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유엔 기구 탈퇴 잇따라...무용론에 돈줄도 죈다
[서울=뉴스핌] 최원진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세계보건기구(WHO) 탈퇴 행정명령에 서명한 데 이어 4일(현지 시각) 유엔 인권이사회(UNHCR)와 팔레스타인 난민구호기구(UNRWA)에서 탈퇴하는 행정명령에도 서명했다.
행정명령은 미국이 이들 유엔 기구에서 탈퇴하도록 하는 한편 국제기구에 대한 미국의 예산 지원을 전면 재검토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4일(현지시간) 유엔 팔레스타인 난민구호기구(UNRWA) 구호 물품 어깨에 짊어지고 가는 가자지구 팔레스타인 남성. [사진=로이터 뉴스핌] |
또한 그는 미국이 유엔 교육과학문화기구(UNESCO·유네스코) 참여를 재검토한다는 행정명령에도 서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기자들에게 "유엔은 엄청난 잠재력이 있다고 느껴왔으나 솔직히 제대로 운영되고 있지 못한다"라고 말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미국이 유엔에 그 어느 나라보다 많은 예산을 지원하고 있지만 미국에 불공평하게 대우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미국이 유엔 예산에 기여하는 비중은 22%다.
이날 행정명령은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백악관을 방문한 날에 이뤄졌다. 이스라엘은 UNRWA의 반이스라엘 성향을 비판해 왔고, UNRWA가 유엔 기구이면서도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와 유착해 이스라엘을 겨냥한 테러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했다고 본다.
실제로 유엔은 하마스의 2023년 10월 7일 이스라엘 기습 공격에 UNRWA 직원 9명이 연루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지난해 8월 밝힌 바 있다.
UNRWA 최대 기부국으로 연간 3억~4억 달러를 기여해오던 미국은 지난해 1월부터 지원을 끊은 상태다. 미국 의회는 최소 올해 3월까지 UNRWA에 대한 자금 지원을 중단하기로 했다.
미국과 이스라엘은 이미 2019년에 유네스코 탈퇴를 선언했다. 유네스코는 2011년 팔레스타인을 정식 회원국으로 인정한 데 이어 2017년 무기명 투표로 서안지구 헤브론 구시가지를 팔레스타인 유산으로 등록하는 결의안을 채택한 것이 두 국가의 반발을 샀다. 미국은 중동평화 협상이 이뤄질 때까지 유엔 산하 기구들이 팔레스타인을 국가로 인정하는 조치를 해선 안 된다는 입장이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0일 취임 당일에 파리기후변화협정에서 재탈퇴 행정명령에 서명했고, 세계보건기구(WHO)에도 탈퇴를 통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