獨 숄츠 총리 "우크라에 사거리 500㎞ 미사일 제공하라" 거센 압력 받아
[런던=뉴스핌] 장일현 특파원 =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최대 사거리 300㎞ 전술 지대지 미사일 에이태큼스(ATACMS)의 러시아 본토 타격을 허용하자 그 불똥이 독일 총리에게도 튀고 있다.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18일(현지시간)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가 원거리 타격용 독일제 공대지 순항 미사일을 우크라이나에 제공하라는 압력을 점점 더 많이 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독일 총리실은 이날도 "우크라이나에 장거리 미사일을 제공하지 않겠다는 기존 숄츠 총리의 결정에는 변함이 없다"고 밝혔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공동 기자회견 하는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 2022.02.14 [사진=로이터 뉴스핌] |
독일은 지난 2006년 비행기에서 발사하는 공대지 순항 미사일 '타우러스(Taurus)'를 실전 배치했다. 최대 사거리가 500㎞에 달하는 원거리 정밀 타격용 미사일이다. 우리 공군도 수 백 발을 도입해 보유하고 있다.
우크라이나가 보유한 원거리 타격 무기는 크게 세 종류이다. 미국의 에이태큼스와 영국의 스톰섀도, 프랑스의 스칼프-EG 등이다. 에이태큼스는 최대 사거리 165~300㎞의 전술 지대지 탄도 미사일이고, 스톰섀도와 스칼프-EG는 비행기에서 쏘는 공대지 순항 미사일이다.
영국·프랑스가 공동 개발한 스톰섀도와 스칼프-EG는 두 나라에서 부르는 이름만 다를 뿐 실제로는 같은 미사일이다. 최대 사거리는 550㎞에 달하지만 해외 수출용은 250㎞로 제한돼 있다.
이런 상황에서 우크라이나가 타우러스를 갖게 된다면 훨씬 먼 곳에 있는 러시아 목표를 정밀 타격할 수 있게 된다. 러시아에는 큰 타격이 아닐 수 없다.
우크라이나는 독일에 타우러스 제공을 여러차례 요구했지만 번번이 거절당했다. 지난해 6월과 7월 숄츠 독일 총리와 보리스 피스토리우스 국방장관은 인터뷰를 통해 "독일은 우크라이나에 장거리 미사일을 공급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우크라이나가 타우러스 미사일을 러시아 본토에 사용할 경우 전쟁이 걷잡을 수 없이 확대되고, 유럽 전체가 전쟁의 소용돌이에 빠지게 될 것이라는 이유였다.
숄츠 총리는 지난 9월 한 행사에서 "독일은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의 결정과 관계없이 우크라이나에 장거리 정밀 미사일을 제공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에이태큼스의 러시아 본토 사용을 전격 허용하면서 상황이 급변하고 있다.
특히 독일 정치권에서도 타우러스를 우크라이나에 제공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경제부 장관이자 내년 2월에 실시될 조기총선에서 녹색당의 총리 후보로 나설 예정인 로버스 하벡은 17일 "내년 총선에서 승리할 경우 타우러스를 우크라이나에 보낼 것"이라고 말했다.
녹색당은 숄츠 총리가 속한 중도좌파 사회민주당(SPD)과 함께 연정을 구성하고 있는 집권 세력의 한 축이다.
독일 자유민주당(FDP) 소속의 유럽의회 의원인 마리-아그네스 슈트락-짐머만은 "(현 제1야당이며 지지율이 가장 높은 중도보수 성향의) 기독민주당(CDU)과 녹색당, 자유민주당이 모두 타우러스 제공에 찬성하고 있다"고 말했다.
녹색당 소속의 아날레나 베어보크 외무장관은 이날 미국의 결정을 지지한다면서 "자기 방어는 적의 로켓이 어린이 병원을 타격할 때까지 기다리지 않고 발사 직전에 군사적 테러를 막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숄츠의 완강한 태도는 영국·프랑스의 입장과 대조적"이라며 "영국·프랑스는 우크라이나가 스톰섀도와 스칼프-EG로 러시아 표적을 공격하도록 허용해야 한다는 입장이었다"고 말했다