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50개 이상 中 기업 블랙리스트 추가...대중제재 우회로 차단

[서울=뉴스핌] 고인원 기자= 미국이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들어 처음으로 중국 기술 기업 수십 개를 블랙리스트에 추가하는 조치를 취했다. 중국의 인공지능(AI)과 첨단 컴퓨팅 역량을 견제하기 위한 목적이다.
미 상무부 산업안전국(BIS)은 25일(현지시간) 80개 기관을 수출 제한 리스트인 '엔티티 리스트(entity list)'에 추가했는데, 이중 50개 이상이 중국 관련 기업으로 확인됐다.
이들 기업은 미국의 국가안보를 위협하고 외교 정책 이익에 반하는 행위를 한 혐의를 받고 있으며, 미국 정부의 허가 없이는 미국 기업의 수출을 받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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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 로이터=뉴스핌] 이홍규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2020.08.05 [email protected] |
상무부는 이번에 제재 대상이 된 수십 개의 중국 기업들이 군사 목적을 위한 첨단 AI, 슈퍼컴퓨터, 고성능 AI 반도체 개발에 관여했으며, 이 중 두 곳은 화웨이와 그 자회사인 하이실리콘 같은 기존 블랙리스트 기업에 제품을 납품하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미국산 기술을 확보해 중국의 군사 현대화를 지원한 혐의로 27개 중국 기업이 블랙리스트에 추가됐고, 중국의 양자 기술 발전에 기여한 7개 기업도 제재 대상에 올랐다.
조 바이든 전 행정부 당시 명단에 오른 중국 클라우드 컴퓨팅 기업 인스퍼 그룹의 자회사 6곳도 이번 제재 대상에 포함됐다.
중국 외교부는 이 같은 미국의 조처에 "강력히 반대한다"고 밝히며 미국에게 "국가 안보를 일반화하는 것을 중지하라"고 촉구했다.
싱가포르국립대학교(NUS) 선임 강사인 알렉스 카프리는 CNBC에 "중국 기업들이 제3자를 통해 미국의 전략적 기술에 접근하고 있는데, 이번 제재는 (이를 막기 위한) 제3국, 경유지, 중개업체를 겨냥한 점점 더 광범위한 그물망을 드리우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미 정부가 엔비디아와 AMD가 만든 첨단 반도체 밀반출을 추적·단속하는 활동을 계속 강화할 것"으로 내다봤다.
제프리 캐슬러 미국 상무부 산업·보안 담당 차관은 이번 결정과 관련해 "미국 기술이 고성능 컴퓨팅, 극초음속 미사일, 군용 항공기 훈련, UAV(무인 항공기) 등 국가 안보를 위협하는 용도로 악용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인스퍼 그룹과 화웨이는 CNBC의 논평 요청에 즉시 응답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