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증시, 주요국 중앙은행들의 잇따른 금리 동결 행보에 일제히 하락

[런던=뉴스핌] 장일현 특파원 = 유럽 주요국 증시가 20일(현지시간) 일제히 하락했다.
불확실성이 짙게 드리우고 있는 글로벌 경제를 우려와 불안에 가득찬 눈으로 바라보는 각국의 중앙은행들이 신중한 금리 결정에 나서면서 투자자들 또한 조심스러운 행보를 보였다.
유럽 시장이 올 들어 미국·아시아 등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은 수익률을 기록한 가운데 일부 차익 실현에 나서는 움직임도 있었다.
범유럽 지수인 STOXX 600 지수는 전장보다 2.39포인트(0.43%) 떨어진 552.98로 장을 마쳤다. 이 지수는 5거래일 만에 하락세를 기록했다.
독일 프랑크푸르트 증시의 DAX 지수는 288.91포인트(1.24%) 내린 2만2999.15에, 영국 런던 증시의 FTSE 100 지수는 4.67포인트(0.05%) 하락한 8701.99로 마감했다.
프랑스 파리 증시의 CAC 40 지수는 77.27포인트(0.95%) 떨어진 8094.20에, 이탈리아 밀라노 증시의 FTSE-MIB 지수는 524.49포인트(1.32%) 내린 3만9188.17에 장을 마쳤다.
스페인 마드리드 증시의 IBEX 35 지수는 101.80포인트(0.76%) 하락한 1만3306.30으로 마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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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프랑크푸르트 증시 [사진=로이터 뉴스핌] |
영국 중앙은행인 영란은행(BOE)은 이날 기준금리를 연 4.5% 수준에서 동결했다. 전날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금리를 4.25~4.50%로 동결한 데 이어 세계 주요국 중앙은행들이 잇따라 멈춤 동작을 취한 것이다.
미 CNBC는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으로 각국 중앙은행의 통화 정책 결정에 그림자가 드리워졌다"고 했다.
앤드루 베일리 영란은행 총재는 "현재 우리가 직면한 경제적 불확실성이 너무 크다"며 "6주마다 열리는 통화정책회의에서 글로벌 및 국내 경제가 어떻게 변하는지 면밀히 살펴볼 것"이라고 말했다.
영국 경제가 여전히 지지부진한 가운데 영란은행이 금리 동결을 결정한 데는 고공행진을 계속하는 물가상승률이 도사리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제기됐다.
영국의 인플레이션은 지난 1월 3.0%를 기록해 작년 12월(2.5%)에 비해 0.5%포인트가 뛰었다. 영란은행은 물가상승률이 올해 하반기에는 3.75% 수준까지 치솟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스웨덴 중앙은행인 릭스방크도 이날 기준금리를 연 2.25%로 동결한다고 발표했다. 스위스 중앙은행은 예상대로 금리를 0.25%로 25bp(1bp=0.01%포인트) 인하했다.
로이터통신은 "유럽시장은 영국과 스웨덴 중앙은행의 금리 결정에 영향을 많이 받았다"고 분석했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유럽중앙은행(ECB) 총재는 이날 유럽의회 경제통화위원회에 출석해 미국이 관세 25%를 부과하면 유로존(유로화 사용 20개국) 경제성장률이 0.3%포인트 낮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또 유럽이 보복 조치에 나설 경우 성장률 하락폭은 0.5%포인트로 확대될 것이라고 했다.
CMC마켓의 수석 시장 애널리스트인 조헨 스탄즐은 "라가르드 총재의 발언과 미국·영국 중앙은행의 금리 동결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금 하고 있는 일을 계속한다면 스태그플레이션 위험이 커질 것이라는 경고"라고 말했다.
그는 "오늘 유럽 시장에서는 차익 실현 움직임도 있었다"고 말했다.
주요 섹터 중에서는 은행이 2.24% 떨어졌고, 방산주는 1.96% 하락했다.
특징주로는 프랑스 식품업체인 소덱소가 올해 매출 전망을 낮춘 뒤 17.15% 내렸다. 이 주식은 22년 만에 가장 큰 일일 하락폭을 기록했다.
스위스 시계 업체인 리치몬트와 스와치는 2월 스위스 시계 수출이 줄었다는 소식과 함께 각각 2.9%, 4.2% 하락했다.
독일 화학업체 랑세스는 경제 성장 둔화와 정치적으로 촉발된 경제 혼란의 가능성으로 올해 전체 실적이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발표한 뒤 5.0% 떨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