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 떼라" 美 전역서 트럼프-머스크 반대 시위

[시드니=뉴스핌] 권지언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반대하는 대규모 시위가 5일(현지시간) 미국 전역과 유럽 주요 도시에서 동시다발적으로 펼쳐졌다.
CNN과 뉴욕타임스(NYT) 등 외신보도에 따르면 미국 내 50개 주에서 열린 '핸즈 오프'(Hands Off) 시위에는 시민권 단체, 노동조합, 성소수자(LGBTQ+) 옹호 단체 등 150여 개 민간 단체가 참여했다.
총 1400건 이상의 집회와 행진이 진행됐으며, 주최 측은 "억만장자들의 권력 탈취를 끝내야 한다"며 전국적인 시위 참여를 촉구했다.
워싱턴DC에서는 백악관에서 워싱턴 기념탑까지 약 1.6㎞를 행진하는 시위에 수만 명이 참여했다. 주최 측이 예상했던 인원의 5배가량이 몰려 백악관은 예정된 정원 투어를 연기했다. 뉴욕 맨해튼에서는 시위대가 20블록에 걸쳐 행진하며 트럼프 정책에 대한 반대를 표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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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현지시간)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린 트럼프 반대 시위 현장 [사진=로이터 뉴스핌] 2025.04.07 [email protected] |
메릴랜드주 민주당 하원의원 제이미 라스킨은 "우리 헌법은 '독재자들로부터 시작한다'가 아니라 '우리 국민으로부터 시작한다'고 명시하고 있다"며 트럼프를 독재자로 비판했다.
플로리다주 하원의원 맥스웰 프로스트는 트럼프 행정부가 기후 변화 정책을 철회하고 총기 규제 완화를 추진하며 환경과 공공 안전에 대한 우려를 키우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억만장자들이 권력을 독점하려 한다"며 이를 독재적 행태로 규정했으며, "독재자는 결코 만족하지 않는다"며 시민들에게 행동을 촉구했다.
시위 주최 측은 "이 정권은 1% 부유층을 제외한 모든 사람들을 겨냥하고 있다"며 퇴역 군인, 어린이, 노인, 농부, 이민자 등 다양한 계층의 권리를 침해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시위대는 "트럼프와 머스크는 나가야 한다"는 구호를 외치며 다양한 문구가 적힌 플래카드를 들었다. 특히 정부효율부(DOGE)를 이끄는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에 대한 반감도 두드러졌으며, 반려견에게 'DOGE에 대항하는 개들'이라는 옷을 입힌 참가자도 눈길을 끌었다.
진보 단체 '무브온' 대변인 브리트 자코비치는 "트럼프가 낙태권, 시민권, 메디케어 등 핵심 정책에서 손을 떼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 농부는 "억만장자들이 정치 시스템을 통제하는 것을 용납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스미스소니언 협회 전 직원 하워드 배스는 "닉슨 대통령 시절엔 하나의 목표로 시위를 했지만 지금은 항의할 목표가 수백 개"라며 연방직원들이 큰 압박을 받고 있다고 호소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도 비판의 중심에 섰다.
지난 2일 상호 관세 발표 이후 월가는 이틀 연속 폭락하며 총 6조 6000억 달러(약 9652조 원)의 시가총액이 증발했는데, 경제 불확실성 위험이 커지는데도 트럼프 대통령은 관세 정책이 미국 경제를 강화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주말 플로리다 팜비치 마러라고 리조트에서 골프를 즐기며 "경제 혁명은 역사적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며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겠다"고 트루스소셜에 글을 올렸다. 그는 이미 5조 달러(약 7300조 원) 이상의 투자가 들어왔다고 주장했다.
마러라고 리조트 근처에서도 약 400명이 참가한 소규모 시위가 열렸다. 참가자들은 '증시는 폭락하는데 트럼프는 골프를 친다'는 팻말을 들고 트럼프의 태도를 비판했다.
유럽에서도 런던, 파리, 베를린 등 주요 도시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외교 및 국내 정책에 반대하는 시위가 진행됐다. 국제 사회에서도 그의 정책에 대한 비판 여론이 확산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 여론 조사에 따르면 트럼프의 관세 정책에 반대한다는 의견은 올해 초 46%에서 지난달 54%로 크게 증가하는 등, 커지는 경제적 불확실성과 함께 국민들의 불만은 빠르게 고조되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