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인도, 관세 훨씬 낮추기로 합의"...印 "세부 사항 논의는 시기상조"

[방콕=뉴스핌] 홍우리 특파원 = 인도가 높은 관세를 대폭 낮추는 데 합의했다는 소식이 미국을 통해 전해졌지만 인도는 해당 사안에 대한 즉답을 피했다.
블룸버그 통신 등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7일(현지시간) 기자들과 만나 "인도는 우리에게 엄청난 관세를 부과한다"며 "인도에서 팔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어 "그러나 인도가 이제는 (관세 인하에) 동의했다. 그들은 이제 관세를 대폭 낮추고 싶어 한다"며 "누군가가 마침내 그들이 해 온 일을 폭로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자신이 인도의 높은 관세에 대해 문제를 제기함으로써 인도의 관세 인하 협상을 이끌어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대선 때부터 인도의 높은 관세를 비난해 왔다. 인도가 관세를 통해 미국을 상대로 거액의 무역수지 흑자를 내고 있다며 인도를 '무역에 있어 매우 큰 악당'이라 불렀다. 이달 4일(현지시간) 가진 집권 2기 첫 의회 연설에서는 "인도는 우리에게 100%보다 높은 자동차 관세를 부과하고 있다"며 보복 조치를 취할 것임을 또 한 번 강조했다.
미국은 인도의 최대 무역 상대국이다. 2023/24회계연도(2023년 4월~2024년 3월) 양국 간 상품 교역 규모는 1180억 달러(약 171조 5484억원)로, 인도가 미국에 대해 457억 달러의 무역수지 흑자를 기록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대선 때부터 주장해 온 상호관세를 내달 2일부터 부과하기로 선언한 가운데, 인도는 미국과의 무역 분쟁을 피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지난 2월 2025/26회계연도 연방 예산을 발표하며 위스키와 고급 오토바이 등에 대한 관세를 낮추기로 했고, 최근에는 자동차 등에 대한 추가 관세 인하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는 지난달 중순 미국을 방문해 트럼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가졌다. 모디 총리는 이 자리에서 양국 간 무역 규모를 2030년까지 5000억 달러 이상으로 늘리기 위한 무역협정 체결과 미국산 무기 구매·에너지 수입 확대 등을 약속했다.
이달 3일에는 피유시 고얄 인도 상공부 장관이 모든 일정을 취소하고 미국 방문길에 올랐다. 고얄 장관은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부 장관 등과 무역 협상을 하고 지난 8일 인도로 돌아왔다.
한편 인도 측은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대폭 합의' 발언에 대해 즉답을 피했다. 인도 매체 PTI는 정부 소식통을 인용, "인도와 미국 간 무역협정에 대한 협상이 이제 막 시작되었다"며 '관세 인하' 등과 같은 세부 사항에 대해 논의하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전했다.
PTI에 따르면, 비크람 미스리 인도 외무부 차관은 8일 가진 언론 브리핑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관련 발언에 대한 질문을 받자 "현재 논의 중인 사안을 언급하는 것은 옳지 않다"며 "이와 관련해 다른 여러 파트너들과의 논의가 진행 중이고, (관세 인하 논의도) 그 맥락에서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소식통 또한 "인도는 최근 체결한 양자 무역협정에 따라 호주·아랍에미리트·스위스·노르웨이 등 주요 선진국에 적용하던 평균 관세를 상당히 인하했고, 현재 유럽연합(EU)·영국 등과도 유사한 협상을 진행 중"이라며 "미국과의 논의도 이런 맥락에서 보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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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 로이터=뉴스핌] 홍우리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가 2월 13일 미국 백악관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진행 중이다. 2025.02.14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