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국무, 첫 순방지는 중남미... "파나마 운하 환수 시도는 중국 때문"
[서울=뉴스핌]박공식 기자 =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은 30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덴마크 자치령 그린란드를 미국에 편입하고 파나마 운하 통제권을 환수하려는 이유는 북극 지방과 남미에서 중국의 영향력 확대로 미국의 국가 안보 우려가 커진 탓이라고 밝혔다.
쿠바 이민자의 아들로 첫 라틴계 미 국무장관에 임명된 루비오 장관은 1일 파나마를 시작으로 중남미 순방길에 오른다. 그는 순방 전 미국의 라디오 매체 시리우스XM(SiriusXM)과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외신 보도에 따르면 루비오 장관은 트럼프 대통령이 재임 중 그린란드 편입이나 파나마 운하 환수에 성공할지는 미지수지만, 트럼프의 관심이 파장을 일으킬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앞으로 4년간 극 지방 및 파나마 운하에서 미국의 이익은 더 안전해 질 것"이라고 자신했다.
이번 중남미 순방에서는 불법 이민 문제가 핵심 의제로 다뤄질 예정이다. 루비오 장관은 특히 파나마 방문 길에서는 운하 문제가 의제로 빠질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중국이 파나마 운하의 주요 항구와 인프라에 투자하면서 운하의 관할권 자체가 중국의 입김에 취약해진 상태라고 설명했다.
루비오 장관은 중국 정부의 지원을 받는 중국 기업들이 파나마 전역에 계속 진출함에 따라 향후 양안(중국과 대만) 사이에 분쟁이 벌어지거나 미중 관계가 한층 나빠질 경우 중국이 운하를 폐쇄하거나 통항을 제한하는 조치를 취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중국이 마음만 먹으면 운하 통행을 차단할 수도 있겠지만 그럴 경우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이 서명한 '파나마 운하 이양 조약'을 위반하는 것임을 분명히 했다. 미국과 파나마가 체결한 이 조약은 파나마 운하가 영구적으로 중립을 유지할 것을 명시하고 있다. 아울러 해당 조약에 따라 미국은 이러한 중립성을 위협하는 사태가 벌어질 경우 군사력을 동원해 방어할 권리를 지닌다.
루비오 장관은 또 미국 선박이 과도한 운하 통행료로 바가지를 쓰고 있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을 되풀이하면서 이 역시 조약 위반이라고 했다. "우리는 대가를 치렀기 때문에(파나마 운하 건설에 직접 투자했기에) 다른 나라보다 더 돈을 내기는 커녕 통행료를 할인 혹은 면제 받아야 타당하다"고 주장했다.
호세 라울 물리노 파나마 대통령은 30일 "운하는 파나마에 속한다. 협상할 수 없다"며 미국과의 협상 가능성을 일축했다. 그럼에도 루비오 장관은 이 문제를 논의할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루비오 장관은 덴마크 자치령 그린란드와 관련해서도 "중국이 항행로를 이용해 극 지방에 진출하려는 상황에서 덴마크는 그린란드를 방어할 능력이 없다"고 지적했다.
더구나 그린란드의 경우 나토(NATA: 북대서양조약기구) 협약이 적용되는 지역인 만큼 미국이 그곳에 더 많은 권한을 갖는 게 타당하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에게 책임이 있어 그곳에서 통제권을 확대해야 한다"며 "덴마크에 민감한 사안이지만 미국의 국익이 달려있다"고 강조했다.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 [사진=로이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