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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 무솔리니' 멜로니 총리, 트럼프와 유럽 잇는 '가교'로 떠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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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뉴스핌] 장일현 특파원 = 조르자 멜로니(47) 이탈리아 총리가 내년 초 두 번째 임기 출범을 앞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과 유럽 사이에서 가교 역할을 할 수 있는 '유일한' 인물로 떠오르고 있다고 미 CNN이 1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프랑스와 독일 등 기존 유럽연합(EU)의 주춧돌 국가들이 리더십 위기로 크게 흔들리는 가운데 멜로니 총리가 자신의 보수적 정책과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와의 친분을 지렛대 삼아 트럼프와 각별한 관계를 구축해 나가고 있다는 것이다.

멜로니는 지난 2022년 9월 실시된 총선에서 자신이 이끄는 극우 성향 '이탈리아형제들(FdI)'을 원내 1당에 올려놓은 뒤 이탈리아 역사상 최초의 여성 총리에 올랐다. 

미 경제 매체 포브스는 올해 그를 '전 세계에서 세 번째로 영향력 있는 여성'으로 선정했고, 정치 매체 폴리티코는 '2025년 유럽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로 선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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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 미국 뉴욕에서 열린 '2024 세계 시민상' 시상식이 열린 뒤 만찬에서 함께 앉은 조르자 멜로니(왼쪽) 이탈리아 총리와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가 서로를 마주보고 있다. [사진=머스크 엑스 계정]

CNN은 이날 "멜로니 총리는 트럼프의 두 번째 임기 동안 유럽과 미국의 관계에서 핵심 역할을 하게 됐다"고 평가했다.

이 매체는 "트럼프는 (지난 1기 때) 유럽을 '미국의 적'이라고 불렀다"면서 "(하지만 트럼프 2기 때는) 멜로니가 트럼프와도 친구인 머스크 덕분에 그런 악화된 관계를 바꿀 잠재력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멜로니 총리는 지난 7일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노르트담 대성당 재개관 행사에 참석한 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주최한 만찬에 참석했다.

내외 귀빈 60명이 참석한 만찬에서 멜로니는 트럼프, 머스크와 함께 같은 테이블에 앉아 식사를 했다고 한다. 

트럼프는 최근 뉴욕포스트와 인터뷰에서 "멜로니와 나는 아주 잘 맞았다. 우린 많은 시간을 함께 보냈다"며 "그녀는 정말 의욕이 넘쳤다. 우린 함께 세상을 조금은 바로잡을 수 있을 것 같다"라고 말했다. 

멜로니도 엑스(X·옛 트위터)에 트럼프와 찍은 엄지척 포즈 사진을 띄우며 "(미국과 이탈리아 간) 동맹은 이미 존재한다. 미국과 유럽연합의 축은 이탈리아를 관통한다"고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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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왼쪽) 미국 대통령 당선인과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가 엄지척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이탈리아형제들' 엑스 계정]

멜로니는 유럽 주요국 정상 중 트럼프와 이념적 성향과 정책적 지향이 가장 비슷할 것으로 관측되는 인물이다.

강한 이탈리아를 내세우며 이민·난민을 적극 차단하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유럽연합에 대해서도 비판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다. 낙태 반대 등 보수에 충실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그는 취임 당시 유럽 정계에서 무솔리니 이후 가장 극우적 성향을 갖는다는 평가를 받으며 '여자 무솔리니'라고 불리기도 했다. 

하지만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과 12번 만나는 등 러시아 반대와 우크라이나 전폭 지원을 주장하고 있어 트럼프와는 다른 입장을 갖고 있다.

조반니 오르시나 로마 루이스대학교 정치학과 학과장은 "독일과 프랑스의 현 상황을 고려하면 트럼프가 백악관에 입성했을 때 이탈리아가 안정적 정부를 가진 (유럽 내) 유일한 국가로서 일종의 독점을 갖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멜로니가 머스크와 특별한 친분 관계를 갖고 있다는 점도 막강한 자신으로 꼽히고 있다. 

두 사람의 관계는 유럽과 미국에서 여러차례 언론에서 화제가 됐다. 

머스크는 작년 6월 이탈리아를 방문해 멜로니 총리와 한 시간 넘게 회동했고, 작년 12월에는 멜로니 초청으로 이탈리아 집권 여당인 '이탈리아형제들' 연례 행사에 참석했다. 머스크는 올해에도 이 행사에 참석할 것으로 알려졌다.

멜로니는 지난 9월 유엔 총회가 열리는 기간 중 뉴욕을 방문했다. 미 유력 싱크탱크인 '애틀랜틱 카운슬'이 수여하는 '2024 세계 시민상'을 받았는데 이때 상을 준 사람이 머스크였다. 

머스크는 멜로니에 대해 "겉으로 보기보다 내면이 훨씬 더 아름다운 분" "진정성 있고 정직하며 사려 깊은 사람"이라고 극찬했다. 이에 멜로니는 "머스크는 귀중한 천재"라고 말했다. 

시상식 이후 만찬에서 두 사람은 같은 테이블에 앉아 식사했는데, 두 사람이 다정하게 마주보는 장면이 큰 화제가 됐다. 소셜미디어 등에선 "두 사람이 연인 같다"는 말이 나돌았다. 

머스크는 이에 대해 엑스에 "그 자리엔 내 어머니도 계셨다. 멜로니 총리와는 전혀 로맨틱한 관계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오르시나 학과장은 "멜로니와 머스크는 아주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으며 머스크는 트럼프와의 허니문이 지속되는 동안 (트럼프와 멜로니) 두 사람에게 가장 친한 친구가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머스크는 이탈리아 총리가 필요하다고 느낄 때마다 트럼프와 접촉하는 것을 쉽게 만들 있을 것"이라며 "멜로니는 주도권을 잡고 트럼프 행정부와 유럽의 가교 역할을 할 기회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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