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서 10년 만에 홍역 사망자...'백신 회의론' 장관 "드문 일 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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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최원진 기자= 미국에서 10년 만에 홍역으로 인한 사망자가 나왔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이 2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미 텍사스 주(州)보건복지부는 북서부 도시 러벅 병원에 입원한 학령기 아동이 홍역으로 숨졌다고 알렸다. 사망 아동은 백신을 맞지 않았다고 밝혔다.
미국에서 홍역으로 인한 사망자가 나온 것은 지난 2015년 이후 10년 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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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현지시간) 미국 텍사스주 게인즈 카운티 세미놀에 있는 홍역 검사 진료소 안내 푯말. [사진=로이터 뉴스핌] |
WSJ는 2000년에 미국에서 거의 사라졌던 홍역이 최근 몇 년 동안 백신 접종률이 낮아지면서 전국적으로 발병이 증가하는 추세라고 짚었다.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올해 들어 홍역 발병은 텍사스, 뉴욕, 캘리포니아, 뉴저지, 조지아, 알래스카, 로드아일랜드 등 8개 지역에서 보고됐다.
특히 확산세가 심한 텍사스주의 경우 올해 1월부터 현재까지 최소 124건의 홍역 발병 사례가 확인됐다.
발병 환자 연령대를 보면 5~17세 아동과 청소년이 62명으로 가장 많고, 0~4세 유아도 39명에 달했다. 18세 이상 성인 감염자는 18명이다.
이들 가운데 백신 접종자는 5명에 불과했다. 텍사스주 발병 사례의 3분의 2 가까이가 게인즈 카운티에서 발생했는데, 이 지역 유치원생의 약 18%가 지난 학년도에 백신 접종을 거부해 면제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주 내 모든 카운티 중 가장 높은 비중으로, 10년 전 7.5%에서 급등했다.
CDC에 따르면 미국 전역의 유치원생의 예방 접종률은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감소 추세다. 가뜩이나 감염에 취약한 아동인데 백신 접종률까지 떨어지면서 홍역이 다시 기승을 부리고 있단 설명이다.
주요 매체들은 10년 만에 홍역으로 인한 사망자가 나오면서 백신 접종의 중요성이 대두되고 있는 가운데 '백신 회의론자'로 알려진 로버트 F. 케네디 주니어가 보건복지부 장관직에 오르면서 공중보건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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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현지시간) 첫 내각 회의에 참석한 로버트 F. 케네디 주니어 미국 보건복지부 장관. [사진=로이터 뉴스핌] |
로버트 케네디 전 법무부 장관의 아들로, 케네디가 사람이자 지난 대통령 선거 때 무소속 후보로 출마했다가 막판에 도널드 트럼프 당시 공화당 후보에 지지를 표명한 케네디 주니어 장관은 과거 정부의 백신 의무화를 비판하고 백신이 자폐증을 유발한다는 주장을 펼쳐 논란이 된 바 있다.
케네디 주니어 장관은 이날 백악관에서 열린 트럼프 행정부 2기 첫 공식 내각 회의에서 홍역 사망자 발생에 대해 대수롭지 않다는 듯 "드문 일은 아니다"라며 "우리는 매년 홍역 발병을 겪고 있다"라고 말했다.
그는 홍역 백신 접종 등 별다른 대책을 내놓지 않았다. 보건복지부도 이와 관련해 어떤 성명도 발표하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홍역-볼거리-풍진(MMR) 백신 접종이 최선의 방법이라고 입을 모은다. 홍역 백신이 나오기 전인 1960년대만 해도 미국에서는 매년 홍역으로 인한 사망자가 400~500명이었지만 백신이 나온 뒤로는 지난 10년 동안 사망자가 없었기 때문이다.
텍사스주 비영리 의료기관인 커버넌트 헬스의 라라 존슨 최고의료책임자(CMO)는 자신이 20년 전 의대를 졸업했을 때만 해도 홍역 환자가 또 생길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면서 "우리가 계속해서 낮은 백신 접종률을 기록한다면 이런 일이 더 자주 일어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