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경기 침체' 배제 않자 뉴욕증시 급락…나스닥 4%↓

[뉴욕=뉴스핌] 김민정 특파원 = 10일(현지시간) 뉴욕증시에서 주요 지수가 급락 중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경기 침체를 감수하더라도 자신의 정책을 고수할 것을 시사하면서 투자자들은 미국 주식을 공격적으로 매도하고 있다.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미국 동부 시간 오후 1시 11분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전장보다 626.67포인트(1.46%) 내린 4만2175.04를 기록했다. 대형주 위주의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144.60포인트(2.50%) 밀린 5625.60을 가리켰다.
최근 몇 년간 뉴욕증시 강세를 주도한 기술주의 낙폭은 더욱 두드러졌다. 같은 시각 나스닥 종합지수는 724.73포인트(3.98)% 급락한 1만7471.49를 나타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주말 폭스뉴스와 인터뷰에서 경기 침체 가능성과 관련한 질문에 "우리는 매우 큰 일을 하고 있기 때문에 '과도기'가 있을 것"이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미국에 부를 가져오고 있고 그것은 큰 것"이라며 "시간이 걸리겠지만 나는 그게 우리에게 매우 좋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침체가 임박했다고 생각하냐는 질문에도 "그런 것을 예상하는 것을 싫어한다'면서 "우리는 지장을 받을 것이지만 괜찮을 것"이라고 했다.
지난 1월 20일 출범한 트럼프 정부는 캐나다와 멕시코, 중국에 대한 신규 및 추가 관세, 대대적인 불법 이민자 추방, 연방 정부 대규모 감원 등을 진행 중이다. 이처럼 정책 변화가 급격히 진행되면서 연초 미국 소비자들은 경제 활동을 주저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 같은 상황은 최근 연성 및 경성 경제 지표에 나타나고 있다.
최근 애틀랜타 연방준비은행의 국내총생산(GDP) 나우는 1분기 미국의 경제 성장률이 마이너스(-)2.4%를 기록할 것으로 예측하면서 경기 침체 우려에 무게를 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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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증권거래소(NYSE) 트레이더.[사진=로이터 뉴스핌] 2025.03.04 [email protected] |
관세가 인플레이션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 속에서 소비자의 기대 인플레이션 역시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연방준비제도(Fed)가 지난해 9월 이후 3차례 금리 인하를 멈추고 새 정부 정책이 경제에 미칠 영향을 살피며 인플레이션의 진행 상황을 관찰하는 가운데 이 같은 상황은 연준의 경기 대응력을 제한할 수 있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주식시장에서는 최근 대규모 매도세가 펼쳐지고 있다. S&P500지수는 연초 이후 4% 이상 내렸으며 나스닥 지수도 9% 넘게 하락했다.
백악관은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을 방어하고 나섰지만 상황을 바꾸지는 못 했다. 케빈 해셋 미국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은 이날 CNBC와 인터뷰에서 미국의 상호 관세 정책이 발표되는 내달에는 무역 관련 불확실성이 해소될 것이라며 미국 경제를 낙관했다. 특히 1분기 경제 성장률이 플러스(+)를 기록할 것으로 보고 트럼프 정부가 추진하는 감세가 가시화하면서 2분기에는 경제가 이륙할 것으로 기대했다.
기술주 전반의 약세 속에서 인공지능(AI) 대장주 엔비디아는 큰 폭으로 하락 중이다. 이날 장중 엔비디아는 5% 하락하며 107.06달러까지 밀렸다. 지난 1월 7일 장중 사상 최고치인 153.13달러와 비교하면 30%나 하락한 것이다.
테슬라는 이날 13% 넘게 급락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의 극우 행보가 유럽 등지에서 테슬라 차량 판매 감소로 이어지면서 투자자들은 테슬라 주식을 적극적으로 팔아치우고 있다. 테슬라는 지난주에만 16% 급락했으며 지난 1월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44%나 하락했다.
애플과 구글의 모기업 알파벳, 메타플랫폼스 역시 5% 이상의 낙폭을 기록 중이며 마이크로소프트와 아마존닷컴 역시 3%가량 하락 중이다.
노스라이트 애셋 매니지먼트의 크리스 자카렐리 최고투자책임자(CIO)는 "나스닥은 올 한 해 동안 위험 회피를 겪고 있다"며 "연초 높은 밸류에이션과 전반적인 불확실성 확대라는 불운한 조합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트레이드의 크리스 라킨 트레이딩 및 투자 부문 상무이사는 "시장에는 항상 여러가지 힘이 작용하고 있지만 현재는 거의 모든 요인이 관세에 밀려나 있는 상황"이라며 "무역 정책에 대한 더 명확한 방향이 나오기 전까지는 트레이더와 투자자들이 지속적인 변동성을 예상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변동성도 급등했다. '월가의 공포지수'로 불리는 시카고옵션거래소(CBOE) 변동성지수(VIX)는 이날 26까지 올라 지난해 12월 18일 이후 최고치였다.
침체 우려에 안전자산인 미 국채 수익률은 급락 중이다. 뉴욕 채권시장에서 10년 만기 미 국채 금리는 전장보다 9.29bp(1bp=0.01%포인트(%p)) 내린 4.225%를 가리켰고 정책 금리에 민감한 2년물은 8.1bp 하락한 3.921%를 나타냈다. 채권 금리는 가격과 반대로 움직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