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가 부추기는 美 스태그플레이션 공포..."쓰라린 1970년대 기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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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박공식 기자 = 완고한 인플레이션 흐름과 관세를 앞세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강경 일변도 무역정책이 미국 경제계에 스태그인플레이션 재현 공포를 유발하고 있다고 로이터통신이 21일 보도했다.
1970년대 미국인들은 저성장 속에 물가가 앙등하는 스태그플레이션 고통을 경험한 바 있다.
통신은 최근 수 주 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친성장 기조에 고무돼 있던 미국 투자자들 사이에서 스태그플레이션 재현 우려가 최대 리스크의 하나로 자리잡았다고 분석했다. 앞으로 예상되는 무역 전쟁과 징벌적 관세가 미국의 성장을 저해할 수 있다는 전망이 그 배경이다.
브랜드와인 글로벌의 포트폴리오 매니저인 잭 맥킨타이어는 "견고한 인플레이션 때문에 연준의 운신 폭이 제한되는 동안 소비자 수요를 저해할 수 있는 정책들로 인해 스태그플레이션 가능성이 되살아났다"고 말했다.
특히 1월 소비자물가(CPI)가 연율 3%로 작년 8월 이후 가장 가파르게 상승했다는 지표가 발표된 후 스태그플레이션 퍼즐의 핵심 조각 하나가 단단히 자리 잡고 있다는 우려는 커졌다.
미 연준 이사들도 인플레이션이 연준 목표인 2%대에 안착하기 힘들 수 있다고 경계한다. 라파엘 보스틱 애틀란타 연방은행 총재는 "기업들이 관세부과로 인한 비용 증가를 우려하고 있다"며 "이는 소비자판매 가격으로 전가될 것"이라고 말했다.
퍼즐의 다른 한 조각인 미국의 경제 성장과 관련해서는 트럼프의 관세로 한층 높아진 물가 때문에 소비가 위축되면서 성장 속도가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이노베이터 캐피털 매니지먼트의 수석투자전략가인 팀 어반노비츠는 "인플레이션 걱정보다 더 우려할 것이 스태그플레이션이다"며 "관세가 소비자에게 세금으로 작용하고 기업 이익과 경제 성장에 부담을 주어 성장이 둔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예상했다.
뱅크어브아메리카(BofA)가 18일 공개한 글로벌 펀드매니저 서베이에서도 내년까지 스태그플레이션을 예상하는 매니저들의 비중이 최근 7개월래 가장 많았다.
물론 일각에서는 무역 전쟁 가능성을 낮게 보면서 관세가 성장에 미치는 악영향이 오래가지 않을 것이라는 낙관적 분석도 나온다.
캐피털 그룹의 자산서비스 책임자인 매디 데스너는 "관세는 처음에 물가 압력을 가중시키나 장기적으로 국제적 경쟁을 완화시켜 성장을 촉진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캐피털 그룹이 10년만기 재무부 채권 수익률 전망을 지난 해 3.7%에서 3.9%로 올린 것도 관세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사실 스태그플레이션 공포는 인플레이션율이 급등하고 주식과 채권가격이 폭락하던 2022년에도 잠시 고개를 들었다. 그러나 인플레이션이 누그러지고 성장이 견조하게 유지되면서 공포가 현실화하지는 않았다.
이번에도 미국 경제는 스태그플레이션을 피해갈 것이라 예상하는 사람이 많다. 1970년대 평균 7%에 달했던 근원 인플레이션 상승률이 현재 3%대에 머물러 있고 인플레이션 기대치가 안정적이라는 점을 그 이유로 든다.
그러나 무디스 애널리틱스의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마크 잔디는 시장이 스태그플레이션 위험을 과소평가해서는 안된다고 경고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선거 공약대로 불법 체류자를 대거 추방할 경우 일손 부족으로 인한 임금상승이 인플레이션의 수위를 다시 끌어올릴 수 있다고 했다.
그는 "관세와 추방은 둘 다 1970년대 스태그플레이션 당시 국제 유가의 앙등처럼 부정적인 공급 쇼크를 초래해 인플레이션을 밀어올리고 성장을 압박할 수 있다"고 말했다.
BNP 파리바의 구니트 딩그라는 시장이 지난 6개월 동안 트럼프의 친성장 정책에 안주했다고 말했면서 "스태그플레이션을 우려하는 투자자들은 2년만기 국채를 팔고 저상장 시기에 유리한 10년만기 국채를 살 것"이라고 전망했다.
자산운용회사인 스테이트 스트리트 글로벌 어드바이저스(SSGA)의 미주 리서치 책임자인 매튜 바르톨리니는 금에 대한 관심 증대는 일부 투자자들의 우려를 반영한다고 해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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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뉴욕시 맨하튼의 수퍼마켓 [사진=로이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