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너스 금리 해제 1년...美日 금리차 축소에도 엔저 '여전'

[서울=뉴스핌] 오영상 기자 = 일본은행(BOJ)이 지난해 3월, 역사적인 마이너스 금리 정책을 해제하고 금융 정책 정상화에 나선 지 1년이 지났다.
그 사이 BOJ는 두 차례 금리 인상을 단행했고,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는 금리 인하를 진행하면서 미일 간 금리 차이는 1년 동안 약 1.5%포인트 축소됐다.
이론적으로는 일본의 금리가 상승하고 미국의 금리가 하락하면 엔화 강세·달러화 약세가 진행되기 쉽다. 일본 국채 등의 자산 투자 매력이 상대적으로 증가하며 일본으로 자금이 유입되기 쉬워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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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엔화 [사진=뉴스핌DB] |
◆ 달러/엔 환율 1년 만에 149~150엔 수준으로 회귀
그러나 25일 현재 달러/엔 환율은 1달러=150.87엔 수준에서 추이하고 있다. 마이너스 금리 해제 직전인 2024년 3월 18일 149.13엔에 비해 오히려 엔화 약세가 진행된 수준이다. 달러/엔 환율은 2024년 7월 161엔대까지 치솟은 후 9월에는 139엔대까지 하락하는 등 등락을 반복했지만, 결국 1년 만에 원래 수준으로 돌아왔다.
달러/엔 환율이 1년 만에 원래 수준으로 돌아왔다는 사실은 금리 인상만으로는 엔저 압력을 막기에 불충분하다는 것을 시사한다. 엔화를 압박하는 요인 중 하나는 일본 국내 투자자의 강한 달러 수요다.
미즈호은행의 외환 딜러 미나미 히데아키는 25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금리 차 축소로 인한 엔고 압력을 소액투자비과세제도(NISA)를 포함한 해외 투자 열풍이 상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日재무성의 통계를 보면, 일본 내 투자신탁 위탁회사 및 자산운용회사에 의한 해외 증권 투자액은 2024년 11조 5066억엔을 기록하며 2023년 대비 약 2.5배 증가했다. NISA에서 인기가 높은 전 세계 및 미국 주가지수에 연동된 인덱스 펀드에 가계의 투자 자금이 유입되고 있다.
일본 내 투자로 자금이 유입되지 않고, 해외로 자금이 지속적으로 유출되는 수급 구조가 엔저를 부추기는 요인이 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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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년간 달러/엔 환율 추이 [자료=QUICK] |
◆ BOJ 금리 인상만으로는 엔저 압력 막기 불충분
일본 경제의 기초 체력이 약한 상황에서 BOJ의 금리 인상에만 의존한 엔저 시정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엔저와 식료품 가격 급등을 배경으로 일본의 최근 인플레이션율은 주요 7개국(G7) 중에서 가장 높은 수준이다. 일본의 2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은 전년동월비 3.7%에 달했다. 미국(2.8% 상승)이나 독일(2.3%), 프랑스(0.8%)를 한참 웃도는 수치다.
그러나 임금 상승은 인플레이션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후생노동성의 매월 근로통계 조사에 따르면, 1월 현금 급여 총액은 2.8% 증가했으나, 물가 상승을 고려한 실질 임금은 전년 대비 감소했다.
이는 경제가 악순환을 겪는 주요 요인 중 하나이다. 임금이 오르지 않으면 소비가 침체된다. 소비가 활력을 잃으면 기업이 매출을 기대할 수 없기 때문에 설비투자를 하지 않는다. 결국 해외 투자에만 눈을 돌리는 악순환이 발생한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구조적인 엔저 흐름을 막기 위해서는 일본으로의 투자를 유도하는 대책이 필요하다"며 "여전히 풀리지 않는 난제에 대해 일본 정부와 BOJ는 계속해서 맞서고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