으르렁거리던 美·中, 무역 협상 임박? 빅딜 가능성까지 '솔솔'

[시드니=뉴스핌] 권지언 특파원 = 미국과 중국 간 무역 협상이 조만간 개시될 것이란 기대감이 빠르게 고조되고 있다.
협상이 급한 쪽은 우리가 아니라 상대방이라며 자존심을 세우던 양측은, 우려스런 경기 흐름이 지표로 동시에 확인되면서 협상에 열린 자세로 돌아서고 있다. 미국 재무부 수장은 전제 조건을 달긴 했으나 '빅딜' 가능성까지 언급했다.
여기에 화답하듯 2일 중국은 미국과 무역 협상 가능성을 평가하고 있다고 직접 밝혀 양측 협상이 시작될 것이라는 시장 내 기대를 부추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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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사진=로이터 뉴스핌] |
◆ WP·블룸버그 "中, 협상에 열린 태도 시사"
1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는 국영 CCTV 계열 블로그인 '위위안탄톈'과 베이징 소재 싱크탱크 CCG 연구원이 올린 글을 소개하며 중국 내부에서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와의 무역 협상에 더 개방적으로 바뀌고 있다는 신호들이 나왔다고 평가했다.
'위위안탄톈'은 이날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미국이 최근 관세 문제에 대해 중국과 협상하기 위해 다양한 채널을 통해 중국에 접촉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해당 매체는 경제적 압박, 시장 혼란, 국제사회의 대응 등을 고려했을 때 현재 불안한 쪽은 미국이며, 미국의 협상 개시 의지가 더 강하다는 분석을 덧붙이면서도, "중국도 트럼프 행정부와의 접촉을 탐색하는 데 있어 잃을 게 별로 없다고 본다"고 썼다.
CCG 연구원 왕쯔천도 "중국은 미국과의 대화나 협상에 나설 준비가 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비슷한 메시지는 중국의 영향력 있는 정치 평론가 런이가 운영하는 블로그에서도 나왔다.
런이는 인터뷰에서 "중국은 확실히 협상 테이블에 나설 의향이 있다. 아무도 이 전쟁을 원하지 않는다"며, 이는 무역전쟁 초기부터 중국의 일관된 입장이라고 강조했다.
WP는 무역전쟁에서 중국이 내놓은 메시지에 미묘한 변화가 생긴 것이라면서, 중국 정치 전문가들도 양국이 협상 테이블에 앉을 수 있는 기회가 조금이나마 생겼음을 시사한 것으로 평가했다고 전했다.
블룸버그통신은 2일 "미국과의 협상 가능성을 평가하고 있다"는 중국 상무부 발표를 전하면서 "지난달 미국이 중국에 고율의 상호관세를 부과한 이후 팽팽한 대치 국면을 보였던 양측이 관세 협상에 나설 수 있음을 알리는 첫 신호"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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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 [사진=로이터 뉴스핌] |
◆ 美·中 성장 '적신호' 직후 거론된 '빅딜' 가능성
WP는 이러한 글들이 무역전쟁이 이미 양국 모두에 피해를 주고 있다는 새로운 데이터가 공개된 가운데 나온 것이라는 데 주목했다.
중국 국가통계국이 발표한 바에 따르면, 중국의 4월 제조업 활동은 1년 만에 가장 약한 수준으로 떨어졌다.
중국 경제는 부동산 위기와 지속적인 디플레이션에 시달려왔지만, 올해 1분기 연 5.4% 성장률로 예상보다 좋은 회복세를 보이고 있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시작한 무역전쟁이 그러한 회복세를 위협 중이다.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은 폭스비즈니스 프로그램에 출연해 "어제 중국에서 매우 나쁜 경제 지표가 나왔다"면서 "현재 500만~1000만 개 일자리 감소라는 대규모 추정치까지 나오고 있어 중국 경기가 대폭 둔화한다는 것인데, 우리가 가장 먼저 보고 싶은 것은 긴장 완화(de-escalation)"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중국은 역사상 가장 불균형적이고 왜곡된 경제"라면서 "반드시 재조정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중국 상황이 좋지 않다는 점을 지적하던 베선트 장관은 뒤이어 양국 간 '빅딜'이 가능하다는 점을 언급해 눈길을 끌었다.
베선트 장관은 "여기서 성사될 수 있는 큰 거래는,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을 제조업 중심 경제로 재편해 지난 수십 년간 약화된 힘을 되찾고 있다는 점이다"라면서 "모두가 알다시피, 중국 역시 소비 중심으로 경제를 재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만약 우리가 이러한 균형 재조정에 함께 나설 수 있다면, 그것이 바로 빅딜이 될 것"이라면서 "하지만 그 전까지는 불공정 무역 장벽을 낮추고, 중국이 과거에 체결한 합의 이행을 강제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베선트 장관은 중국 경제 상황이 불리하다고 지적했지만 미국 역시 위기 신호가 감지되긴 마찬가지다.
지난 29일 미 상무부는 지난 1분기 미국의 국내총생산(GDP)이 전기 대비 연율 0.3% 감소했다고 잠정 발표했다. 미국 경제가 이처럼 역성장한 것은 지난 2022년 1분기 이후 3년 만이다. 앞서 경제 전문가들은 GDP가 0.4% 증가했을 것으로 기대했는데 이를 하회했고, 지난해 4분기 기록한 2.4%에서 대폭 후퇴한 수치다. 무역 불확실성이 소비자, 투자자, 기업 모두를 움츠러들게 한 결과다.
블룸버그통신은 대중 강경책은 트럼프에 오히려 불리하게 돌아가는 모습이라면서, 트럼프 행정부의 극단적 관세 정책과 대중국 압박은 2020년 마이크 폼페이오 당시 국무장관이 "중국 공산당은 14억 중국인을 대표하지 않는다"며 세계에 중국 반체제 인사들을 지지해달라고 호소했던 전략과는 정반대의 효과를 내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중국 내에서 애국주의 열풍이 일어나며, 시진핑 국가 주석이 내부 결속을 다지는 계기가 되고 있다는 것이다.
또 트럼프의 관세 인상으로 인해 미국 내에서도 월가와 일부 공화당 의원들 사이에서 경제 둔화와 물가 상승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으며, 트럼프 대통령은 이미 일부 국가에 대한 보복 관세를 유예하거나 중국에 대한 관세 일부를 면제하는 등 압박을 받고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