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메이저 BP의 새 전략은… "석유·가스 등 화석연료에 다시 집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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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뉴스핌] 장일현 특파원 = 세계 10대 에너지 메이저 중 한 곳인 영국의 BP가 26일(현지시간) 재생에너지 사업을 대폭 축소하고, 석유와 가스를 주축으로 한 전통 화석연료 중심의 비즈니스 전략을 다시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
머리 오친클로스 BP 최고경영자(CEO)는 이를 "BP 전략의 근본적인 재설정"이라고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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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 오친클로스 BP 최고경영자. [사진=로이터 뉴스핌] |
오친클로스 CEO는 이날 영국 런던에서 열린 투자자의 날 행사에서 "오는 2030년까지 석유와 가스 생산 목표를 하루 최대 250만 배럴 수준으로 끌어올릴 것"이라며 "이 분야 지출을 지금보다 20% 많은 연 100억 달러 수준으로 높이겠다"고 말했다.
이 같은 생산 목표는 전임 CEO 버나드 루니가 화석연료 생산량을 150만 배럴까지로 줄이겠다고 했던 전략을 완전히 뒤집은 것이다.
BP의 2024년 생산량은 하루 236만 배럴이다.
오친클로스 CEO는 "향후 5년 동안 최대 27개의 새 프로젝트를 시작할 계획"이라면서 "우리 앞엔 더 개척해야 할 160억 배럴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재생에너지 분야의 지출은 70% 삭감해 15억~20억 달러로 줄일 것이라고 했다. 작년보다 30억 달러 줄어든 수준이다. 그러면서 저탄소 옵션에 대한 투자는 "매우 선택적으로" 이뤄질 것이라고 했다.
오친클로스 CEO는 "(글로벌 시장에서) 재생에너지로의 빠른 전환에 대한 낙관론은 사라졌고, 석유에 대한 세계 수요는 회사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강하다"면서 "우리는 사회가 움직이는 방식에 적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BT가 재생에너지 지출 대폭 삭감과 함께 석유와 가스 사업으로 회귀했다"고 말했다.
이 매체는 "BP의 방향 전황은 5년 전 내놨던 전략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라고 말했다.
루니 전 CEO는 2050년까지 BP를 넷제로(Net Zero·탄소중립) 회사로 만들겠다고 발표했다. 2030년까지는 재생에너지 발전용량을 50기가와트(GW)로 만들겠다고 했다.
그의 전략은 BP를 에너지 전환의 선두주자로 자리매김하는 데 도움을 줬지만 주주들의 지지를 얻는데는 실패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BP는 지난 2년 동안 시장 가치의 약 4분의 1을 잃은 반면, 경쟁사인 쉘과 엑손모빌의 시장 가치는 석유와 가스 생산을 확대하면서 증가했다"고 말했다.
행동주의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의 공격적인 압박도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다. 엘리엇은 최근 몇 달 동안 약 38억 파운드를 들여 BP 주식의 5%를 사들였고 주주들은 이에 대한 적극적인 대처를 요구했다.
BP는 오는 2027년까지 자산 매각을 통해 최소 200억 달러를 조달하겠다고 했다. 매각 대상에는 윤활유 부문인 캐스트롤(Castrol)과 태양광 사업 부문인 라이트소스(Lightsource) 지분이 포함될 수도 있다고 FT는 전망했다.
오친클로스 CEO는 "앞으로 2년 동안 최소 40억 달러의 비용을 절감하고 순부채를 5분의 1 수준으로 줄이겠다"고 말했다.
한편 BP는 전날 이라크 정부와 이라크 북부 키르쿠크 지역의 4개 유전 및 가스전 재개발 협약을 체결했다고 발표했다. BP는 사업 기간 동안 총 250억 달러(35조 8050억원)를 투입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