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 CEO "미국 내 반도체 생산에 수천억 달러 투자"

[서울=뉴스핌] 최원진 기자= 인공지능(AI) 반도체 부문의 선두주자 엔비디아(NVDA)의 젠슨 황 최고경영자(CEO)는 19일(현지시간) 향후 4년간 미국 내 반도체와 전자제품 생산을 위해 수천억 달러를 투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황 CEO는 FT와의 인터뷰에서 "향후 4년 동안 약 5000억 달러 상당의 전자 부품을 조달할 계획이며, 그 가운데 수천억 달러 규모는 미국 내에서 제조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황 CEO는 엔비디아의 최신 AI 반도체 시스템이 대만 TSMC와 폭스콘 등 업체를 통해 미국에서 제조되고 있으며, 중국 화웨이와의 경쟁이 점점 치열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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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비디아의 젠슨 황 최고경영자 [사진=블룸버그통신] |
TSMC는 최근 애리조나주에 1,000억 달러 규모의 반도체 생산시설을 추가로 투자한다고 발표했으며, 이는 조 바이든 전임 행정부 시절 발표된 650억 달러 투자 계획에 더해지는 금액이다. 황 CEO는 "TSMC의 미국 투자는 엔비디아의 공급망 안정성을 크게 높일 것"이라고 말했다.
엔비디아와 애플을 비롯한 미국의 주요 기술 기업들은 TSMC의 첨단 반도체 생산능력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하지만 중국의 대만 침공 가능성과 트럼프 대통령의 대만산 반도체에 대한 관세 부과 위협, 대만의 지진 위험성 등으로 인해 미국 내 생산 능력 확대가 필수적인 상황이다.
황 CEO는 "가장 중요한 것은 대비하는 것"이라며 "우리는 현재 미국 내에서 반도체를 제조할 수 있고 충분히 다각화된 공급망을 갖추고 있다. 대만에서 생산 위협이 있더라도 불편하겠지만 충분히 대응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국 정부는 엔비디아의 AI 반도체가 중국으로 수출되는 것을 강력히 통제하고 있으며, ASML의 첨단 반도체 제조 장비 등의 중국 반입도 차단하고 있다. 그러나 엔비디아는 여전히 중국에서 수십억 달러의 매출을 올리고 있으며, 최근 화웨이가 자사의 AI 반도체 '어센드(Ascend)'를 통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황 CEO는 "화웨이는 중국에서 가장 강력한 기술 기업이며, 진출하는 모든 시장에서 성공을 거두고 있다"라며 "미국의 제재가 효과적으로 이루어지지 않은 측면이 있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화웨이의 AI 분야 영향력이 매년 커지고 있으며, 그들의 존재를 무시해서는 안 된다"라고 강조했다.
황 CEO는 트럼프 행정부가 미국의 AI 산업 발전을 가속했다고 평가하며, "AI 산업 성공을 중시하는 정부의 지원과 에너지가 걸림돌이 되지 않는 환경은 미국 AI 산업에 있어 놀라운 성과를 끌어냈다"라고 말했다.
엔비디아 CEO의 이번 발표는 애플 등 주요 기술 기업들이 미국 내 생산 투자 계획을 밝힌 가운데 나왔다.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를 내세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무역 정책이 미국으로 공급망을 가져오고 있다.
전날(18일), 황 CEO는 엔비디아 연례 개발자 회의 'GTC 2025'에서 차세대 그래픽처리장치(GPU) '베라 루빈'(Vera Rubin)을 공개하며, 초대형 데이터센터에서 수백만 개의 반도체를 연결하는, 이른바 'AI 공장'을 만들겠다는 야심을 드러내기도 했다.
황 CEO는 엔비디아가 인텔의 지분 인수 논의에 참여 중이라는 보도를 부인하면서, "인텔이 첨단 반도체 기술에서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고 믿지만, 새로운 공급망을 구축하는 데는 시간이 걸린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