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올해 AI 설비투자 무게추 `네트워크`로…시스코의 캐치업 채비①
이 기사는 1월 7일 오후 4시09분 '해외 주식 투자의 도우미' GAM(Global Asset Management)에 출고된 프리미엄 기사입니다. GAM에서 회원 가입을 하면 9000여 해외 종목의 프리미엄 기사를 보실 수 있습니다.
[서울=뉴스핌] 이홍규 기자 = 작년 활발하게 전개된 인공지능(AI) 설비투자 국면에서 제대로 수혜를 누리지 못해 주가 성과가 경쟁사에 비해 크게 저조했던 미국 네트워크 장비 판매업체 시스코시스템즈(종목코드: CSCO)가 올해 도약의 채비를 하고 있다. 올해는 AI 설비투자의 무게 추가 네트워크 장비로 옮겨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가운데 관련 분야의 강자 시스코의 실력 발휘가 기대되고 있다.
1. 작년 주가 부진
시스코의 주가는 현재 58.77달러(6일 종가)로 최근 1년 사이로 본 지난해 연간 상승률은 17%다. 이런 상승률 역시 작은 수치는 아니지만 작년 한 해 주가지수 S&P500이 23% 올랐다는 점에 비춰보면 저조한 성과가 아니라고 할 수 없다. 특히 기술주 중심의 강세장에서 주식시장의 성과를 밑돈 것은 투자자의 실망감을 더하는 일이다. 경쟁사 아리스타네트웍스(ANET)는 106%나 뛰었다.
작년 시스코의 주가가 아리스타와 대조상을 그린 것은 왕성한 AI 설비투자 흐름의 수혜를 온전히 누리지 못했기 때문이다. 아리스타가 AI 연산용 데이터센터에 쓰이는 고성능 네트워크 장비에서 두각을 드러낸 반면 시스코는 아직 제품군이 일반적인 데이터 송수신 등만을 담당하는 전통 장비에 머물렀던 까닭이다. 네트워크 장비의 1인자가 AI 시장에서는 명함도 못 내미는 형국이 된 셈이다.
실적은 연달아 위축됐다. 2024회계연도(2023년 6월~2024년 7월) 연간 매출액은 6% 감소했고 주당순이익은 4% 줄었다. 25회계연도 1분기(작년 8~10월)에도 부진이 이어졌는데 매출액과 주당순이익이 각각 6%, 18% 추가 감소했다. 고객사 사이에서 주력 제품인 범용 네트워크 장비가 재고로 쌓인 가운데 고금리 기조가 계속되면서 고객사들이 설비지출의 우선순위를 엄격히 따진 까닭이다. AI 외의 분야에 대해서는 박했다는 얘기다.
2. 바뀐 투자 국면
일각에서는 변화 대응에 실기했다는 혹평도 나오는 시스코를 둘러싸고 기대감이 나오는 것은 올해야말로 진정 기대가 되는 해이기 때문이다. 당장 시스코의 경쟁력은 차치하고 전체 시장만 놓고 보면 올해는 AI 설비투자 상당 부분이 네트워크 장비로 향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작년까지는 관련 투자의 초점이 엔비디아의 GPU 등 고성능 AI 연산용 프로세서 조달에 맞춰졌지만 이제는 여러 프로세서를 효율적으로 연결하는 게 더 중요해졌다고 봐서다.
AI 연산용 데이터센터는 수만개의 프로세서가 서로 데이터를 주고받으며 동시에 작업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각각의 프로세서를 얼마나 빠르고 안정적으로 연결하는지가 전체 시스템의 성능을 좌우한다. 예로 수천개의 프로세서가 결과값을 주고받을 때 네트워크를 1초 동안 통과하는 데이터의 양은 미국의 전체 인터넷 트래픽과 맞먹는다고 한다. 따라서 개별 프로세서의 성능보다는 이들을 하나의 거대한 연산 자원으로 만드는 데이터센터의 네트워크 인프라가 더 핵심적인 요소가 된 것이다.
골드만삭스에 따르면 올해 세계 AI 지출액(작년 3분기 시점 연율 환산 2000억달러 초과)은 작년보다 35~40% 더 늘어날 것이라고 한다. 현재 AI 칩 지출에서 네트워크 칩이 차지하는 비중은 5~10%다. 현재 수만 혹은 수십만개로 구동되는 AI 시스템의 프로세서 수(GPT-4 2만5000개<학습용 GPU 엔비디아 A100>)가 50만~100만개로 확대되면 네트워크 칩이 차지하는 비중은 15~20%로 커질 것으로 예상(브로드컴 추산)된다. 2030년 전에는 100만여개로 확대가 전망되는데 이 경우 그 비중은 더 커질 것이 자명하다.
3. 도약 시도I
관련 흐름에서 시스코에 수혜가 기대되는 쪽을 먼저 떠올려보자면 단연 여러 AI 연산용 서버를 연결하는 스위치다. 스위치는 각각의 AI 서버 사이에서 정보를 주고받을 수 있도록 데이터를 '중계'하고, 데이터들이 가장 빠른 경로로 전달될 수 있도록 실시간으로 길을 '라우팅(안내)'하는 역할을 한다. 대규모 데이터를 여러 칩이 동시에 처리해야 하므로 스위치가 얼마나 빠르고 안정적으로 데이터를 전달하는지가 전체 시스템의 성능을 결정한다.
시스코가 AI 연산용 데이터센터 시장에 뒤늦게 뛰어들었다고 해도 아예 출발조차 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AI 연산 처리용으로 만들어진 넥서스9000 시리즈 스위치가 있다. 원래 9000 시리즈는 2013년 일반 데이터센터용으로 출시됐다가 그 뒤 기능을 확장해 작년부터 본격적으로 AI 데이터센터용(작년 6월)으로 나왔다. 관련 스위치들을 계층적 구조로 연결하면 수천개의 GPU 클러스터(한 묶음)를 연결할 수 있다고 한다.
넥서스9000 시리즈의 스위치에서 두뇌 역할을 하는 것이 '실리콘원'으로 불리는 시스코의 네트워크 칩이다. 이 역시 일반적인 스위치에 탑재돼 활용됐다가 그 뒤 AI 데이터센터용으로 발전시킨 것이다. 기본적으로 시스코의 스위치에 탑재돼 판매되지만 고객사의 요구나 사용처에 따라 별도로 판매하기도 한다. 고객이 자체적으로 네트워크 장비를 설계하거나 특정 요구에 맞게 맞춤형으로 만들려는 경우를 지원하기 위해서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새너제이의 시스코시스템즈 본사 [사진=블룸버그통신] |
▶②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