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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관세, 미국의 4배? FTA 쏙 뺀 트럼프식 계산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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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최원진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자유무역협정(FTA) 체결국인 한국에 대해 '미국보다 4배 높은 관세를 부과하고 있다'라고 언급한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트럼프 대통령은 현지시간 4일 워싱턴DC 연방 의사당에서 한 연설에서 "한국의 평균 관세는 (미국보다) 4배 높다"라며 "우리는 한국을 군사적으로 그리고 다른 방식으로 도와주는데도 이렇다"고 말하며, 상호 관세는 오는 4월 2일 발효될 것이라고 예고했다.

이에 우리 정부는 즉각 해명에 나섰다. 5일 기획재정부는 "지난해 기준 대미 수입품에 대한 실효 관세율은 0.79% 수준"이라며 "환급까지 고려하면 이보다 낮은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우리나라는 2007년 미국과 FTA를 체결하고 대부분의 상품을 무관세로 들이고 있다. 이에 지난해 미 수입품에 대한 평균 관세율이 0.79% 수준이란 설명이다. 환급까지 고려하면 사실상 0%다.

그렇다면 트럼프 대통령은 왜 '4배'라고 언급했을까. 트럼프 대통령이 상호 관세를 예고한 지난달, 로이터 통신이 세계무역기구(WTO) 데이터를 인용해 만든 도표가 주요 언론에서 널리 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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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로이터 뉴스핌]

해당 도표에는 '미국 상위 15개 교역국의 평균 관세율'이라며 WTO 회원국끼리 부과하는 평균 최혜국 대우(MFN) 관세율을 나타냈는데, 한국의 MFN 관세율은 13.4% 수준으로 미국(3.3%)의 4배가 맞다.

그러나 한국은 미국과 FTA를 체결한 상태라 이 관세율을 적용하지 않는다.

도표 아래에는 작은 회색 글씨로 '미국은 캐나다, 멕시코, 한국과 FTA를 체결하고 있어 이들 국가 간 거의 모든 관세가 철폐됐다'란 주석이 달렸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이 도표를 얼핏 봤다면 이 주석을 읽지 못했을 가능성이 있다.

결국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한 '4배'는 이 도표를 자세히 보지 않아 잘못 말한 것이거나, 평소에 한국을 FTA 체결국으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는 바를 시사한다. 아니면 의회 연설문을 작성한 관계자가 한미 FTA 체결 사실을 모른 채 이 도표를 인용했을 가능성도 있다.

우리 정부는 다양한 협의 채널을 통해 한국이 미국에 부과하는 관세가 거의 없다는 것을 설명하겠단 입장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의도적으로 한국을 콕 집어 언급한 것일 수 있단 의혹도 제기된다. MFN 관세율만 놓고 따지자면 지난해 미국 상위 15개 교역국 중 인도(17%)가 가장 높다. 인도는 미국과 FTA를 체결하지 않은 국가이기도 하다.

지적해도 미국의 5배의 관세를 부과하는 인도에 하는 게 합리적인데, 한국을 지목한 것은 결국 한국을 압박하려는 게 아니냐는 진단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연설 중 한국을 콕 집어 언급한 뒤 "미국은 이처럼 부당한 대우를 받는다"라며 예고한 상호 관세가 4월 2일 발효될 것이라고 발표했는데, 이는 마치 한국을 우선으로 상호 관세 대상에 올리겠단 해석의 여지를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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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현지시간) 의회 연설 나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로이터 뉴스핌]

오는 4월 1일까지 미국 교역 상대국에 대한 상호주의 조사를 마치고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고할 하워드 러트닉 상무부 장관은 관세만 고려하는 게 아니라 대미 규제, 부가가치세(VAT), 정부 보조금, 환율 정책 등과 같은 비(非)관세 장벽도 들여다보겠다고 했었다.

지난달 15일 트럼프 대통령은 "VAT 시스템을 사용하는 나라를 미국에 관세를 매기는 나라로 여기겠다"라고 말한 바 있기도 하다.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전쟁은 미국의 무역적자 해소를 위한 것이란 점을 감안하면 FTA를 체결한 한국에도 비관세 장벽을 이유로 관세를 부과하려 할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한국의 대미흑자 규모는 상당하다. 지난해 한국의 대(對)미국 무역 흑자액은 557억 달러(약 80조 3860억 원)다. 중국, 멕시코, 베트남, 아일랜드, 독일, 대만, 일본에 이어 8번째로 많은 흑자를 미국을 상대로 내고 있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행정부가 캐나다, 멕시코에 펜타닐 등 마약과 불법 이민자들의 국경 유입 차단 지원을 요구한 것처럼 한국에는 한미 FTA 재협상 등을 압박하는 데 관세 카드를 활용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톰 래미지 한미경제연구소(KEI) 경제분석관은 미국의소리(VOA)에 "트럼프 대통령은 2018년 한미 자유무역협정 재협상에 대해 매우 자부심을 갖고 있다"라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이런 관세들을 미국의 한국에 대한 무역 적자를 줄이고, (한국에) 미국산 자동차와 같은 다른 품목의 수입을 장려하기 위한 출발점으로 삼으려 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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