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외환] 美 국채가, 베센트 재무 발언에 상승...달러화는 약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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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고인원 기자= 20일(현지 시간) 미 국채 가격은 장기 채권 발행량이 조만간 늘어날 가능성을 일축한 스콧 베센트 미국 재무장관의 발언에 따른 안도감 속에 일제히 상승했다.
베센트의 발언에 따른 국채 금리 하락과 예상에 못 미친 경제 지표에 따른 미 경제 둔화 우려 속 미 달러화는 약세를 보였다.
이날 뉴욕 채권 시장 오후 거래에서 기준금리가 되는 10년 만기 미 국채 수익률은 전일 대비3.0bp(1bp=0.01%포인트) 하락한 4.505%를 기록했다.
단기물인 2년물 수익률은 4.27%로 0.4bp 하락했다. 채권 수익률(금리)과 채권 가격은 서로 반대로 움직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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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콧 베센트 미국 재무부 장관 지명자. [사진=로이터 뉴스핌] |
스콧 베센트 미국 재무부 장관은 이날 블룸버그TV와의 인터뷰에서 미 연방준비제도(연준)의 양적 긴축(QT) 프로그램을 포함한 여러 장애물로 인해 당분간 장기물 국채 발행량을 늘릴 가능성이 없다고 밝혔다.
장관은 "장기물 채권 발행을 더 미루게 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으며, (발행 시기는) 아마 올해 말이나 2026년 초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베센트는 그간 장기물 국채 발행량을 늘려 국채 수익률 곡선을 정상화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여왔으나 이 같은 입장에서 한 걸음 물러선 모습을 보인 것이다.
또한 이날 장관은 미 연준과 QT 축소를 중단하는 방안을 협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 1월 연방시장공개위원회(FOMC) 회의록에 따르면 연준은 국회에서 부채한도 협상이 끝날 때까지 QT 속도를 늦추거나 중단하는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베센트 장관은 "연준이 QT를 멈출 가능성이 있으며, 이 문제를 연준과 협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연준이 예상보다 빨리 QT를 종료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바클레이즈의 조셉 아베이트 금리 전략가는 이와 관련해 "연준이 3월이나 5월 회의에서 QT를 중단했다가 9월이나 10월에 다시 시작하는 것은 비합리적일 수 있다"며 연준이 QT를 일찍 종료할 가능성이 크다고 언급했다.
이날 재무부가 실시한 90억 달러 규모 입찰은 다소 부진한 수요 속에 시장 예상보다 약간 높은 수익률에 마무리됐다. 이날 입찰에서 30년 만기 물가연동국채(TIPS)의 발행 수익률은 2.403%로 결정됐다. 직전 입찰인 지난해 8월의 2.055%에 비해 높아진 것으로 지난 2010년 이후 최고치다. 응찰률은 2.48배로 직전 입찰의 2.61배에서 낮아졌다.
연준의 QT 일시 중단 가능성으로 미 국채 금리가 하락하며 이날 미 달러화가 약세를 보인 반면, 일본 엔화는 일본중앙은행(BOJ) 금리 인상 기대감에 강세를 보였다.
주요 6개 통화 대비 달러의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화 지수는 이날 뉴욕 거래 후반 0.76% 내린 106.36을 가리켰다.
장기물 발행 가능성을 일축한 베센트 재무 장관의 발언과 더불어 시장 기대를 웃돈 주간 실업보험 청구 건수도 달러에 하방 압력을 가했다.
미국 노동부에 따르면 지난 15일로 끝나는 주에 신규로 실업보험을 청구한 사람은 계절 조정 기준 21만 9000명을 기록했다. 직전 주보다 5000명 증가했고 시장 예상치 21만 5000명도 웃돌았다. 이날 공개된 필라델피아 연방준비은행의 제조업 지수가 1월 44.3에서 2월 18.1로 26.2포인트 급락한 것도 미 경제의 둔화 우려를 키우며 달러에 부담을 줬다.
비엔나의 결제 회사인 코네라의 글로벌 거시 전략가 보리스 코바체비치는 "미국 경제의 모멘텀이 둔화되고 있으며, 이는 달러에 긍정적인 배경을 제공하지 않는다"고 진단했다.
이날 엔/달러 환율이 1달러당 149.40엔까지 떨어지며 엔화 가치는 11주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엔/달러 환율이 150엔 선 밑으로 내려간 것은 작년 12월 9일 이후 2개월여 만이다.
전문가들은 BOJ의 추가 금리 인상 관측이 시장에서 퍼지면서 미일 간 금리 차 축소를 의식한 달러 매도, 엔화 매수 움직임이 강해진 것으로 풀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