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T "유럽, 자력형 NATO로 변신 추진...5~10년내 미군 대체"

[서울=뉴스핌] 오상용 기자 = 유럽내 군사 강국들이 미국에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를 5~10년에 걸쳐 자력형 안보동맹체로 전환하는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고 현지시간 20일 파이낸셜타임스(FT)가 보도했다.
유럽 주요 국가들은 예측 가능하고 질서정연한 NATO 내부의 무게 중심축 전환을 담은 계획안을 오는 6월 열리는 NATO 연례 정상회담에서 미국에 제시할 예정이라고 한다.
FT가 4명의 유럽 관리를 인용한 바에 따르면 유럽은 미국이 NATO에서 일방적으로 발을 빼는 돌발 상황이 벌어질 경우 발생할 수 있는 혼란을 피하기 위해 이같은 계획안을 마련중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NATO에서 미국의 역할을 대거 축소하거나 NATO를 아예 탈퇴할 수도 있다며 으름장을 놓고 있다. 당장 현실화 가능성이 낮다 해도 아무런 준비 없이 실제 그런 일이 벌어지면 유럽의 안보 전략에는 거대한 구멍이 생긴다.
미국은 NATO 내 다른 동맹국들을 합친 것보다 많은 국방비를 부담하고 있다. 유럽의 주요 안보 요충지에서 공군과 해군, 병참 기지를 운영중이며 주둔하고 있는 미군 병력은 8만명에 달한다.
하루 아침에 이들(미군 전력)을 대체할 수는 없는 만큼 유럽 주요국이 현재 마련중인 계획안의 핵심은 '질서정연한 이양(managed transfer)'이라고 FT는 전했다.
유럽 대륙 방위에서 미국보다 유럽이 더 많은 재정적 군사적 책임을 떠 맡을 생각이니, 트럼프 행정부를 향해 5~10년의 과도기를 참고 기다려 달라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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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TO 주요 회원국의 국기 [사진=블룸버그] |
FT는 "유럽은 미국이 떠안고 있는 NATO 내 (재정적 군사적) 역할을 점진적으로 넘겨 받아, 미국이 대(對) 아시아 전략에 집중할 수 있도록 돕겠다는 점을 트럼프 대통령에게 피력할 생각"이며 "트럼프를 설득하기 위해 6월 제시할 방안에 '유럽이 방위비 지출을 늘리고 스스로 군사력을 강화하겠다'는 확고한 의지를 담을 예정"이라고 전했다.
유럽 관리들은 미국의 대부분 역량을 대체할 수 있는 수준에 도달하기까지 대략 5~10년이 걸릴 것으로 추산했다. 여기에는 미국이 제공하는 핵 억지력은 포함되지 않았다.
유럽의 한 관리는 "(NATO 방위비) 지출을 늘리는 게 우리의 유일한 방법이다. 부담을 나눠지고 미국 의존에서 벗어나는 것이다. 우리는 논의를 시작했지만 너무 큰 과제라 많은 이들이 그 규모에 압도당하고 있다"고 말했다.
유럽내 일부 국가들은 이런 논의 자체가 미국의 이탈을 가속화할 수 있기에 방위비 분담 논의에 참여하기를 꺼리기도 한다.
다만 관리들은 우크라이나 지원과 유럽내 방위 강화를 위해 프랑스와 영국 주도로 '의지의 연합(coalition of the willing)' 구성과 관련한 논의가 진행되고 있는 것을 언급하며 이는 향후 유럽이 나아갈 방향을 가리키는 것이라고 했다. 해당 논의에 미국은 빠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