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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몰딜은 나쁜 협상인가...관건은 '최종 목표로서의 비핵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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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유신모 외교전문기자 =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과 함께 국내에서는 '스몰딜'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직후부터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의 친분 관계를 요란하게 과시하면서 북·미 대화에 관심을 보이기 시작하자 국내 언론과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과의 핵협상에서 스몰딜을 추진할지도 모른다는 관측을 연일 내놓고 있다.

스몰딜은 원래 기업의 인수합병(M&A)에서 쓰는 용어다. 거래 규모가 큰 '빅딜'에 비해 상대적으로 거래액이 작은 인수합병 협상을 뜻한다. 북한 핵문제에서는 총체적인 비핵화를 위한 협상이 아니라 위협과 긴장을 줄이기 위한 부분적 비핵화 협상을 의미한다. 트럼프가 북한의 장거리미사일 능력 제한과 같은 미국의 안보 위협 요소만을 제거하는 '핵군축' 협상에 초점을 맞출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배어 있는 용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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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신모 외교전문기자

북핵 문제에서 스몰딜 자체는 새로운 것이 아니다. 스몰딜은 북핵 위기 초기부터 모든 북·미 협상에서 있었다. 1994년 북·미 제네바 기본합의에서는 영변 핵시설 동결을 우선적으로 합의하고 국제원자력기구(IAEA) 특별사찰을 통한 핵프로그램 폐기는 다음 단계로 미뤘다. 2007년 2·13 합의는 북한이 보유한 핵물질을 반출해 핵문제를 종식시키는 것이 아니라 일단 영변 핵시설을 '불능화'하는 초기 조치 합의였다. 지난해 미 백악관 관계자는 "비핵화로 가는 과정에서 역내와 세계가 보다 안전해질 수 있다면 중간 단계(interim steps)를 고려할 수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지금까지 북핵 합의는 모두 스몰딜의 성격을 갖고 있다. '완전한 비핵화'와 '모든 제재 해제'를 한꺼번에 교환하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에 초기 조치와 중간 단계를 거쳐야만 한다. 차가 후진하려면 일단 정차해야 하는 것과 마찬가지 이치다. 지금 북핵 협상이 재개된다고 해도 출발점은 핵능력 증강을 위한 모든 활동을 중단하는 것에서 시작할 수밖에 없다.

문제의 핵심은 최종 목표다. 스몰딜은 협상의 과정이자 수단일뿐 목표가 되어서는 안된다. 핵활동 중단, 위협 감소를 위한 군축 등의 조치가 '비핵화'라는 최종 목표에 도달하기 위한 중간 단계라는 점을 분명히 한다면 스몰딜이 나쁠 이유가 없다.

하지만 트럼프가 북한의 핵보유를 실질적으로 인정하고 이를 협상의 출발점으로 삼는다면 핵능력 증강 중단과 핵군축이 최종 목표가 된다. 이같은 스몰딜이 이뤄진다면 현재 북한의 핵미사일 범위 안에 있는 한국과 일본에게는 재앙적 안보 위협이 된다. 트럼프와 김정은이 벌일 핵협상을 주목하는 이유는 한반도와 동아시아 안보 지형을 바꾸는 결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의 북한 언급은 아직 '정책'이 아니므로 앞으로 어떤 일이 벌어질지 예단할 수는 없다. 트럼프가 북한의 현재 핵능력을 그대로 두고 '미래 핵'만을 협상 대상으로 삼는다면 이는 NPT(핵확산금지조약) 체제의 붕괴를 의미하는 것이기 때문에 전 세계는 물론 미국 내부에서도 용인하기 어렵다.

미국에서 현실적으로 북한 비핵화가 가능하다고 믿는 사람은 많지 않다. 그러나 '비핵화 포기'를 정책으로 공식화하고 제재를 해제해 북한이 지속적으로 핵을 보유하는데 아무런 어려움이 없도록 만들어 줄 수도 없다. 그런 의미에서 최근 브라이언 휴스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대변인이 "트럼프 대통령은 그가 집권 1기 때 그랬던 것처럼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추구할 것"이라고 밝힌 것은 주목할 만하다.

하지만 미국이 비핵화를 최종 목표로 내건다고 해도 중간 단계 합의에서 더 이상 앞으로 나아가지 않거나, 장기간 그 상태에 머물게 되면 사실상 군축 합의로 굳어지게 된다. 비핵화를 위해 여전히 외교를 하고 있다는 정치적 명분을 앞세워 북핵 문제의 본질을 방기하는 상황도 충분히 예상할 수 있다.

남북 관계는 적대적으로 변했고 트럼프에게는 동맹국에 대한 존중을 기대하기 어렵다. 지금 북·미 대화가 열린다면 그 대화에는 한국이 참여할 공간이 없을 것이다. 이 때문에 '한·미 공동의 전략'을 갖도록 미국과 조율하고 소통하는 것은 지금 한국에게 가장 중요한 일이다.

미국의 아시아 전략에서 한국이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는 핵심 동맹이라는 점을 최대한 부각해 미국을 설득해야 한다. 또한 '같은 배를 타고 있는 처지'인 일본과 북핵 문제에 관한 협력을 강화하고 공동의 목소리를 내는 것도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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