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태열 장관, 사도광산 '부실 협상' 인정..."어떠한 책임이라도 질 것"
[서울=뉴스핌] 유신모 외교전문기자 = 조태열 외교부 장관이 일본 사도광산 유네스코 등재 당시 한·일 간 협의가 '부실 협상'이었음을 인정했다. 조 장관은 또 "어떠한 책임이라도 지겠다"고 말했다.
조 장관은 28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 현안 보고에서 정부가 사도광산 추도식에 불참할 수 밖에 없게된 상황을 두고 여야 의원들이 한목소리로 "예견된 외교 참사"라고 질타하자 이같이 밝혔다.
[서울=뉴스핌] 이형석 기자 = 조태열 외교부 장관이 2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질의에 답하고 있다. 2024.11.28 [email protected] |
조 장관은 일본이 오히려 한국의 추도식 불참에 대해 유감스럽다고 당당하게 밝히고 있는 것은 합의가 부실했기 때문이라는 더불어민주당 권칠승 의원의 지적에 "제가 그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고 말했다. 조 장관은 한국이 먼저 '물컵의 반'을 채웠는데 일본은 그 물을 그냥 마셔버린 것이라는 비판에 대해서는 "이번 결과와 관련해 그런 인식이 강화될 수 있다는데 동의한다"고 답했다.
조 장관은 "어떤 책임을 질 것이냐"는 민주당 이재정 의원의 질문에 "어떠한 책임이라도 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 의원이 "직에 대해 책임도 포함하는 것이냐. 스스로 의사를 먼저 밝힐 수 있느냐"고 재차 묻자 "책임을 통감한다는 말씀으로 (대신하겠다)"고 답했다.
조 장관은 지난 8월 사도광산 세계유산 등재 직후 외통위에서 일본이 강제동원을 사실상 인정한 것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조 장관은 또 "제가 협상에 대한 책임을 지겠다"고도 했다. 조 장관은 당시 일본이 조선인 노동자들이 강제노역과 관련된 전시실을 마련하고 희생자를 위한 추도식을 매년 개최한다고 약속한 것을 두고 두 가지의 중요한 이행 조치를 약속한 것이라면서 2015년 하시마 탄광(군함도) 세계유산 등재 때 보다 진전된 합의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일본의 전시관과 전시물에 조선인 노동자들이 강제로 동원됐다는 사실을 알 수 있는 내용이 없었으며, 추도사에서도 강제성을 인정하는 문구가 포함되지 않았다.
조 장관은 이날 외통위에서 추도식 불참의 결정적인 이유로 '추도사'의 내용을 꼽았다. 조 장관은 "7월에 일본대표의 발언과 전시물에 전시된 내용이 합의 수준이고 최소한 그 정도는 되어야 한다는 게 우리 요구였다"면서 "(추도사에서) 강제동원의 성격에 관한 내용이 훨씬 못미치는 수준"이었다고 말했다.
조 장관은 향후 대책과 관련해 "정부는 일본이 내년부터는 진정성 있는 추도식을 개최할 수 있도록 지속 촉구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또 "정부는 세계유산위원국으로서 유네스코 틀 내에서 일본의 세계유산위원회 결정 이행 여부를 지속 점검하고 성실한 이행을 촉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