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印 정유사, 美 제재 러 석유기업과 거래 중단...지속 여부는 지켜봐야"
[방콕=뉴스핌] 홍우리 특파원 = 미국이 러시아산 석유에 대한 제재를 강화하자 인도의 정유사들도 러시아 석유 기업과 신규 거래를 중단했지만 장기적으로는 인도의 러시아산 원유 수입이 계속될 수 있다고 로이터 통신이 인도 정부 관계자 등을 인용해 1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로이터에 따르면, 익명을 요구한 인도 정부 관계자는 "제재 조건에 따라 10일 이전에 예약된 러시아산 원유는 항구에서 하역할 수 있도록 허용할 것"이라며 "현재 이동 중인 선박들이 들어오게 되는 두 달 동안에는 러시아산 원유 수입에 차질이 생길 것으로 예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제재의) 장기적인 영향에 대해서는 아직 구체적으로 예측하기 어렵다"며 "러시아가 가격 상한선인 60달러 아래로 가격을 낮출지 여부도 변수가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미국의 러시아 석유 수출에 대한 제재 발표가 10일(현지시간) 나온 만큼 그 이전에 거래된 석유는 제재 대상이 아니며 또한 러시아가 더욱 싼 가격으로 석유를 판매할 경우 인도는 계속해서 러시아산 석유를 구매할 수 있다는 의미다.
인도 정부는 러시아가 인도에 더 큰 가격 할인을 제공할 것으로 전망한다고 이 관계자는 설명했다. "제재 대상에 포함되지 않은 업체로부터 가격상한선보다 낮은 가격에 러시아산 원유를 공급받을 수 있다면 기꺼이 (수입을) 검토할 것"이라고 했다. 다만 인도 은행들이 제재 대상 업체와 거래하지 않도록 러시아산 원유에 대한 원산지 증명서를 요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인도는 세 번째로 큰 석유 소비국"이라며 "러시아는 인도에 다가올 방법을 찾을 것"이라고 말했다.
러시아산 원유는 인도 수입량의 3분의 1 이상을 차지한다. 인도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뒤 러시아산 원유를 저렴한 가격에 사들이면서 유럽연합(EU)을 제치고 러시아산 원유의 최대 수입국이 됐고, 이로 인해 푸틴 대통령의 '전쟁 자금'을 제공하고 있다는 비난을 받았다.
한편 미국의 추가 제재로 인해 중국과 인도의 러시아산 석유 수입업체들의 위기감이 커졌다. 제재 조치의 실제 시행 시점 등을 파악하고 제재 우회 방안을 모색하는 움직임이 각국에서 활발해지고 있다고 블룸버그 통신이 1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중국은 제재 대상 선박이 수송한 러시아산 원유를 소규모 민간 항만으로 들여오는 방안, 파이프라인 대신 유조차를 이용하는 방안 등을 모색하고 있고, 인도 정부는 저렴한 러시아산 원유 수입을 이어갈 수 있도록 미국 측과 협상에 나설 준비를 하고 있다고 블룸버그는 설명했다.
물류 정보업체인 케이플러(Kpler)에 따르면, 새롭게 제재 대상에 오른 선박 중 143척이 지난해 러시아산 원유 5억 3000만 배럴을 처리한 것으로 나타났다. 러시아 전체 해상 원유 수출량의 약 42%를 차지하는 것으로, 이 중 약 3억 배럴이 중국, 나머지의 대부분이 인도로 향했다.
[사진=로이터 뉴스핌] 2024년 10월 22일 러시아 타타르스탄공화국 카잔에서 열린 브릭스(BRICS) 정상회의에 참석한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