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준의 '달러 핵우산'이 사라진다면...탈(脫)달러 부추기는 불신의 벽

[서울=뉴스핌]박공식 기자 = 미국이 제공하는 핵우산은 동맹들의 군사안보를 지탱하는 핵심 요체다. 금융안보 측면에서 핵우산은 미국의 연방준비제도(Fed)가 동맹들에 제공하는 달러 유동성 공급 라인, 즉 상설 달러 스왑(Standing Swap)라인이다.
최근 유럽 당국자들 사이에 이러한 금융안정 버팀목이 변함없이 유지될 것인가 하는 의구심, 유럽이 금융위기에 빠졌을 때 갑자기 연준의 달러 스왑 라인이 끊어지기라도 하면 어쩌나 하는 우려가 고개를 들고 있다.
도이체방크는 서구 동맹들 사이에 이러한 우려가 생겨나는 것만으로도 탈(脫) 달러 흐름이 가속화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 유럽 중심부에서 생겨나는 불신의 벽
현지시간 27일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일부 유럽 국가의 중앙은행과 금융감독당국 관계자들 사이에 '유럽 금융시장의 안전장치로서 연준의 달러 유동성 공급 약속을 여전히 신뢰해도 좋은가' 하는 의구심이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이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일방적이고 독선적인 대외·통상 정책으로 미국에 대한 신뢰가 흔들리면서 나타나고 있는 현상이다.
연준은 금융위기 상황이 발생했을 때 주요국 중앙은행에 달러 유동성을 긴급 수혈하는 계약을 맺고 있다. 연준과 이러한 상설 스왑 계약을 맺고 있는 중앙은행은 유럽중앙은행(ECB)과 영란은행(BOE), 캐나다중앙은행(BOC) 일본은행(BOJ) 스위스중앙은행(SNB) 등 5 곳이다.
앞서 22일 로이터는 단독 보도를 통해 연준을 신뢰한다 해도 트럼프를 신뢰하기 힘든 유럽의 당국자들이 혹시 모를 상황(연준의 달러 공급이 끊기는 상황)에 대비해 비공식 논의를 시작했고, 조만간 이 사안이 공식적으로 다뤄질 수 있다고 전했다.
◆ 불신의 파급효과...탈달러 가속
도이체방크는 이 사안의 심각성을 27일자 보고서에서 다뤘다.
블룸버그와 로이터에 따르면 도이체방크의 조지 사라벨로스와 올리버 하비 애널리스트는 연준이 상설 스왑 라인에서 탈퇴할 가능성은 높지 않지만 트럼프라는 변수 때문에 그 위험을 무시할 수 없다고 했다.
설사 연준이 (스왑 축소 혹은 탈퇴와 같은) 어떤 조치를 취하지 않는다 해도 안전 장치(스왑 라인)에 대한 의구심만으로도 서방 세계의 달러 이탈을 야기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사라벨로스 애널리스트는 "이러한 우려가 서방 동맹국들 사이에 만연하다면 이는 2차 대전 후 (지금의) 세계 금융 체제가 형성된 이래 가장 중요한 글로벌 탈달러(de-dollarisation) 흐름을 추동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라보뱅크(Robobank)의 외환 전략가인 제인 폴리 역시 보고서에서 "트럼프의 무역 및 외교정책이 유럽을 미국과 달러화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는 방향으로 몰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일부 유럽중앙은행과 금융감독 당국자들이 갖는 의문은 최근 몇 달 사이 나타난 미국과 유럽 동맹국 사이의 관계 급변, 그리고 트럼프 대통령의 파괴적 영향력과 궤를 같이 한다고 했다.
◆ 트럼프라는 변수
현실적으로 연준이 통화 스왑을 탈퇴할 가능이 낮다 해도 경계심을 늦출 수 없는 것은 트럼프라는 존재 때문이다.
도이체방크는 "통화 스왑의 주체는 연준이지만, 트럼프 행정부가 도덕적 설득이나 연준에 대한 인사권을 동원해 간접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고 했다.
실제 당면한 금융위기 상황에서 만약 연준이 달러 유동성 지원을 중지하거나 백악관이 다른 정책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 장치(스왑 라인)를 활용하려 든다면 그 파장은 광범위하고 심각할 것이라고 했다.
도이체방크의 분석에 따르면 이런 식으로 연준의 지원이 사라져버리면 단기적으로는 달러 유동성 확보 경쟁으로 달러 조달비용과 달러 가치가 급상승하게 된다. 물론 미국 금융시스템도 자산시장 내 전염성 투매로 온전할 수 없다.
사라벨로스 애널리스트는 연준의 스왑 협정 탈퇴는 엄청난 금융 불안정을 초래할 텐데, 그 위험성에 대한 인식과 우려는 결과적으로 미국 바깥의 탈달러 움직임을 가속할 수 있다고 했다. "전 세계의 최종 대부자로서 연준이 지닌 역할에 의구심이 생겨나면 미국 금융 시스템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려는 흐름이 한층 빨라질 것"이라고 했다.
한편 지난 주 열린 유럽의회 청문회에서 크리스틴 라가르드 ECB 총재는 미국의 보호주의 정책과 유럽 경제에 미칠 영향을 언급하면서 연준과의 관계는 트럼프 대통령 취임 후 아직 변한 게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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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달러화 [서울=뉴스핌]박공식 기자 = 2025.03.28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