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가르드 ECB 총재 "미국·EU, 관세 전쟁 벌이면 유로존 GDP 0.5%p 하락"

[런던=뉴스핌] 장일현 특파원 = 크리스틴 라가르드 유럽중앙은행(ECB) 총재는 20일(현지시간) "미국이 25% 관세를 부과하면 첫해 유로존(유로화 사용 20개국) 경제성장률이 0.3%포인트 낮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또 미국의 관세에 맞서 유럽연합(EU)이 보복관세를 부과하면 성장률 감소폭은 0.5%포인트로 확대될 것이라고 했다.
라가르드 총재는 이날 유럽의회 경제통화위원회에 출석해 이 같이 말하고 "성장률 감소와 함께 유로존의 인플레이션도 같은 비율로 상승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ECB는 지난 6일 통화정책회의에서 주요 정책 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하면서 올해 유로존 경제성장률이 0.9%에 그칠 것이라고 봤다. 이전 전망치(1.1%)보다 0.2%포인트 낮아질 것이라고 본 것이다.
내년은 1.4%에서 1.2%로 하향 조정하고, 2027년 전망치는 1.3%를 유지했다.
또 올해 물가상승률은 평균 2.3%, 내년에는 1.9%가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라가르드 총재는 "인플레이션에 대한 영향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사라질 것으로 예상한다"며 "경제 활동이 둔화되어 물가 상승 압력이 완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 같은 전망은 ECB가 주요 정책 금리를 인상하지는 않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EU는 지난 12일 미국의 철강·알루미늄 25% 관세가 발효되자 내달 1일과 13일 두 단계에 걸쳐 총 260억 유로(약 41조원) 상당의 미국산 상품에 보복 관세를 매기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마로시 셰프초비치 무역·경제안보담당 집행위원은 이날 유럽의회 산하 무역위원회에 출석해 대미 보복관세를 1·2단계로 나눠 시행하지 않고 4월 2일 미국의 상호관세 발표 내용을 지켜본 뒤 한꺼번에 시행하겠다고 말했다.
미국 정부와 협상할 수 있는 시간을 더 확보하고, EU 회원국 간 이견이나 갈등을 조정하기 위한 조치로 해석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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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틴 라가르드 ECB 총재.[사진=로이터 뉴스핌] 2024.06.07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