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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팽창주의 가장한 '아메리카 퍼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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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최원진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취임이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다. 1기 때 그는 '아메리카 퍼스트'(America First·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우며 '세계의 경찰'을 그만두고 자국 이익에 집중하는 고립주의를 표방했다.

그랬던 그가 덴마크 자치령인 그린란드와 파나마 운하 지배를 위해 군사적 행동도 배제하지 않겠다고 밝혀 전 세계를 경악시켰다. 캐나다의 경우 '51번째 주(州)'로 미국에 편입시키기 위해 경제적 압력을 가할 뜻을 밝히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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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원진 국제부 기자

국제 질서에 관심이 없고 이익 앞에선 동맹도 없는 과거 제국주의를 연상케 하는 행보다. 전문가들은 트럼프 당선인이 실제로 군사력까지 동원할 가능성은 없다고 본다. 트럼프가 미국 영토를 확장하려는 의도라기보단 동맹국들에 미국이 더 이상 '백지수표'를 쓰지 않을 것이며, 앞으로 자국 안보에만 치중할 것이란 메시지를 발신한 것으로 보인다.

그린란드는 미국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동맹인 덴마크의 자치령이다. 트럼프 당선인은 그린란드를 매입해 미국으로 편입되면 "악랄한 외부 세계로부터 그곳을 보호하겠다"고 약속했는데, 그린란드는 나토의 집단방위조약 대상이다. 이미 미국과 동맹의 핵우산 아래에 있는 그린란드를 직접 보호하겠다며 매입하겠단 명분이 쉽게 납득이 가지 않는 이유다. 트럼프 당선인이 그린란드를 무력으로 장악할 경우 나토 동맹을 스스로 깨는 것이 된다.

트럼프가 무력을 써서라도 확보하겠단 곳엔 파나마 운하도 있다. 그는 미국이 건설해 1977년 조약에 따라 1999년 운영권을 파나마에 넘긴 운하가 "중국이 운영하고 있다"라며 반환을 요구하고 있다. 이밖에 캐나다를 미국으로 편입하고 미국 남부와 멕시코 쿠바로 둘러싸인 바다 '멕시코만'을 '미국만'(아메리카만)으로 개명하겠다고 하는 등 주변국들을 도발하는 이유는 상대국을 흔들어 큰 양보를 얻기 위한 트럼프 특유의 '겁박식 협상'으로 보인다.

트럼프는 나토 회원국들에 국내총생산(GDP)의 5%를 국방비에 지출하라고 거듭 압박하고 있는데 이는 현재 목표치 2%의 두 배가 넘는다. 트럼프는 덴마크가 그린란드 매수 제안을 거절하면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고 위협하고 있다. 관세냐 국방비 지출 증대냐를 놓고 나토 회원국들이 고심해야 할 국면에 놓이게 된다.

파나마 운하의 경우 전체 화물의 70%가 미국 동부와 아시아·중남미를 오가는 물량이다. 파나마 입장에서 미국은 최대 고객이다. 트럼프는 운하 운영권 반환 협박으로 파나마 정부와 통 큰 운하 통행료 인하 협상에 나설 전망이다.

캐나다와 멕시코 모두 접경지에 있어 미국에 경제적으로 의존도가 큰 국가다. 트럼프는 자유무역협정(FTA) 체결국인 두 국가에 10~20% 보편관세에 더해 25% 추가 관세를 위협 중이다. 명목상 캐나다와 멕시코 국경에서 넘어오는 불법 이민자와 마약 문제가 해결돼야 한다는 이유에서이지만, 실은 무역적자를 줄이기 위한 협상 토대란 관측이 많다. 캐나다와 멕시코는 미국의 1·2위 무역 상대국이다.

실제로 트럼프 당선인은 지난 6일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가 당 대표직에서 물러나겠다고 발표하자 "캐나다가 미국과 합병하면 관세가 없어질 것"이라고 했고, 멕시코만을 미국만으로 개명하려는 배경에는 "우리가 가장 많이 그곳을 이용하고 있다"라며 "멕시코와 막대한 무역 적자"를 언급한 바 있다.

트럼프 당선인은 상대의 약점을 물고 양보를 얻어내는 데 능하다. 전문가들은 트럼프 당선인이 1기 행정부 때와 매우 다른 접근 방식으로 '아메리카 퍼스트'를 펼칠 것으로 보고 있다. 트럼프 당선인이 지금은 주변국들을 압박하고 있지만 미국에 안보 의존도가 큰 한국도 흔들 수 있단 점에서 하루빨리 탄핵 국면과 대통령 권한대행 체제가 마무리돼 트럼프 2기에 만반의 준비가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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