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경 진단] ① '민생 회복' 예산 24조 투입…전 국민 지역화폐 25만원 지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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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이 총 35조원에 달하는 '슈퍼추경' 계획안을 발표했다. 최근 여야 간 추경 논의가 급물살을 타고 있는 가운데 민주당이 구체적인 계획안을 제시하면서 추진 동력에 더욱 불이 붙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추경의 규모와 용처 등에 대한 반발도 적지 않은 상황이다. <뉴스핌>은 민주당 추경 계획안의 세부적인 내용과 이에 대한 경제 전문가들의 제언 등을 짚어보고자 한다.
[세종=뉴스핌] 김기랑 기자 = 더불어민주당은 이번 추경 계획안에서 '민생 회복' 분야에 전체 35조원 중 약 70%에 달하는 24조원을 할애했다. 여기에는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핵심 공약인 '전 국민 지역화폐 25만원 지급' 등이 포함됐다.
민주당은 대규모 재정을 투입해 가계 지출 부담을 낮추고 내수를 부양하겠다는 방침이지만, 조기 대선을 염두에 둔 현금 살포성 '포퓰리즘(대중영합주의)'이라는 비판도 적지 않다. 재정 당국과 경제 전문가도 추경 필요성에 대해서는 공감하면서도 지역화폐 사업 등에는 의구심을 드러내고 있다.
◆ '민생 회복' 24조 투입…전 국민 25만원 '소비쿠폰' 13조 편성
지난 13일 민주당이 발표한 추경 계획안의 세부적인 내용을 보면, '민생 회복' 분야 24조원과 '경제 성장' 분야 11조원을 합해 총 35조원 규모로 편성됐다. 당초 이 대표가 제시했던 30조원보다 5조원 늘어난 규모다.
이 중 '경제 성장' 분야는 인공지능(AI)·반도체 연구·개발(R&D)과 기후위기 대응, 청년 일자리·창업 지원 등 여야 간 큰 쟁점이 없는 내용들로 구성됐다. 전체 예산도 '민생 회복' 예산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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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민생 회복' 예산에는 그동안 여야 간 본예산·추경 논의에 있어 가장 큰 갈등 사안이었던 지역화폐 사업이 대거 포함됐다. 기존에 이 대표가 주장했던 '민생회복 지원금'이 '민생회복 소비쿠폰'으로 이름을 바꿔 예산안에 올랐다.
구체적으로 보면 전체 민생 회복 예산 24조원 중 약 75%에 달하는 18조원을 '소비 진작 4대 패키지'에 배정했다. 특히 이 18조원 중 70%에 해당하는 13조1000억원이 이 대표의 역점 사업인 민생회복 소비쿠폰에 쓰인다.
민생회복 소비쿠폰은 국민 1인당 25만원을, 기초생활수급자와 차상위 계층 등에게는 추가로 10만원을 더 지역화폐로 지급하는 사업이다. 여당은 이에 대해 현금 살포성 사업일 뿐 정작 내수 진작 효과는 미미할 것이라며 반대해 왔다.
이밖에 소비 진작 4대 패키지는 ▲상생소비 캐시백(2조4000억원) ▲지방정부 지역화폐 발행 지원(2조원) ▲8대 분야 소비 바우처(5000억원) 등으로 구성됐다.
상생소비 캐시백은 백화점·대형마트·유흥업소 등을 제외한 개인 카드 지출액 월별 합계가 전년 동기보다 3% 이상 증가하면 소비액의 10%를 돌려주는 사업이다. 소비 진작 4대 패키지 중 민생회복 소비쿠폰(13조1000억원) 다음으로 높은 금액인 2조4000억원을 편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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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윤창빈 기자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지역화폐 예산확보를 위한 간담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2022.11.17 [email protected] |
민주당은 지방정부가 발행하는 지역화폐에 할인 비용 10%를 지원하는 사업에도 2조원을 배정했다. 숙박과 관광, 공연, 영화, 전시, 체육, 회식, 농수산물 등 8대 분야에 할인 쿠폰을 주는 소비 바우처 사업에는 5000억원이 필요할 것으로 봤다.
소비 진작 4대 패키지를 제외한 나머지 사업들은 상대적으로 소규모에 그친다. 민주당은 소상공인·자영업자에 대한 손실 보상과 에너지 요금·공공 배달앱 지원에 2조8000억원을, 청년 후계농 지원 확대 등 농어업 지원에 1조3000억원을 각각 편성했다.
또 장병 처우 개선과 감염병 대응 강화, 중증 외상 전문의 양성, 공항 안전 강화, 딥페이크 성범죄 대응 등에 9000억원을 배정했다. 서민 금융·장애인 예산 확대 등 취약계층 지원에는 5000억원이 쓰인다.
허영 민주당 민생경제회복단 단장은 지난 13일 이같은 추경 계획안을 발표하며 "정부 추경안이 국회에 제출돼 예결위원회가 심사하는 데 최소 20~30일이 필요하다"며 "다음 주나 이달 말까지 여야 국정협의체 합의를 바탕으로 정부가 추경안을 국회에 제출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고 촉구했다.
◆ '현금 살포성' 우려…경제 전문가 "경기 부양 효과 거의 없을 것"
민주당의 '슈퍼 추경' 계획안을 바라보는 여당과 재정 당국, 경제 전문가들의 시선에는 우려가 섞여있다. 특히 그동안 여야 간 첨예하게 갈등을 빚어왔던 사안인 '민생회복 지원금'이 결국 추경안에 포함됐다는 사실이 쟁점으로 부상하는 모습이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위원장인 송언석 국민의힘 의원은 민주당이 추경 계획안을 발표한 당일 곧장 입장문을 내고 "무분별한 추경은 민생과 경제를 죽이는 독이 될 우려가 크다"며 반대 입장을 밝혔다.
그는 지역화폐를 정조준해 "35조원의 추경 내용 중 절반이 넘는 52%가 단순 현금 살포 사업이다. 이 대표와 민주당이 신줏단지처럼 모시고 있는 '지역사랑 상품권'은 이미 그 효과가 미미하다는 점이 검증됐다"며 "그럼에도 선심성 퍼주기 추경을 계속 주장하는 것은 민주당 지지율이 떨어지고 있는 가운데 국민을 현혹하는 매표 행위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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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윤창빈 기자 =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경제에 관한 대정부질문에서 고동진 국민의힘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2025.02.13 [email protected] |
여당은 지난해 야당이 일방적으로 삭감해 강행 처리한 올해 본예산을 복원하는 조치부터 선제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에 발맞춰 재정 당국도 추경 편성 가능성 자체는 열어뒀지만, 여야 간 합의를 먼저 이뤄야 한다고 전제하고 있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대통령 권한대행이 말씀하셨듯 정부도 추경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면서도 "국정협의회에서 어떤 식으로 추경 논의가 진전되는지 지켜봐야 할 듯하다"고 전했다.
앞서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지난 13일 "정부도 민생이 어렵고 글로벌 교역 불확실성이 있으니 추경이 필요하다고 생각해 논의를 하자는 입장을 갖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전문가들은 현금 지원 사업들로는 내수 활성화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란 입장이다. 현재의 경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추경 편성보다 상반기 예산 조기 집행에 나서야 한다는 진단도 나왔다.
신세돈 숙명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추경안에 현금 살포성 사업들밖에 없어 경기 부양 효과가 거의 없을 것이라 본다. 이런 식으로 재정을 쏟아붓는다고 해서 경기가 살아나는 것은 아니다"며 "정부가 올해 본예산 67%를 당겨쓰겠다고 했다. 지금은 그 약속처럼 조기 집행에 주력해야 할 때로, 만약 추경이 필요하다면 하반기에 논의해 볼 문제"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