 검토 중"이라고 했다.
그는 현재 관세 영향을 받고 있는 상품은 70% 정도라며 미국이 의약품과 반도체, 기타 제품에 대한 추가 조사를 실시한 이후에는 이 비율이 97%(5490억 유로)까지 높아질 수 있다고 했다.
또 지난해 70억 유로(약 11조원) 규모였던 관세 징수액은 최대 1000억 유로(약 157조4000억원)에 이르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국은 EU를 비롯한 전 세계 무역상대국을 대상으로 10%의 기본 관세를 부과했고, 철강과 자동차에 대해선 25% 관세를 매기고 있다. 개별 국가를 대상으로 한 상호관세는 오는 7월 14일까지 90일간 부과를 보류했다. EU에 대한 상호 관세는 20%이다.
셰프초비치 집행위원은 "미국에 자동차를 포함한 모든 공산품에 대한 상호 무관세를 제안했다"며 "핵심 원자재와 의약품 공급망 의존도, 철강 과잉생산 대응 등을 논의했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과 협상을 통한 해결책을 찾는 것을 선호하지만 이는 미국이 공정하고 균형 잡힌 합의를 향해 진전을 이룰 준비가 되어 있음을 보여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EU의 진심 어린 노력에도 불구하고 미국과의 협상은 결국 성공적인 결과를 내지 못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