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드라크 "美 국채시장 내 강제 매도...S&P500 바닥은 4500"

[서울=뉴스핌] 오상용 기자 = 월가에서 한때 채권왕이라 불렸던 제프리 건드라크 더블라인캐피털 대표(CEO)는 미국 국채시장의 간밤(현지시간 7일) 금리 급변동과 관련해 "우리가 보고 있는 것은 국채시장의 디레버징인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CNBC와 인터뷰에서 "국채시장에서 일부 강제 매도가 이뤄지고 있다고 믿는다"면서 "이러한 강제 매도(디레버리징)는 끝난 것 같지 않다"고 판단했다.
7일 뉴욕거래에서 미국 10년물 국채 수익률은 전일보다 16bp(0.16%포인트) 가까이 급등하며 4.149%를 나타냈다. 아시아 오전 거래에서도 상승세를 이어가 10년물 국채 금리는 장중 4.2% 위로 올라섰다. 30년물 국채 금리의 경우 뉴욕 장중 4.32%에서 4.62%로 급반등, 일중 변동폭이 30bp에 달했다.
외신들의 채권 시황에서는 미국과 주변국의 상호관세 협상에 대한 기대로 공포심리가 누그러지면서 주식시장의 낙폭이 제한되고 국채 금리도 상승했다고 전했지만, 건드라크의 설명은 결이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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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프리 건드라크 더블라인캐피털 CEO [사진= 로이터 뉴스핌] |
국채 트레이더들이 역동작에 걸렸거나 구멍난 주식 쪽 손실을 급히 메우기 위해 보유하고 있던 국채까지 팔았다는 해석에 가깝다.
손쉬운 추정은 국채 매수(롱) 포지션을 늘리며 리세션 트레이딩에 열을 올렸던 매니저들이 하락하는 국채 가격(상승하는 국채 금리)에 놀라 급히 포지션을 되감는 과정(롱 스탑)에서 국채 금리의 오름폭(국채가격의 하락폭)이 일시적으로 커졌을 수 있다.
다른 한편으로는 최근 주식 등 위험자산 급락으로 마진콜이 걸린 펀드 매니저들이 증거금 마련을 위해 보유하고 있던 미국 국채까지 서둘러 팔아야 하는 상황에 내몰렸을 수 있다. 로이터가 전한 헤지펀드 업계 분위기는 건드라크가 언급한 "국채시장 내 강제 매도"가 이와 유사한 것일 수 있음을 시사했다.
로이터는 헤지펀드를 포함한 투자자들이 다른 자산 손실에서 발생한 마진콜에 대응하기 위해 미국 국채를 매도하는 것일 수 있다고 짚었다. 중국 등 미국 국채를 대거 보유한 큰손들이 미국 국채 비중을 줄이려는 신호가 있는지도 트레이더들은 주시하고 있다고 전했다
건드라크는 "장기 금리는 (결국) 오를 것이라고 믿는다"면서 "다음 경기침체가 발생할 때는 금리가 (오히려) 상승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경기침체로 정부 세입이 줄어드는 상황에선 재정적자가 심화하고 결과적으로 정부의 적자보전 국채 발행이 더 늘어날 수 있다. 경기침체에 대응하기 위해 정부가 부양책을 가동해야 할 경우 이 흐름은 강해진다.
건드라크의 예상은 이미 천문학적인 부채를 안고 있는 미국이 다음 경기침체에 빠져들 경우 미국 국채가 기존의 교과서적 전개와 달리, 안전자산으로 제 기능을 못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소시에떼 제네럴의 미국 금리 전략 헤드인 수바드라 라자파도 비슷한 우려를 드러냈다.
그는 간밤 미국 채권시장 요동과 관련해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겹합된 것 같다"며 "이전 위기 때와 달리 이번에는 연준 풋(금리인하를 통한 경기 대응)이 실행 가능한지 확실치 않고, 그 다음으로 미국 국채가 안전 자산으로 기능하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도 도사린다"고 말했다.
한편 건드라크는 "트럼프의 관세가 연기되는 일은 결코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며 "그는 이를 강행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런 상황에선 "미국 경제가 리세션에 진입할 확률이 높아진다"고 했다. 그렇다고 "연방준비제도(Fed, 연준)가 당장 금리인하로 돌아설 수 있는 위치에 있지도 않다"고 말했다. 인플레이션 우려 탓이다.
건드라크는 "경제 상황이 더 나빠지면 연준은 금리인하에 앞서 대차대조표(양적완화 등 국채매입)를 먼저 활용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뉴욕증시와 관련해선 관세 충격이 불러온 하락세가 이 정도로 마무리 됐다고 믿기에는 이르다고 했다.
건드라크는 "S&P500 지수는 4500선 부근에서 바닥을 칠 듯 하다"면서 투자자들에게 방어적 태도를 유지할 것을 조언했다. 지난달 건드라크는 투자자들에게 운용자산의 최대 25~30%를 현금으로 보유할 것을 권한 바 있는데, 이날 인터뷰에서도 "나는 아직 이러한 현금을 투입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