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츠 獨 차기 총리 "우크라에 사거리 500㎞ 순항미사일 제공할 수 있다"… 타격 범위 거의 2배

[런던=뉴스핌] 장일현 특파원 = 독일이 사정거리가 500㎞ 이상에 달하는 공대지 순항미사일 타우러스(Taurus)를 우크라이나에 제공할 의사가 있다고 차기 총리를 예약한 프리드리히 메르츠 기독민주당(CDU) 대표가 13일(현지시간) 말했다.
우크라이나가 이 미사일을 보유하게 된다면 공격 범위가 2배 가까이 늘어나게 돼 러시아 본토 내 깊숙한 후방을 공격할 수 있게 된다.
미국이 제공한 에이태큼스(ATACMS) 전술 지대지 탄도미사일은 사정거리가 300㎞이며, 영국의 스톰섀도(Storm Shadow)와 프랑스 스칼프-EG(SCALP-EG) 등 두 종류의 공대지 순항미사일은 250㎞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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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기독민주당(CDU) 대표가 지난달 14일(현지시간) 재정준칙 완화 등을 골자로 한 기본법 개정안에 대해 주요 정당들이 합의한 뒤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뉴스핌] |
메르츠 대표는 이날 독일 공영방송 ARD와 인터뷰에서 "유럽 파트너들(영국과 프랑스)은 이미 우크라이나에 장거리 순항미사일을 제공하고 있다"면서 "동맹국들이 합의한다면 독일은 미사일 제공에 참여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러시아의 이날 우크라이나 북동부 수미 지역에 대한 미사일 공격으로 최소 34명이 사망하고 117명이 부상을 당한 사건을 언급하며 "이는 심각한 범죄 행위"라며 "이것이 블라드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휴전에 대해 이야기하는 사람들(우크라이나)에게 하는 짓"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느 순간 푸틴은 이 전쟁에 희망이 없다는 것을 깨닫도록 해야 하며, 이는 우리가 우크라이나를 도와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는 그 동안 독일에 타우루스 미사일 제공을 지속적으로 요청했다. 하지만 올라프 숄츠 총리는 이를 번번이 거절했다.
우크라이나가 타우러스 미사일을 러시아 본토에 사용할 경우 전쟁이 크게 확산하면서 유럽 전체가 전쟁의 소용돌이에 빠지게 될 것이라는 이유였다.
미국과 영국, 프랑스 등은 작년 11월 우크라이나에 에이태큼스와 스톰섀도, 스칼프-EG의 러시아 본토 타격을 승인했다.
메르츠 대표의 의지가 관철되기 위해서는 연정 파트너인 사회민주당(SPD)의 협조가 필요하다.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사민당의 공동 대표인 라르스 클링바일은 지난주 연정 합의를 발표하는 공동기자회견 자리에서 '용감한 우크라이나인' 편에 서겠다고 약속했다"며 "하지만 그는 당내 일부 의원과 당원들이 제기하는 우크라이나 확전 우려를 잘 다독여야 한다"고 말했다.
메르츠 대표도 작년 10월 푸틴이 우크라이나의 민간 인프라 공격을 멈추지 않을 경우 24시간 이내에 타우러스를 전달하겠다는 '최후통첩'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가 총선 역풍을 우려해 철회한 적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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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형 전투기 KF-21 보라매에 장착할 장거리 공대지 유도탄 형상. [이미지=방위사업청] |
타우러스 미사일은 독일의 MBDA와 스웨덴의 사브가 합작해 제작했다. 길이 5.1m, 날개 길이 2.06m이며 480㎏ 짜리 탄두를 탑재할 수 있다.
독일은 지난 2006년 이 미사일을 실전 배치했다. 우리 공군도 수 백 발을 도입해 보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