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탄절의 비극...가자지구 텐트촌서 생후 3주 아기 동사
[서울=뉴스핌] 최원진 기자= 성탄절인 25일(현지시간) 가자지구에서 생후 3주된 신생아가 추위에 숨진 안타까운 소식이 전해졌다.
AP 통신 등에 따르면 가자지구 남부 칸유니스 외곽 알마와시 난민촌에서 태어난 지 3주된 여아 실라 마흐무드 알파시가 간밤에 극심한 추위를 못견디고 저체온증으로 사망했다.
크리스마스이브인 24일 밤 기온은 섭씨 9도까지 떨어졌다. 알마와시는 지중해 연안에 있는 모래 언덕 지역으로 바닷바람이 세다. 텐트는 찬 바람을 막아주지 못했고, 바닥에서는 한기가 올라왔다.
아버지는 실라를 담요로 감싸 따뜻하게 해주려고 했지만 역부족이었다고 한다. 그는 가족이 머무는 텐트가 너무 추워 어른들도 견디지 못할 정도였다며 "우리는 따뜻하게 지낼 수 없었다"라고 토로했다.
간밤에 울며 깨기를 세 차례 반복한 실라는 25일 오전 결국 숨을 거뒀다.
가자지구 시파 병원의 산부인과 병동 신생아 중환자실에서 한 아기가 인큐베이터에 있는 모습. 사진은 기사와 직접 관계 없음. [사진=로이터 뉴스핌] |
실라의 아버지는 "아이의 몸은 마치 나무 같았다"라며 뻣뻣이 굳었다고 말했다. 가족은 급히 병원으로 실라를 데려갔지만 이미 늦은 상태였다.
무니르 알-부르시 가자지구 보건부 국장이 소셜미디어 엑스(X)에 공유한 영상 속 사망한 실라의 안색은 창백했고 입은 보랏빛으로 얼어 붙은 모습이다.
사망 원인은 저체온증이다. 칸유니스 나세르 병원의 소아병동 책임자 아몌드 알-파라는 지난 48시간 동안 저체온증으로 숨진 신생아가 실라 말고도 두 명 더 있다고 했다.
태어난 지 사흘 된 아기와 한 달 된 아기도 추위를 견디지 못해 세상을 떠났다.
알마와시 텐트촌은 인도주의적 안전 구역이라며 이스라엘군이 가자지구 주민 상당수를 이동시킨 곳이다. 주민 수십만 명이 춥고 습한 겨울을 해안 따라 설치된 텐트에서 견뎌내야 하는 게 현실이다.
구호 단체는 식량과 물품을 전달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담요와 따뜻한 옷, 장작이 부족하다고 말한다. 이스라엘은 이 지역에 접근할 수 있는 구호 트럭을 하루 130대로, 지난달 70대에서 늘리긴 했지만 유엔은 여전히 주민들이 필요한 물품 절반도 배급할 수 없다고 지적한다.
CNN은 지난해 10월 7일 발발한 가자지구 전쟁이 '아이들에 대한 전쟁'이라고 명명했다. 가자지구 보건부에 따르면 지금까지 1만 7600명이 넘는 아동이 숨졌다.
이스라엘군의 폭격에 숨진 이들도 있지만 상당수가 식량과 물이 없어 영양실조나 탈수로 사망한다.
필리페 라자리니 유엔 팔레스타인난민구호기구(UNRWA) 집행위원장은 한 시간마다 가자지구 어린이 한 명이 숨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가자지구 의료체계는 사실상 마비돼 아동이 적절한 치료도 받지 못한다. CNN에 따르면 가자지구 내 신생아 병동은 20%만 가동 중이다. 미숙아들은 인공호흡기를 포함한 의료장비 부족으로 사실상 죽어가고 있다는 전언이다.
유엔아동기금(UNICEF·유니세프)은 수많은 가자지구 어린이가 올해 초 피란할 때 입던 여름옷으로 겨울을 나고 있다며 "가자지구에서 어린이들에 대한 전쟁은 우리 공동의 책임을 명백하게 상기시킨다. 한 세대의 어린이들이 그들의 권리가 잔인하게 침해당하고 미래가 파괴되는 고통을 겪고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