젤렌스키, 미·러 밀착 회담에 격분..."우크라 빼고 종전 안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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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뉴스핌]김근철 특파원=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18일(현지 시간) 미국과 러시아의 일방적인 종전 협상에 강력히 반발하며 "우크라이나를 배제한 채 전쟁을 종식시킬 수 없다"고 말했다.
중동 순방 일정에 따라 이날 튀르키예 수도 앙카라를 찾아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과 정상 회담을 가진 젤렌스키 대통령은 사우디아라비아 수도 리야드에서 열린 미국과 러시아의 고위급 협상 결과 소식을 접한 뒤 이같이 밝혔다.
그는 "우크라이나 없이는 우크라이나 전쟁을 종식시킬 수 없으며 어떤 (종전) 조건도 부과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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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사진=로이터 뉴스핌] |
젤렌스키 대통령은 또 "사우디에서 열리는 미·러 고위급 종전 회담에 (우리는) 초대받지 못했다"면서 "이는 우리에게도, 다른 말로는 놀라운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미·러 종전 회담 개최도 언론을 통해서 알게 됐다면서, 당초 19일로 예정됐던 사우디아라비아 방문도 취소하겠다고 밝혔다.
뉴욕 타임스(NYT)는 미국과 러시아가 협상에서 우크라이나를 배제한 채 양국 관계 발전을 토대로 협상팀을 가동 합의 등을 발표하자, 젤렌스키 대통령이 도널드 트럼프 정부의 협상 방식을 가장 격렬하게 비난했다고 전했다.
앞서 미국과 러시아는 이날 리야드에서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을 위한 고위급 첫 협상을 가졌다. 미국 측에선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스티브 비건 중동 특사와 로버트 오브라이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나섰고, 러시아에선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과 유리 우샤코프 크렘린궁 외교 정책 보좌관 등이 참석했다.
회담을 마친 뒤 폼페이오 장관은 기자회견에서 우크라이나 분쟁을 종식하기 위한 고위급 협상팀을 구성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미국 측은 이와 함께 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악화된 미·러 관계를 복원·개선하고, 우크라이나 전쟁 재건으로 인한 '역사적 경제적 기회'를 위한 공동의 기반을 다지며, 사우디의 계속된 협상 중재를 통해 향후 종전 협상을 진전시킨다는 합의 사항을 발표했다.
이번 미국과 러시아 고위급 대표단의 합의는 양국의 관계 개선과 다양한 협력 강화를 바탕으로 향후 우크라이나 종전 협상을 주도하고, 이 과정에서 러시아의 요구도 상당 부분 반영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도 회담 이후 기자들에게 미국 대표단과 '유용한 협상'을 가졌으며, 미국 정부가 러시아의 입장을 더 잘 이해하기 시작했다며 만족감을 표시했다.
NYT는 미국과 러시아가 첫 번째 협상에서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은 물론, 금융 투자와 양국 관계 회복을 위해 노력하기로 합의하면서 양국 관계를 전면적으로 재설정하는 방향으로 나아갔다고 분석했다.
신문은 이와 함께 우크라이나는 물론 유럽이 동맹이 아닌 적처럼 행동하는 도널드 트럼프 정부의 행동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