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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선물 뉴스

터키에서 목격한 국제무대 한중(韓中) 경쟁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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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최헌규 중국전문기자= 2025년 3월 1일 튀르키에(터키) 이스탄불 공항에 도착해 트랙을 빠져나오니 가장 먼저 식수대가 눈에 들어온다. 그냥 지나쳤을 법한 식수대가 눈에 띈 것은 한자 안내문 때문이었을 것이다. 한자로 '렁수이(冷水, 찬물)' '러수이(热水, 끓인 물)' 라고 표기돼 있고 현지어인 튀르키예 어(터키어)와 영어가 동서양간 교류처럼 그 아래에 차례로 적혀있었다. 중국인 유커(游客, 여행객)들이 많이 찾고 있다는 걸 말해주는 징표 같기도하고 유럽과 아시아에 동시에 걸쳐있는 도시 이스탄불의 상징처럼 보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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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와 유럽, 동서양 문화가 교류하는 연결지점으로서 여행 자체 매력도 그렇지만, 중국의 해외 진출과 글로벌 전략인 일대일로(一带一路)를 현장 체험하는데 튀르키예(터키)만한 나라가 없을 겁니다". 공항 로비 식수대의 한자 안내문을 보는 순간, 언젠가 전 주한 중국 대사관 지인이 명동에서 점심식사를 함께 하면서 했던 말이 퍼뜩 뇌리를 스친다.

일찌감치 휴가를 얻어 떠난 여정, 중국이 아닌 서방쪽 지역으로의 여행은 아주 오랫만이다. 그런데 직업 의식은 어쩔 수 없는가 보다. 중국을 전문으로 하는 외신 기자로서의 관성 때문인지 여행지에서 만나는 사람들과 사물, 현상을 습관처럼 자꾸 일반인 여행자가 아닌 기자의 눈으로 뜯어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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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최헌규 중국전문기자= 튀르키예 이스탄불 공항 식수대에 한자어 안내문이 간판 제일 윗쪽에 표시돼 있다. 사진= 최헌규 기자.  2025.03.13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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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최헌규 중국전문기자= 이스탄불 공항내 부동산 엑스포 광고. 사진=최헌규 기자. 2025.03.13 [email protected]

튀르키예 에서도 아파트는 사람들이 가장 선망하는 부동산 재화인것 같다. 건설 시행사가 내건 대형 부동산 엑스포 광고판이 입국장 안쪽 공항 라운지 내벽을 가득 메우고 있다. 튀르키예도 내집 마련이 하늘의 별따기라고 한다. 평생 월급을 다 쏟아부어도 제 2도시인 이스탄불 같은 곳에 집 한채 장만하기 힘들다. 물가는 가히 살인적이다. 공항내 스타벅스 매장의 아메리카노 한잔 판매가는 1만원(250리라, 1리라는 40원)이었다.

튀르키예는 인구 약 8천만 명에 1인당 GDP가 1만 2800달러 내외(2024년 기준)인 초보 중진국에 속한다. 1만 3000달러대인 중국과 비슷한 수준이다. 농업과 관광이 주요 산업이다. 농사를 지어 유럽 식탁을 채우고, 관광에서는 입국 여행자 4천여만명으로 세계 여행 인바운드 국 5위내에 든다. 자동차나 기계 전자 등 주요 산업 분야에 걸쳐 세계에 내세울만한 간판격 기업을 갖추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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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최헌규 중국전문기자= 튀르키예 이스탄불 공항 면세점에 중국 삼국지 조조의 고사로 유명한 안후이성 술로서, 중국 백주 8대 명주에 속하는 구징궁주(古井贡酒)가 전열돼 있다.  구징궁주는 약 22만원의 판매가로 시바스리갈 18년 산의 근 두배 가격에 팔리고 있었다.  사진=최헌규 기자.   2025.03.13 [email protected]

1952년 나토에 가입한 전통적 미국 동맹국이지만 최근엔 경제 이익과 실용주의를 앞세워 외교 다변화를 꾀하고 있는 모양새다. 특히 경제 분야에서는 중국의 일대일로에 적극 참여하면서 경협을 강화하고 있다.

중국은 튀르키예의 아시아 국가 최대 무역 파트너다. 2024년 중국과 튀르키예간 무역 규모는 500억 달러에 근접, 약 300억 달러의 미국을 크게 앞섰다.  

미국 군사동맹국으로 F-16 등을 전략적 무기로 삼고 있지만 얼마 전엔 중국 러시아 무기까지 구입, 미국과 미묘한 갈등을 빚기도 했다. 경협과 실리를 우선하는 이런 움직임으로 볼때 튀르키예에 있어 미국 중심의 나토 동맹국이란 의미가 점점 퇴색되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그러면서도 우버택시와 맥도널드 코카콜라 스타벅스는 여전히 현대 튀르기예인들의 가장 핫한 소비 아이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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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최헌규 중국전문기자= 튀르키에 관광지 괴르메 지역에 중국 유커의 관광 버스가 주차해 있다. 중국 유커의 튀르키예 여행객수는 50만명으로 한국인 현지 여행객수 10여만명을 크게 넘어섰다.  사진=최헌규 기자.    2025.03.13 [email protected]

중국 입장에서 튀르키예는 흑해 지중해 유럽 중동 아프리카를 비롯해 세계로 뻗나가는 전략적 교두보다. 이미 튀르키예는 고대 중국 실크로드의 주요 거점이었고, 현대판 실크로드격인 일대일로 전략에 있어서도 핵심적인 벨트로 꼽힌다. 중국은 이 루트를 따라 튀르키예가 간절히 바라는 중국인 유커를 보내고 기업 투자 교류를 진행하면서 협력관계를 굳히고 있다.

튀르키예 현지 여행사에 따르면 한국인의 튀르키에 여행자 수는 2024년 기준 10여만명 정도로 추정된다. 같은 해 튀르키예를 찾은 중국 유커(游客, 여행객) 수는 50만 명에 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코로나19 발생 이전 한때 한국인의 튀르키예 여행객이 많았지만 몇년 새 중국인 튀르키예 여행자 수가 한국 유커를 추월한 것이다.

일대일로는 여행자의 길인 동시에 중국 기업들이 해외로 진출하는 패스트트랙이기도 하다. 테슬라를 제친 세계 최대 전기차 수출 기업 중국의 BYD는 관세무역을 도발한 트럼프 대통령의 당선이 아직 불확실했던 2024년 10억 달러를 들여 튀르키예에 전기차 공장을 짖고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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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최헌규 중국전문기자= 튀르키예 관광 도시 아마시아의 한 전자 판매장이 외벽에 한국 삼성과 화웨이 등 중국 브랜드, 미국 아이폰 로고를 붙여놓고 있다.  사진= 최헌규 기자.   2025.03.13 [email protected]

유럽과 관세협정을 맺은 튀르키예에서 무관세로 유럽 시장에 수출할 수 있다는 전략적 고려 때문인데 대응이 전광석화처럼 참 기민하다.  2026년 부터 연간 15만대 씩 생산하게 될 BYD의 튀르키예 전기차 공장 투자는 트럼프의 당선으로 글로벌 무역 관세 전쟁이 격화하면서 한층 빛을 발하고 있다.

이스탄불을 비롯한 튀르키예 주요 도심 거리에는 마치 국제 자동차 야외 박람회장을 연상케 하듯 각국 주요 자동차 브랜드들이 종횡무진 질주한다. 우리의 현대차를 비롯해 피아트 볼보 포드 벤츠 BMW 아우디 르노 도요타 닛산 등 브랜드를 이루 다 헤아릴 수 없을 정도다.

튀르키예 국유지분의 로컬 브랜드 '토그' 전기차도 눈에 띄었는데 외국산 수입자에 밀려 쪽을 쓰지못한다고 현지 안내인은 귀뜸했다. 현지에 한창 공장 건설중인 BYD의 경우 아직 도로를 달리는 자동차는 볼 수 없었지만 버스 차창 밖으로 'BYD 로고' 간판이 얼핏 스쳐지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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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최헌규 중국전문기자= 튀르키예 내륙 도시 추룸의 대형 전자 매장에 중국 스마트폰 회사 오포 판매장이 설치돼 있다.  사진= 최헌규 기자.  2025.03.13 [email protected]

고물가국인 튀르키예는 특히 자동차와 스마트폰 같은 첨단 공업 제품 가격이 비싸기로 악명이 높다. 현대차 투산 신형이 9천만원, 산타페가 고사양 옵션으로 1억 5천만원이라고 하니 관세를 포함한 튀르키예 현지 자동차 가격이 얼마나 비싼지 실감이 간다.

튀르키예의 내륙 도시 '추룸' 여행중에 짬을 내 '미디어 마켓' 전자제품 매장에 들렀더니 삼성 갤럭시 S25 울트라가 우리돈 365만원(현지 화폐 91499리라)에 판매중이었다.

BYD 전기차 공장 진출에서 보듯 중국은 유럽의 전략적 거점인 튀르키예 현지 진출에서 이미 한국을 앞서가고 있다. 또 스마트 폰과 가전제품에서도 한국과 미국(아이폰) 제품을 압도하고 있는 분위기다. 추룸의 이 대형 '미디어 마켓' 스마트폰 매장에 우리 브랜드 중에는 삼성 제품이 유일했지만, 중국의 경우 화웨이 오포 비보 등 3개 회사가 진을 치고 있었다. 스마트폰과 함께 공기 청정기를 진열한 샤오미 매대도 여행객의 눈길을 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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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최헌규 중국전문기자= 튀르키예 내륙 도시 추룸의 대형 전자 매장에 중국 화웨이 제품 판매장이 설치돼 있다. 사진= 최헌규 기자. 2025.03.13 [email protected]

서울= 최헌규 중국전문기자(전 베이징 특파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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